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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고비의 순간 있어줬던 여인들...

본문

1. 열여섯살 겨울

고입 연합고사를 보던 날이었습니다.

당신 아들의 첫 공식적인 시험이라 그랬을까요?
어머니께서 밤새 한 잠도 못 주무셨답니다.

경쟁율 1.2 대 1

'떨어지는 게 기적이다'

아버님의 생뚱맞은 격려사(?)와는 달리 어머님의 눈가에 수심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2. 열아홉살 겨울

학력고사와 실기고사를 치르기 위해 화실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여기 저기 흩뜨러진 연필들을 정리하고 필통을 여는 순간
가슴한켠에 진한 울림이 일었습니다.

한바탕 크게 싸운터라 며칠 째 말도 건네지 않았던 그녀가
정성스레 연필 12자루를 깍고 검은색 톰보우 연필 몸통에
'합격'이란 글씨를 새겨 넣었더군요.

3. 스물세살 초봄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논산훈련소.

모든 훈련과정을 마치고 마지막 행군을 하던 밤이었습니다.
발바닥에 여기 저기 물집이 잡혀 걸을 때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소름끼치는 통증이 일었고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렀습니다.

행군의 막바지...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길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습니다.

'사랑스런 내 아들. 넌 할 수 있단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목소리...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고 숨이 가라앉으며 마치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믿기지 않는 힘이 솟아났습니다.

4. 서른 네살 여름

요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두 달째 별다른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용돈 벌이 수준...

사실 이쪽 계통 일이 여름에 별다른 꺼리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혼자 지낼 때와는 달리 결혼을 한 입장에서는 조급해 지는 게 사실이군요.

어제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무시간 정도 잠을 잤습니다.
밥 먹을 때... 불멸의 이순신 할 때 잠시 깨어 있었군요...

'오빠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그렇게 애 쓰지 마...'

잠결에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
오랜만에 등짝이 뻐근해지도록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곁에 있어줬던 여인들...
당신들 덕분에 오늘 이렇게 크게 어긋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거 가슴 깊이 새겨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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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2 0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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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0

도시락싸는그녀님의 댓글

  힘내시구 조금만 버티세요~ 무한일것같던 여름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있습니다~^^

Bluenote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

사실... 힘들진 않습니다.
그냥 마눌님 하는 짓이 귀여워서 ㅎㅎ

재미솔솔*시니*님의 댓글

  머여..자랑이군.. 부럽습니다..나도..마눌님..있음 좋겠다..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부럽다.. 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혼자사는것 즐기는것은 머지..ㅋㅋㅋㅋ

도시락싸는그녀님의 댓글

  재미님 마눌전에 애인님먼저 만드시는것이;;;
걍 연애나 하시면서 사시는게 어떠실지 ㅋㅋㅋㅋㅋㅋ

재미솔솔*시니*님의 댓글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요..ㅋㅋㅋㅋㅋ 그래야겠네요.. ㅋㅋㅋㅋㅋ 하긴.. 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잼날것 같기도 한데.. 부담도 없고.. ㅋㅋㅋㅋㅋㅋ 걱정도 없고.. ㅋㅋㅋㅋㅋ 그죠.. 그녀님.. ㅋㅋㅋㅋㅋ

도시락싸는그녀님의 댓글

  넹...그게 조아용 ㅋㅋㅋㅋ

연어빛님의 댓글

  저도 비슷하네요...총각땐 일없어서,,혹은 실직하고 놀때....별 느낌없이 오히려 밤낮으로 놀러다니느라 24시간이 부족했었는데...결혼하고 첨 실직을 했을때는 와이프 얼굴에 대고 "나 그만뒀어"라고 말하는게 얼마나  힘들던지..그리고 결국 말했을때 놀라는 표정과 상심의 표정과 화난표정이 적절히 뒤섞인 뭐 그런 비슷한 표정이 되더군요..참 어려웠습니다..근데 지금은 아침에 나가면 "일할데 있는갑다" 생각하고 아침에 집에서 뒹굴거리면 "끝났구나.."생각한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참으로 혼자 어려웠습니다. 와이프도 힘들었겠지만...ㅋㅋ참고로 제 주업무는 겨울에 99% 이루어집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개점휴업"입니다..다들 힘냅시다..

[이형규]빨간머그님의 댓글

  연애 너무 오래하면 같이 살고 싶어지던데... ㅋㅋ

재미솔솔*시니*님의 댓글

  그라게요..그래도. 마눌님이 좋을것 같아요..나중에..힘없어지면..그래도 등이라도 긁어줄것 아닌가요.. ㅋㅋㅋㅋ 제대로 사귀어서 제대로 장가 가야겠다..

짜라님의 댓글

  저의 경우, 고비의 순간에 제가 저를 이기질 못해서
여태 그냥 헤어지자고 했죠.
지금도 만나면 그럴거 같아요.
고비사막이라도 갔다오든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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