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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음... 비마저 내리고 늘 우리가 듣던 노래가...

본문

# 김연우란 가수
그의 나이가 마흔 하나, 돼지띠라는 걸 알고서 조금 의아했다.
이토록 급히 흘러가는 세상을 사는 마흔 하나의 남자의 눈에서
소년 같은 때묻지 않은 모습이 자꾸만 겹쳐지는 까닭이었다.
이를 테면
"지금 세상에 저런 눈빛으로 살아도 괜찮은지?"
그런 생각이 들었고 구사하는 어투나 언어 습관 또한
단정했고 반듯한 이미지.
그의 가슴 속 작은 방에는 지금도 착한 소년 하나가 살고 있지, 싶은 그런.

안다, 나도.
미디어란 괴물이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굴절과 왜곡이 많은지를.
하지만 아직도 물기가 느껴지는 그의 눈빛과 단정한 어투와 말쑥한 매무새에서
내가 그동안 세상을 너무 어두운 쪽으로만 봐온 게 아닐까, 의구심이 일 정도였으니까.

다만 단정하나 큰 부침이나 상처가 없이 맑게만 느껴지는 그에게서
내가 감동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는 했다.
얼마 전 나가수에서 그를 알면서 처음 접했던 '여전히 아름다운지'라는 노래를 들으며
그 청아하고 비강을 울리는 공명과 두성으로 활짝 열린 고역에서
단박에 매료되었었다. 어디서 이런 가수가 나왔나 싶기도 했고.

하지만 그런 놀라움과 함께 책상 앞에서 안온하게 자란 여리기만한 감수성,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지나친 패미니즘적인 가사가 좀 마뜩찮긴 했다.
(대중가요 가사가 그렇지 않은 것도 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이를 테면 현실에서 조금은 동떨어진 정서,
현실 속의 삶과 사랑이나 그리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요즘 노래 특유의 정서는 좀 마음에 차지 않았었다.
아마도 제법 나이를 먹어 버린 중년 아저씨의 구닥다리 감성 탓인지도......

좌우간 실로 오랜 만에 나를 송두리 채 끌어당기는 가수여서
'여전히 아름다운지'라는 노래를 스튜디오 녹음으로 들어보니 조금 실망이다.
잘 부르는데, 매우 잘 부르는데 물기가 덜 하고 구태여 비유하자면 조화 같은 느낌이 좀 걸린다.
스튜디오 앨범을 바로 내던지고 다시 나가수의 것으로 들어보니 역시나
사람의 목을 거쳐나온 습기와 물기어린 촉촉한 감성이,
사람의 입냄새와 체취가 확연하게 묻어 난다.

지난 주 예고편에서 오페라 가수의 콜로라투라 창법처럼 구사하는 걸 보고
정말이지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직업 상 본방을 못 보기에 애를 태우고 또 태우다가
드디어 어제 파일을 구해 오디오로 연결해서 들으며 전율했다.
녹음을 떠서 음악파일로 만들어 백 번이 넘어가도록 들었다.
정말이지, 미친 놈처럼......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음의 피치가 조금도 쳐지지 않는다는 것...
같은 음을 내더라도 해당 음의 상단 피치를 붙들고 있다는 것....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닿아 장르는 다르지만 노래를 직접 불러보는 세월이 좀 있어서
이토록 청명한 고역을 피치가 처지지 않고 공명시키려면
하늘로부터 받은 달란트와 부단한 자기 정련이 없으면 불가능함을 알기에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이런 멋진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께.

그런 기분, 뭐랄까, 클래식이든 파퓰러든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음악 스스로가 찾아와 흠뻑 감동해 버렸을 때의 그 충일함과
가슴이 벅차도록 차올라오는 순수한 기쁨 같은 것.
실로 오랜 만에 김연우의 나와 같다면을 들으며 내 가슴 속은
티없이 순수한 음악의 기쁨만이 온종일 넘실거렸다.

#
그가, 소년처럼 단정하고 반듯한 김연우가
피아노 앞에 앉더니 노래를 시작했다.
김장훈이 불렀다는 '나와 같다면'

사실 가요 쪽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은 세월이 좀 오래였는데
나와 같다면이라는 노래는 일부분이나마 김장훈의 목소리와 함께
내 가슴 속에 일부분이 고여 있었다.

/ 음~ 비마저 내리고
/ 늘 우리가 듣던 노래가
/ 라디오에서 나오면
/ 나처럼 울고 싶은지...

듣자 마자 고스란히 내 귀로, 그리고 곧장 가슴에 고여버린
기가 막힌 가사와 가사에 담긴 정서, 그리고 선율 때문이다.
어런 정서를 삶 속에서 포착해 내고 가사를 만들어 내고
선율에 싣고 노래로 만들다니...... 하고 감탄했던 노래인 까닭이다.
좌우간 딱 이 부분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김연우가 노래를 시작하자
내 가슴 속으로 서늘하고 맑아서, 하도나 맑아서
조금은 쓸쓸한 바람이 솨아아 훑고 지나간다.
머리가 아니라 곧장 가슴과 영혼으로 불어오는 맑디맑은 바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 거다. 가슴이 제 먼저 알고 반응해 버리는
이런 현상이 사람을 얼마나 원초적인 기쁨으로 잡아끄는지를.
조명빨과 화장빨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담담하게, 그러나 쓸쓸하고 맑은......

세월에 잦아들었던, 그 불 같은 그리움도
바쁜 일상 속에서 이제는 잊었노라, 그렇게 여겼던 그리움이
어느 날 울컥, 치밀어 올라 눈가를 적시는
그런 서러움이 어느 누군들 없겠는가?

/ 어떤 약속도 없는 그런 날엔 너만 혼자 집에 있을때
/ 넌 옛 생각이 나는지 그럴땐 어떡하는지

잠시 떠올랐다 지나가려니, 했던 그리움이 서러움이 되는 노래에 담긴 정서를
김연우는 담담한 피아노와 함께 길어올리더니
기어이 듣는 사람의 가슴에 끼얹어 버리고 만다.
청명해서, 아무런 삿된 감정도 없이 순수한 그리움이 솟구친다.
하지만 그리움의 대상에게 전해지지 못해 가슴 속에 삭혀야 했던 그리움은
마침내 서러움이 되어 터져버리고 만다.

음~ 비마저 내리고
늘 우리가 듣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워~
나처럼 울고 싶은지 왜 자꾸만 후회되는지
나의 잘못했던 일과 너의 따뜻한 마음만 더 생각나

어느 날 문득 흔해 빠진 일상에서 치민 그리움이 서러움으로
터져나오는 그 정서가 김연우에게서 고스란히 쏟아져 나온다.
전하지 못한 그리움은 눈물과 격정으로 흘러내린다.

워~
그대여 나와 같다면 내 마음과 똑같다면
그냥 나에게 오면돼 널 위해 비워둔 내 맘 그 자리로

이대로 울부짖어도 시원하지 않을 전하지 못한 마음이,
그리움이, 추억이, 후회가, 노랫말로도 다 적어낼 수 없기에 기어이 절규가 되고 만다.
워~

살면서 이런저런 모습으로 내 속에 고여있던 사무침이, 상처가,
제 혼자 장파열을 하다가 사그라들었던 그리움과 서러움이
김연우의 노래를 들으며 마구 들끓어 오른다.
이 청명하고 맑은 슬픔...!

#
김연우는, 실로 오랜 만에,
노래를 무척 좋아하면서 삶에 치여 살던 평범한 오십 대 아저씨가
대중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충일한 엑스터시에 빠져들게 해버린다.

그리고,
그가 탈락했다.
그가 나가수에 이제는 나오지 않는다. 경연이라는 특별한 무대였기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혼신의 열창이 콘서트나 일반적인 스테이지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나는 진심으로 절망했다. 진심이다.
아마도 나는 앞으로 임재범과 김연우가 빠진 나가수를 지금처럼 기다리지는 않을 것 같다.
남은 가수들도 훌륭하다는 걸 알지만 내 감성을 이토록 터치해 올 가수는
그리 많지 않을 거란 걸 본능적으로 예감하는 까닭이다.

#
안다, 사람들이 다 나와 같이 몰두하지 않으리란 걸.
또 사람마다 나름의 정서와 감동의 메커니즘이 있을 것이기에
그들의 선택이 결코 잘못이 아니란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야속하다. 김연우게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이......
내가 김연우에게 대책 없이 침몰해 버린 것처럼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가수에게서 나처럼 기쁨과 감동을 얻었얼 것이기에.
예술이란 것을 우격다짐으로 점수를 매겨가며 강요할 수 없기에......

#
세월이 흘러 먼 훗날, 내가 할아버지가 되도록 세월이 흘러버린 어느 날,
길을 걷다 문득 저만치 걸어가는 김연우를 만난다면
난 힘을 다해 지팡이를 움켜쥐고 그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리고 그를 꼬옥 껴안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언젠가 그런 노래를 불러줘서 지금도 고맙다고. 그 노래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그리고 나는 그에게 꼭 이 말을 건넬 것이다.
"그 날 나는 당신의 노래를 듣고 여한이 없었노라고..."

뱀발 :
아직도 서운하고... 깊은 상실감을 느낍니다.
물론 이 싸구려 삼류 신파 비스무리한 택도 아닌 소감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을 겁니다만...
저로서는 괜한 수사가 아닌 진심입니다.
단순히 김연우의 화려한 테크닉에 압도 당한 것이 아니라
가슴까지도 흠뻑 젖어버릴만큼 그가 불러낸 이 노래의 정서에 감동했습니다.
나와 같다면의 도입에서 전개, 클라이막스까지 저는 완전 소위 뻑... 가버렸으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이겠지만
참 오랜 만에 송두리 채 감동한 김연우의 '나와 같다면'이어서
배설에 가까운 감정을 쏟아냈습니다. 일부러 여과하지 않은 채...
하니... 혹 읽으시다 좀 얄궂다 싶어도 그러려니 넘겨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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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6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5.24 03:04

  이야~~
풍부한 서정이 담긴 최고의 노래 감상문입니다!

저도 그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포털 사이트 표지 화면에 올라 있는 이른바 인기 블로거들의 감상 글을
꽤 여러 편 읽어보았지만 이 글처럼 좋은 글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올려주신 글을 찬찬히 읽어가다보면,
지난 일요일 저녁에 김연우의 노래를 들으면서
제가 품었던 순간 순간의 느낌이 선명하게 다시 살아나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김연우가 더이상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게 된 일에 대해
오브라디오브라다 님께서 느끼고 계실 상실감을 이해합니다.

이 글을 통해 새삼 알게 된 것입니다만,
오브라디오브라다 님은 정말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 틀림 없습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5.24 03:36

  그러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사람이 부르는 노래에 이토록 몰입해서 깊숙하게 빠져들 수 있는
오브라디오브라다 님의 풍부한 감성이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김연우의 노래를 들으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 느낌에 흔쾌히 젖어들어가도록 저를 놓아버리지는 못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평소 제가 음악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의 목소리도 일종의 악기처럼 취급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게다가 가사의 내용을 거의 음미하지 않는 좋지 못한 습성도 있습니다.
가사를 알아듣기 힘든 외국 노래 뿐만 아니라 우리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사라는 걸 그냥 '목소리 악기'가 내는 '농현' 정도로 알아듣는 거지요.
다시 말하자면, 저는 노래를 '소리의 조합이나 구성'이라는 관점으로 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또다른 말로 하자면, '사운드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목적의식적으로 그랬던 것은 전혀 아니었고
오랜 세월 음악을 들어오면서 저도 모르게 쌓아놓은 태도입니다.
동일성 혹은 반복성을 갖는 사람의 행동 양태나 감정 상태를 '태도'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런 '태도'가 생겨나는 것은 바로 그런 '관점'이 형성되는 일이기도 하다보니
결국 음악을 듣는 제 관점과 태도가 이런 방향으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차갑고 건조한 태도를 갖고 있으니...
사람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노래는 잘 듣지 않게 되었고
사람 목소리가 가사를 통해 전달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접하면서도
어느덧 거기에 내 감정을 함께 얹어보는 일조차 점점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거의 기악곡들만 줄창 듣고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ㅋ

깊은 밤에 오브라디오브라다 님의 서정성 넘치는 감상글을 대하면서
저의 이런 삭막한 '노래 듣기 생활'에 반성하는 마음도 막 생기고 뭐 그렇습니다. 흐흐

오브라디오브라다님의 댓글

  아이고...아직도 안 주무시다니...

# 저도 센자님과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사람의 소리를 악기처럼 음악과 같은 부분으로 여기는 점이요.
다만 저는 가사에도 제법 영향을 받는 편입니다.
미사여구가 구사된 그런 것보다 뭐랄까,
사람의 삶이, 삶의 권태나 고단함, 혹은 진심...
뭐 그런 것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가사를 만나면 바로 가버립니다...ㅜㅜ
음...이건 감성적인 탓이랄 수도 있으나 무책임한,
혹은 무대책으로의 침몰이기도 하니 경우에 따라서
부작용도 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지독히도 천착하는 부분이 제게 있다는 점이지요.
저도 때로는 부정적일 수 있는 제 음악드는 습성을 알면서도
침몰할 땐 튜브도 던져버리고 풍덩 가라앉아버리는 걸
마다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그 순간은 진심이라는 합리화를 하면서요....

저로서는 센자님의 음악듣기 방식에서 건전함, 혹은
구태여 비유하자면 베토벤 음악처럼 든든한 구축...뭐 그런 걸
떠올립니다. 든든한 토대 같은 것이 부럽기도 하구요.
저요?
저는... 보시다시피 음악에 휘감기면 훼까닥....해 버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글을 약간 첨삭했습니다. 마음에 차오른 만큼
다 적어내지 못한 아쉬움에요. <- 소심함, 혹은 과민함? 뭐 그런...

▦짬짬▦님의 댓글

  오래전 맑은 노래를 불러대던 그 김연우가 이젠 시간을 먹고 따스한 노래를 불렀었나봅니다.
제가 나가수를 보지 않다보니.... ㅎㅎㅎㅎ

암튼 감상평이 무척이나 익숙하네요. ^________________^)b

고은철님의 댓글

  김연우...

뭐 제가 할말이 있겠습니까...

그저 임재범이 계속 김연우를 극찬한 것으로 위안을...

저두 음원을 구할려구요...그러면 백만번쯤 듣게 되겠지요...^^

music님의 댓글

  아마도 나는 앞으로 김연우가 빠진 나가수를 지금처럼 기다리지는 않을 것 같다.
--> 동감입니다. 누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지만... 그가 김연우는 아니었어야 했어요. 청중평가단의 그 평가라는 것... 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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