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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살려면 잘 살아야지

2005.09.09 16:06 919 5 0 0

본문

김용택님의 글을 읽다가 좋아서 긴 문장을 타다닥 키보드를 두들기며 올립니다^^;;;
어제. 오늘, 지금 이순간이 모여 나를 만들어 간다 하네요^^
서로 다른 남남이 만나 살가운 마음으로 부딪끼며 사는 유부남녀들이 멋스러워 보입니당
오늘도 세월의 더께로 지쳐 있는 서로를 위해 어깨 다독이는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지루해도 마저 읽어주세용^^)
아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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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자가 치지한 세상이 절반’을 운운하는 말을 좋아하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다. 나는 그런 말을 하는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세상을 더 많이 차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보여서 싫다. 그동안 너무 여러 가지로 빼앗기고 억압받고 무시당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겠으나 그것을 인정한다 해도 나는 남자와 여자가 세상을 서로 더 많이 차지하려는 것 같아서 그 말이 싫다.
나도 한 여자를 만나 살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 아내는 나보다 나이가 많이 어리지만 나는 한번도 아내의 뜻을 거슬러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아내의 말이 옳았고, 아내의 행동이 정당했다. 아내와 말다툼을 하고 말을 안 하면 늘 내가 손해였고,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나는 언제나 금세 내 잘못을 말하곤 했다.
어느 날이었다. 아내와 둘이 어디를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아내가 ‘나는 당신에게 여지껏 한번도 잔소리를 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렇구나, 우리 둘이 어떻게 만나 10년 념게 살면서 아내는 나에게 바가지를 긁지 않았던 것이다. 우린 바가지라는 말조차 생각해 보지 않고 살았던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서 여자를 배웠다. 아니, 사람을 배운 셈이다. 아내는 내가 무슨 일로 몹시 흥분하고 우왕좌왕하면 그 당시에는 절대 그 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 내가 흥분이 가라앉으면 그때사 가만가만 내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이야기를 해 준다. 나는 늘 그렇게 집사람에게 배운다. 한번도 집사람이 나보다 어리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아내는 내게 늘 친구이며 충고자이며 내가 세상의 바른 길에 서 있도록 지켜주는 버팀목이다.
나는 집 안에서도 내가 아내를 도울 일을 찾는다. 빨래를 거두어 개거나, 빨래를 널거나, 아내가 바쁘거나 어디를 가면 설거지를 한다. 아내는 물론 내가 집안일을 하는 것을 늘 반대한다. 나가서 하는 일도 힘든데 집에 오면 쉬어야지 일은 무슨 일이냐며 늘 말린다. 난 매우 털털하고 무엇이든 치우지 않고 살아왔는데 아내를 만나 살면서 내 모든 생활모습을 바꾸어 버렸다.
나는 내 아내만 이렇게 남편을 위하여 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 아내를 만나 편한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 땅의 모든 남자들이 다 이렇게 사랑을 만나 가정을 이루며 자기를 고쳐 가며 자기를 죽여 가며 아내와 생각을 맞추어 가며 살림살이를 하며 살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여자는 강하지 않고 늘 부드럽다. 남자는 강함으로 세상을 바꾸지만 여자들은 달콤한 사랑과 솜털 같은 부드러움과 가을바람 같은 신선함으로 남자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아내는 세상을 사는 생활철학이 늘 한결같고 간단하다. 우리 둘이 만났으니 기왕이면 잘 살자. 우리 둘이 편하면 세상이 편하니 세상을 편하게 하자. 어머님께도 잘 하고 형제지간들에게도 잘 하자. 너무 간단해서 이따금 지루한 아내의 이 명료한 생활철학에 나는 늘 꼼짝을 못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복잡한 게 아니니까.
어디 그렇게 쉽기만 한 게 부부의 사랑이냐고? 그래, 나도 안다. 부부가 그 얼마나 복잡하고, 남녀 사이가 그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나라고 왜 모르겠는가. 사람살이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왜 내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살려면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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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

동글이^^시니님의 댓글

  그래도 살아보고프다는..ㅋㅋㅋ 나중에 잘해야겟다.. 힘든거니까..

학서니님의 댓글

  뭐 100% 동감하지는 않지만... ㅋㅋㅋ 그 나름대로의 편안함과 적응기간을 잘 지내야 한다는...

여백님의 댓글

  -,.0"

현란한 타이핑...

대단스....

향기님의 댓글

향기 221.♡.173.150 2005.09.10 14:20

  이 현란한 타이핑이요.... 삼일에 걸쳐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프흐흐
단지 모든 내용에 공감하기보다는 글줄에 실린 짧지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을 담아서 올려보았습니당^^
으... 일해야지-..-

Bluenote님의 댓글

  저 정도면 이미 아.내.가 아니라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내와 함께 하는 삶은 저에게 있어 축복이자 행복이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딸 아이를 낳고 싶다는 평소의 생각이 바뀌어 버렸죠.

딸을 둘 씩이나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요. ;-)

그렇더라도 기왕지사 낳게 된다면 큰딸이 지독한 질투심을 느낄만큼

사랑해 버릴 것 같아 걱정이긴 합니다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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