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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뒤 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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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에서 그녀의 집까지 가는 길은 도보로 대략 5분 거리.

서너명의 사내 아이가 떼를 지어 그녀를 쫓는다.
버스 안에서부터 묘한 시선을 느꼈던 그녀는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내들은 그녀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움찔거리며 딴청을 부리거나
의미없는 헛기침을 내뱉곤 했다.
하긴 처음부터 몰래 뒤를 훔친다는 생각 따위 하지도 않았다.
그냥 대놓고 우리가 너를 쫓아가고 있어 하는 식이다.

그녀가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동안 사내들은
담벼락에 매달린 채 서로의 등을 떠밀다 무심하게 닫히는 대문만 바라봐야 했다.

그렇게 그 날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지리하게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그들은 좀처럼 진도를 빼지 못했다.

한 여학생을 마음에 둔 아이와 그를 도와주겠다고 나선
친구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는 늘 이렇듯 허망하게 끝을 맺었다.


고입 연합고사가 끝나 하릴없이 시간을 떼우던 1987년 겨울의 추억.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 또래 애들의
연애 아닌 연애담의 실상은 위의 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영화를 같이 봤다던가 동네 어귀에서 입술을 훔쳤다는 친구들이
반마다 하나 쯤은 있었는데 그들은 동기들로부터 전쟁터에서 돌아온 개선장군 마냥
우러름과 칭송을 한 몸에 받았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그런 부류의 아이들은 이성을 유혹하는 능력을
엄마 뱃속에서부터 갖고 태어난 초월적인 존재로 여겨질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이성과 대화하고 어울릴 줄 몰랐던 세대의 비애라 할 일이다.



이른 아침 출근 길.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남녀 짝을 맞춰 팔짱을 끼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학교에 가는 풍경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교편을 잡고 있는 사촌 여동생이 이르길 '요즘 중고교생들은 이성 친구 하나 없다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오빠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얘기를 해요.
이성 친구 없는 애들은 우리 때처럼 숫기가 없어 속앓이를 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자기 필요에 따라 자제를 하는 거에요.'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없어?'

'있지 왜 없겠어요? 그렇다고 우리 때는 그런 일이 없었나.
난 요즘 애들이 더 자연스럽고 보기 좋던데... 오빠 은근히 보수적이네.'

'아냐. 내가 왜... 난 단지 부러워서 그래. -_-;;.
우리 때는 도대체 뭐가 문제여서 요즘 애들처럼 하지 못했을까 하는...'

'그야 뭐... 나도 그랬는 걸. 남자들은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생각?
나이에 비해 어렸던 거지. 이성문제에 관해선 초등학생 수준의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

'줄 그어놓고 넘어오면 때린다고 협박하는 그런 거?'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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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1

모모님의 댓글

  줄 그어놓고 넘어오면 때린다고 협박하는 그런 거? >>>>>동감 200%!!
자로 센티재서 줄그어 놓고 넘어오는 것은 다 내꺼다 했던 초등6학년때 짝이 생각나는...
공책이 넘어가기라고 하면 거기다 새까맣게 낙서하고
지우개가 넘어가면 잘라버리고....ㅋㅋㅋ
그때는 그것땜에 울기도 많이하고 싸우기도 많이하고...
하도 징하게 싸워서 갸 이름은 아직도 기억나네요~
지금쯤 어디서 머하고 있을라나....^^

yjgreen님의 댓글

  옛시절이 생각나네요!!
동대문운동장에 야구경기 난생 첨 친구따라 보러갔다가 곁에 있던 모르는 남학생이 부라보콘 덥썩내밀며 말 걸어올때 학생부선생님께 걸릴까봐 다른곳으로 피했던 기억.. 지금 생각하면 무슨 겁이 그렇게나 많았던지 ㅋㅋㅋ
요즘 여학생들은 당당이 지나쳐 오히려 남학생보다 더 적극적인거 같아요~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09.05.22 11:59

  Bluenote님이 올려주신 글의 전반부에 보이는 그 장면은,
1987년 겨울의 추억이라고 하셨지만,
 그 이전 한 20여 년 전에도 여전했던 그런 일이었습니다.

당시(60년대~70년대)의 풍속 소설이나 학생용 잡지에 꼭 있었던
수기류의 글에서 늘 볼 수 있었던 장면이면서,
70년대 중후반에 한참 유행했던 수많은 학원 명랑물 영화에서도
반드시 빠지지 않고 한 토막씩 들어가는 그런 장면입니다.

그런데 87년 무렵에도 여전히 그러고 있었다니
그 교복 자율화 세대들의 무능력함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만약 우리 때 교복과 두발의 굴레만 없었어도....
우리는 한 타스씩 만드는 건 일도 아니고 아예 만리장성을 쌓아도 수십 번 쌓았을건데...... 하면서 말입니다.

'87년 무렵은 저희 세대가 대학을 졸업하고, 전역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시절이었는데,
당시 길거리에서 거의 매일같이 보던 (특히 종로 일대)
수많은 중고교 학생들이 남녀 간에 스스럼 없이 섞여 놀던 모습에서 느꼈던 인상과는
Bluenote님의 설명이 아주 달라서 상당히 놀랬습니다.

이거 혹시 Bluenote님만 숙맥이었던 것은 아닙니까?

향기님의 댓글

향기 116.♡.214.142 2009.05.22 12:07

  ㅋㅋㅋㅋ 정말 옛 추억이 생각이 나네요~~~
하긴...요즘 중고등학생들보면... 그냥 손잡구 팔짱끼고 다니던데...
저두 너무 너무 이상했던...솔직히 그 모습 부럽더군요...

梁李允齊님의 댓글

  요즘 중고생들은 너무 무서워요
지하철안에서 스킨쉽 뿐만 아니라 신발까지 한짝씩 바꿔 신구.....
눈마주치는게 무서워요

Bluenote님의 댓글

  쑥맥에 가까웠습니다. ㅎㅎ.
사실 제가 살았던 곳이 서울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좁은 지역이다 보니 입소문이 금세 돌기 마련인데다
집에서 알기라도 하면 딸 키우는 집에선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수였죠.

저 같은 경우는 그래도 고2 때부터 화실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밥도 먹고, 영화도 보러 다니는 풍족한(?) 생활을 즐겼습니다만
제 친구들은 일 년에 여자들과 말을 섞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09.05.22 13:11

  "사실 제가 살았던 곳이 서울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좁은 지역이다 보니 입소문이 금세 돌기 마련인데다
집에서 알기라도 하면 딸 키우는 집에선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수였죠."

제가 중등교육을 받던 시절에 살았던 그 시절 그 도시의 상황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댓글 달고 싶은 내용은 따로 있었는데,
내용이 좀 그래서 망설이던 차에
Bluenote님의 이 언급 때문에 감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하는 원래 쓰고 싶었던 내용입니다.

제가 살던 그 도시는 인구가 30만 명에 못미치고,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였습니다.
대략 1,500년 전부터 (邑,城이 아니라) 시(市)였습니다.
따라서 도시의 분위기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데다가, 길을 가다 보면
아는 어른들에게 인사하기 바쁜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학생놈이 연애질이나 하고 다니는' 그런 상황이 노출되면
그야말로 조금 심하게 말씀드려서 '인생 종치는' 그런 처지가 되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 그 시절을 살다 보니
실상은 엄청나게 다른 깜짝 놀랄만한 그런 세계를 알아버렸지 뭡니까.

그 무렵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소위 말하는 비평준화 지역 명문 학교였는데,
이 학교 입학생들은 그 도시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2개 시, 4개 군 전지역에서 지원하고 입학생을 내던 그런 학교였습니다.
특히 인근 군 지역의 면 단위 공립 중학교에서
학업 성적이 전교 1~3등 정도 하는 학생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다 자기 고향 마을에서는 천재 소리 듣던 모범 학생들이었지요.
그런데 바로 이 친구들의 '남녀상열지사'가 이게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한 번은 하교하다가 친구녀셕 시골 마을로 가는 통학 버스를 기다리던 중
몇몇 여학생들이 역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친구녀석이 뜬금없이 하는 말이 '왼쪽 첫 번째 여자애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먹었고,
다른 한쪽 패의 가운데 냄비는 작년에 뚧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같이 있던 시내 출신 친구들이 경이로운 존경의 눈빛을 보내면서
그 여학생을 흴끔거리자, 그 여학생이 기미를 알아채고
그 친구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하고 스스럼없이 장난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에도 하교하다가 시내에서 같은 중학교 출신 여학생을 만나면
마치 남편이 길거리에서 부인 만난 것처럼
친밀하고 스스럼없이 인사성 신체 접촉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도시 촌놈'들은 '선진 시골' 친구들에게 어쩔 수 없이 주눅들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특별한 것이 아니더군요.
시골 면 단위에서 초,중등학교를 다닌 녀석들은 다 대동소이하게
그 친구와 비슷한 경험과 태도를 지녔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되었습니다.

특히 농사일로 부모님이 바쁘게 생활하시고,
또 한 마을에서 형제자매처럼 남녀 간이 여러서부터 스스럼없이 친밀해도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지도 않고,
같은 마을, 같은 시골 초등학교, 게다가 특히 중학교는
면 소재지에 공립 중학교 하나 정도씩 있었는데,
남녀가 혼성으로 반편성되어 있고, 학급 수도 2~4개 정도여서
그야말로 전교생이 친구인 그런 학교 생활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귀고, 헤어지고, 갈아 타고, 돌려가면서 다시 사귀고......
남들 모르게 회합을 가질 수 있는 물리적 공간도 방대하게 열려 있으니
남녀가 사귀는 본질적인 목적까지 충족하는데 별 장애가 없었던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도시 출신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시골 마을 출신 중고등 학생들은
음주, 흡연은 말할 것도 없고,
남녀 간의 교제 경험 뿐만 아니라 성적 접촉의 경험이
그 어린 나이에 비해서 실로 다대했습니다.

새끼 벽창호 같았던 도시 지역의 학생들과는 확연히 달랐던 것입니다.

사실 70~80년대 제일 불쌍한 놈들은
지방의 오랜 역사를 갖는 중소도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입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09.05.22 13:32

  따라서 Bluenote님이 말씀하신 제가 딱 꽂혔던 그 표현,
"그이성을 유혹하는 능력을 엄마 뱃속에서부터 갖고 태어난 초월적인 존재"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지난 시절을 돌이켜 찾아 본다면,
바로 내가 살던 그 시절, 그 지역 인근의 시골 마을 출신 친구들을 빼고는 없다 라고
감히 저는 생각하는 바입니다.

바둑이님의 댓글

  버스정류장에서 늘 같은시간에 만났던 S고 옵빠~~
그 옵빠가 버스에 올라탈때 얼른 뒤따라 올라타...오빠가방을 쓰다듬었던~ㅋ

고백한번 못해보고 맘만 졸이고...
방학이 끝난후...그오빠는....얼굴이 멍게가 되어...홀딱 깨버렸다는...
정말..고운피부는 남자나 여자나 참 소중한 거에요...

가끔 한번씩 생각나는 키크구 늘씬한 숫검정눈썹의 버스맨옵빠~

Bluenote님의 댓글

  ssenja님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아하'하고 이마를 치게 됩니다.

분명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중소규모의 오래된 도시, 그러니까 제주시죠.
그 곳에서 태어나 FM코스를 밟은 셈인데 말씀하신 상황처럼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써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또한 읍면 단위의 시골에서 유학(?)을 온 친구녀석들의 분위기 역시
대체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공부는 잘하면서도 소위 얘기하는 발랑까진 부류.

ps. 이성을 유혹하는 능력을 엄마 뱃속에서부터 갖고 태어난 초월적인 존재의
대표주자로 할 수 있는 녀석이 있습니다. 이 녀석과는 이제 20년 지기가 된 셈인데
아직도 여자들을 후리고 울리는 데 타고난 소질을 지니고 있습죠.

남들은 돈 주고 하룻밤을 보내는 곳엘 가서도 술값, 여관비, 아침밥까지
여자가 계산하게 만드는 신비한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뭐. 별 거 없습니다. 말끔하게 생긴 건 당연한 일이고... -_-;
술 마실 때 아무런 말 없이 묘한 웃음만 짓습니다.
분위기는 한껏 저와 제 친구들이 살려 놓는데 실실 웃기만 하던 그 친구가
실속은 다 챙깁니다.

하여 저는 초월적인 존재와 그 분들의 영험한 힘을 믿는 편입니다. -_-;;

aromi님의 댓글

  읽기는 했는데 비몽사몽이라 주요내용이 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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