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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돈통은 텅 비어가고...

2011.05.31 13:39 571 24 0 0

본문

각종 공과금 및 보험료을 왕창 내고 왔습니다.
종합소득세, 지방소득세,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아파트 관리비를 냈습니다.
내는 김에 납부 기한이 아직 다가오지 않은 것들도 함께 처리했습니다.
250만 원 남짓한 금액입니다.
저는 자동이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내야 하는 돈의 무게를 늘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직불카드를 이용해 오만원권을 뽑았는데도 꽤 묵직했습니다.ㅋ

이제 돈통에 돈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니 200만 원을 약간 넘는 정도입니다.
이걸로 다음 달 말까지 살아야 하는데...
생활비 용도로는 대충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지만,
다음 달에는 아마도... 재산세를 납부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그것도 집 두 채에 부과되는 재산세라 만만치 않은 액수입니다.
살고 있는 집을 어서 팔아야 하는데...

한데, 막상 판다고 하더라도 다음 대책이 마땅치 않습니다.
전세 2억 원 내외의 집을 구한다고 가정하면,
삼 년 정도 산다고 볼 때, 그 돈을 정기예금했을 때 발생하는 이자 소득과
두 채의 집을 그냥 보유하고 있다가 지방에 있는 한 채를 팔았을 때,
거기에 부과될 걸로 예상되는 '양도 소득세' 금액을 비교해보면,
그게... 거기서 거기더란 말입니다.
시세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양도 소득세' 예상 금액이 2~3천만원 정도라...

괜히 '일가구 일주택' 유지한다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치우고
전세살이를 한다고 해도 결국 고생만 하고 말 것 같은 생각도 들고 해서
이리저리 가늠하다가 그냥 눌러 사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습니다.
이러다 자칫 양도 소득세를 3천 만원씩 내는 호사스러운 인생도 살아보고... 으하하~

하여튼,
지금 예상으로는, 다음 달 말이면 돈통의 바닥이 보일 것 같습니다.
일 해주고 돈을 아직 못 받은 곳에 연락을 해서
돈좀 빨리 넣어 달라고 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그런다고 그놈들이 협조해주리라는 기대는 역시나... 몹시 난망한 일이라... ㅋ

그래서 저는 요즘 돈이 없습니다.

돈이 없으니 마음도 가라앉게 됩니다.
만화 가게에 내는 선불금 만 원에도 손끝이 떨리고
동네에 새로 생긴 빠리 양동이 앞에서 망설이다 그냥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난 데 없이 비싼 동그라미 할머니 족발은 왜 이리도 먹고 싶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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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4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5.31 13:41

  그런데 요즘은 이사철이 아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이사다니는 분들이 많더군요.
우리 동에서도 지난 주말에 두 집이나 이사했습니다.

▦짬짬▦님의 댓글

  저는 월급쟁이라서.... 잘은 모릅니다만....
아마도 조만간.... 채권을 회수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ㅎㅎㅎㅎ

그러고 나면.... 파리양동이에도 편안하게 들르실 듯.... ^__________^

▦짬짬▦님의 댓글

  쎈자님... 최근 동네 전세값 확인하고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작년 9월에 이사를 할때에도 급등한 전세값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혔었는데....
매가는 한개도 변한게 없는데도... 전세는 또다시 30~40%가 올랐습니다.
이러다 전세값이 분양가보다 비싸지는 날이 조만간 올 듯 합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5.31 13:49

  크흐흐~
요즘 전세 값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저는 서울 강북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만,
올 들어서만 저희 동네의 전세 가격이 20%~25% 정도 올랐습니다.
24평형 아파트의 경우엔 1억 8천~2억 정도이지요.
작년 가을만 해도 1억 4천~5천 정도였는데...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5.31 14:09

  아싸~~
여기서 죽는 소릴 하고 있는 중에
옆에 있는 마누라가 그걸 보더니,
자기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가도 좋다는 착한 소리를 하네요~

지금 그거 들고 빵집으로 달려갑니다~ ㅋ

고은철님의 댓글

_mk_은행 대출 이자라는 항목이 추가되어 있는 저는 더 힘이 들군요...부채는 왜 안줄어 드는걸까요...ㅜ.ㅜ

붕어빵아헤엄쳐님의 댓글

  여기서 알 수 있는건

빵을 좋아하시는 풍소소님 ㅋ

그런데 요새 빵이 비싸서

만원으로 몇개 못사드라구요

몹시 아쉽...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5.31 16:01

  으흐흐~
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빵의 양이라는 것이,
어떤 걸 고르느냐에 따라선, 정말 얼마 안 되지요.

십이 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했을 때는
단지 내 상가에 빵집이 두 개나 있었고 바로 옆 단지 상가에도 하나 더 있었기 때문에
빵을 사먹는 일이 밥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흔한 일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하나씩 없어지더니 5년 전에 마지막 빵집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 뒤론 빵집에 가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빵 한 번 사먹으려면 15분 정도 걸어가야 한 대학교 앞에 있는 빵집에 닿을 수 있다보니...
그런데 올봄, 인접한 아파트 단지 앞에 빠리 양동이가 생겼습니다.
원래는 옛날에 왕관 베이커리가 있던 자리 근처였는데
영업 부진으로 문을 닫았던 그 건물 옆이었습니다.
옛날과는 달리 요즘 그 빵집이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것 같더군요.
물론 저도 그 빵집 매출 증대에 열심히 기여하고 있습니다. ㅋ

저희 세대는 본래 '떡 먹는 세대'입니다만, 요즘엔 별 수 없이 빵으로 만족하고 삽니다. ㅋ
아시다시피 괜찮은 품질의 떡은 빵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지요.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5.31 16:04

  다 좋은데,
제발 빵에 계란물과 시럽좀 발라 입히지 말라고 하시오!
치즈도 그만 좀 넣고!

붕어빵아헤엄쳐님의 댓글

  헛

전 치즈 든 빵만 사 먹어요 ㅋㅋ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5.31 16:26

  치즈 떡볶이, 치즈 라면, 치즈 들어간 부대찌개, 피자는 맛있는데
이상하게도 치즈 들어있는 빵은 값은 비싼데 맛은 별로란 말입니다. ㅋ

요즘 제가 빠리 양동이에서 사먹는 것 중에 가장 맛있는 것은
껍데기가 옛날과는 달리 울퉁불퉁해진 찰깨빵, 찹살 스틱,
참치가 들어가지 않은 모든 샌드위치입니다. ㅎ

샌드위치류는 값이 대개 4,500원 내외인데
배고플 때 양껏 먹자면 한 다섯 팩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던데...
양을 생각하면 다소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피자를 한 판 먹고 말지... 흐흐~~
 

붕어빵아헤엄쳐님의 댓글

  맞아요!

파리바게뿅 샌드위치는 너무 비싸요

하나 사려면

손이 덜덜 떨림

전 크림치즈가 듬뿍 든 빵을 좋아해요

아...

배고파

향기님의 댓글

향기 59.♡.215.78 2011.05.31 18:09

  모처럼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무장해제의 한가로움을 만끽하고 있는중입니다.
너무 조용하다보니 약간의 무료함도 있습니다.
저녁 반주로 먹고 있는 일정 분량의 알콜이 취흥을 도도하게 해주는거이…흐
담배도 한대 물어 봅니다.
한동안 안피우며 아예 끊어버릴까 했지만 당분간 다시 손대기로 했습니다.
세상은 항상…..  이리 여유로이 살아야 되는것인데… ㅋ

이젠 철들 나이도 한참 지났는데 말입니다.
알콜이 들어가니 괜히 소풍가는 아이처럼 기분이 들떠 노래 볼륨을 한껏 높여봅니다.

아…  빵 싸들고 소풍가고 싶네!!

음….. 그런데
소주 일병의 오르가즘 상태가 좋긴한데….
취기상태의 잡글들이 자꾸 횡설수설로 흘러가는것 같아 면구스럽슴돠.

이쁜 저녁! 되시길 바람돠~ 흐흐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5.31 18:12

  아범 님께서 음주 중이신 걸 알았다면
한층 신나는 노래로 골라 올렸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오늘은 차분한 노래로만 골랐습니다~
어제 나라에 돈을 너무 많이 바쳐서 속이 헛헛하다보니... 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5.31 22:49

  밤 11시입니다.

'군림천하' 22권이 무려 2년 만에 출간되었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기획과 출간 준비에 들어갔고
2001년부터 간행되기 시작해서 이제 1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거 빨리 봐야 하는데...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6.01 01:21

  비가 촉촉하게 내립니다.
날이 바뀌었고 한 시를 넘었습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6.01 01:22

  위에 아범 님께선 초저녁에 한 잔 하셨던데
저는 조금 전에 캘리포니아산 호두를 안주로 맥주 한 캔을 빨았습니다.
덕분에 기분이 촉촉합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6.01 01:45

  무협 소설 보는 얘기가 나온 김에,
옛날 중고삐리 시절에 무협 소설 읽던 추억도 솔솔 되새겨집니다. ㅋ
취한 마당에...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그냥...
시답잖은 야부리 한 판 길게 까봅니다~


'70년대 중반의 대본소 무협 소설의 모습이란 것이,
분량은 대략 250쪽 내외, 국한문 혼용에 세로쓰기로 된 양장본 형식이었는데
'70년대 말부터는 요즘과 비슷한 형태로 포맷과 제본 방식을 바꿔 출간되기 시작했습니다.

돈이 무척 귀하던 시절이라 '구간'은 물론 '신간'을 보고 싶은 대로 다 구해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있었습니다. 뭐... 뻔한 방법입니다.
무협 소설을 즐겨 읽는 놈들 서넛이 모여 빌린 걸 돌려가며 읽는 방법 말입니다. ㅋ
대여 기일이 3박 4일 혹은 4박 5일이었기 때문에
하루에 한 권 이상 반드시 읽어내야 하는 시스템이라 나름 굉장히 바빴습니다.

어느 한 놈이라도 게으름을 피워선 절대로 안 되는,
톱니바퀴처럼 오차없이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매우 빠듯한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개인 사정 때문에 가끔 규칙을 어기는 놈이 생기면
동료들의 득달같은 비난과 고강도의 견책에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금전적인 패널티도 가해지고...

어떤 경우에는 만화 가게 한 곳에만 있는 특정 작품을 보기 위해
각자 그 가게에 시차를 두고 들어가서 한 놈은 1, 2권, 다른 놈은 3, 4권, 또다른 놈은 5, 6권,
네 번째 놈은 완결편인 7권을 빌려서 읽는 경우도 있었는데,
제가 '네 번째 놈'이 되어 가게에 들어가서 마지막 권을 빌리려고 하면,
주인 아주머니가 '앞 권도 보지 않고 뭐하러 그걸 먼저 가져가느냐'고 하면서
웬만하면 다른 걸 보는 게 어떠하냐는 식으로 타이르듯 권했습니다.
그럼 저는 느긋하게 둘러대곤 했습니다. '앞 권들은 전에 다른 집에서 봤기 때문에... ' ㅋ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저런 짓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함께 책을 빌려보던 놈들이,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었음에도,
다행히 전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함에 따라
'결맹'은 깨어지지 않고 아주 오래 계속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몇 년을 지내다보니 볼만한 책이 점점 드물어졌고
학교 근처나 '맹원'들이 사는 동네의 가게는 전부 털어먹게 되자
결국 우리는 시내 곳곳을 누비며 먼 곳까지 원정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먼 곳에서 빌려온 책은 나중에 반납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위 바위 보로 책 갔다줄 놈을 하나 뽑아
그놈에게 다른 놈들이 빌린 책까지 전부 얹어 반납하는 방법을 자주 쓰게 되었습니다.

먼 곳은 십리도 넘는 거리에 있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파한 후 저녁 10시가 넘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책을 갔다주는 일은
애초의 생각처럼 그리 수월한 일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을 반납하지 않고 집에 쌓아두는 일이 처음에는 가끔씩
나중에는 서너 번에 한 번씩 자주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삐리 시절까지 함께 했던 네 명 중에, 한 놈이 주로 저런 짓을 저질렀습니다.

그 망할 놈이 책을 반납하지도 않았으면서 친구들에게는 갔다줬다고 천연덕스럽게 뻥을 쳐대곤 했는데,
그 말만 믿고 다른 놈이 그 가게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주인 아저씨에게 걸려
이런저런 안좋은 소리를 듣고 반납을 독촉받는 일이 자꾸 발생하게 되자,
존망의 위기를 느낀 나머지 맹원들이 날을 잡아 함께 모여 대책을 논의하던 중,
그놈을 잘라버리자는 과격한 의견이 대두되었고 의외로 맹원들의 선선한 지지를 얻어
'결맹'의 공식 결정으로 의결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우리 맹원들의 단호한 결정에 그놈은 큰 충격을 받고 말도 더듬거리면서,
제발 한 번만 봐달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하면서
당시 자주 가던 '호진만두'에서 만두 다섯 판과 '하야비치' 두 병을 내기로 하고
가까스로 퇴출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호진만두'에서 만두를 안주삼아 '하야비치'를 나누면서
맹원 모두가 새롭게 심기 일전해서 독서 결맹의 규범을 철저하게 관철하자는 다짐과 결의가 있었음에도
당시의 객관적인 정세가 이를 용납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전되다보니,
나중에는 그놈 뿐만 아니라 다른 놈들도 수시로 책을 반납하지 않는 일을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조직 생활'이 계속될수록 각자의 집에 쌓여가는 미반납한 책의 양도 함께 늘어갔습니다.

일정한 시기마다 책을 모아 반납하는 일을 서로 독촉하고 실천해보기도 했지만
빌려보는 양에 비해 반납하는 양이 언제나 적다보니 결국 완전히 떼어먹는 일도 생겨났고
그렇게 되면 그 가게 언저리엔 절대로 출입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고3 말쯤에는, 네 명의 맹원 모두가, 서로 조금씩 겹치거나 다르기는 했지만,
휴가 나온 군인이 '위수 지역'을 챙기는 것처럼 도시 내에 출입이나 왕래가 불가능한 곳을 살펴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는 옹색한 처지로 내몰리고 말았습니다.
무심코 길을 걷다가 만화 가게 주인에게 붙들리는 참담한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언제나 사주 경계를 철저히 하면서 신중하게 행로를 선택해야 하는 신세였습니다.
바야흐로 백도(白道), 명문(名門)을 지향했던 우리 '독서 결맹'이
어느덧 풍진 세상에 떠밀려 흑도(黑道), 사파(邪派) 패거리로 전락해가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었고... ㅋ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맹원' 넷은 전부 서울에 있는 학교에 진학했는데
입학을 코앞에 둔 2월 말의 어느날, 이십 년 가까이 사용했던 제 살림을 전부 정리하고 분류하던 중에
그동안 집에 쌓아둔 무협 소설을 모아 보았더니 두꺼운 투명 비닐로 된 비료 푸대(부대)로 세 자루나 나왔습니다.
상경하기 전에 이걸 수레에 담아 몰고 가서 그동안 책을 떼어먹었던 가게를 돌면서
주인들에게 용서를 빌고 반납할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책에 가게 이름이 박혀있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그동안 소홀히 다루면서 낙장, 파본된 것도 있고해서
결국 광 깊숙한 곳에 쌓아놓고 그냥 서울로 올라오고 말았습니다.

당시 다른 맹원 놈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서 그들의 상황을 물었더니 한결같았습니다.
한 놈은 무려 200권이 넘는다고 했고 다른 놈도 정부미 자루로 네 자루나 된다고 실토했습니다.
만두와 '하야비치'를 샀던 놈은 의외로 적어서 서른 권도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그놈들도 일일히 주인을 찾아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지로 처분하라는 당부를 모친께 올리고 상경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책을 도저히 파지로 처분하긴 어렵던데... 악독한 놈들 같으니라고.. 크흐흐~

이런 경험을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학 1학년 여름 방학은
지방에서 고향을 떠나 타지로 진학한 수많은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진학과 함께 헤어졌던 초중고 동기들이 전부 고향에 돌아와 서로 만날 수 있고
소식이 끊긴 친구의 근황과 안부를 알아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저도 그해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 귀향하게 되었고
거기서 다시 만난 친구들과 잠시나마 '결맹' 활동을 추억 여행처럼 다시 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함께 모여 술을 한 잔 하고 거나해진 네 놈이 의기투합해서
모처럼, 근 반 년 만에,  예전에 자주 가던 만화 가게 한 곳으로 몰려갔는데
처음엔 잘 못 알아보던 주인이 이윽고 우리 정체를 알아채자마자
느닷없이 한 놈의 손목을 낚아채고는 어서 빨리 경찰서로 가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아뿔싸!'하면서 주인에게 잡힌 띨띨한 놈을 팽개쳐두고
번개처럼 가게를 뛰쳐나와 전력으로 신법을 펼쳐 멀리 도망쳤습니다.

다음 날 현장에서 잡힌 놈의 소식이 궁금해서 전화를 해보았는데,
주인 아저씨에게 백배 사죄하고 가까스로 해결을 보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가게 주인이 말하길, 다른 놈들도 전부 와서 사과하면 봐줄테니 내일 함께 오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그날 오후에 '맹원' 넷이 모여 그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전날 밤에 이미 한바탕 한풀이를 하신 주인 아저씨가 의외로 쾌활하게 맞아주었고
그날 오후 내내 그 가게에서 책도 보고 어묵 꼬치도 사먹고 오징어도 구워먹고 떠들며 놀다가
밤 늦게서야 가게를 나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 중 누구도 고향에서 책 가게에 가자는 소리를 하는 놈이 없어졌습니다.
어떤 가게를 가야 괜찮은지, 어떤 가게는 절대로 가지 말아야 하는지,
뭐 이런 걸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놈이 없다보니...

세월이 많이 흘러 고향을 떠난 지 10년 쯤 지났을 무렵,
시골에서 이사 준비를 하시다가 전화를 넣으신 모친께서 저에게 하시던 말씀 중에,
"짐 정리를 하다보니 옛날에 네가 모아놓은 소설책 담은 자루가 그냥 있더라.
일을 도와주던 옆집의 착한 고등학생이 그걸 보더니 환장해서 저 달라고 사정을 하는데,
그거 그놈에게 줘도 괜찮겠지?"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낄낄거리던 제가 말했습니다.

"그놈에게 줘버려요.
한 권도 빠짐 없이 다 줘도 됩니다!"  크흐흐~



 
 



 








 

SolidThink님의 댓글

  부자시군요~ 헐....ㅠㅠ

바깥사돈님의 댓글

  아이고 제가 내일모레 이사를 한다니까요!
집을 보고 다니다가 두집어지는 줄 알았죠

"와~아, 이렇게 올랐꾸우나..."
입이 쩍 벌어지더군요

향기님의 댓글

향기 59.♡.215.78 2011.06.01 11:18

  ㅋㅋㅋ 재미난 야부리

저도 중학교 시절 안갖다준 만화책이 쇼핑백으로 수도없이 많았는데…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동네 활동반경이 무척이나 좁아지더군요. ㅋ
요즘은 뭐 신분증 제시에 게다가 확인전화까지 하니 제날짜에 반납안하면 안된다지요.

아..  비디오테잎 안갖다준것도 꽤 있었지 싶습니다. 흐흐;
그때는 정품보다 공테이프에다 불법복사한걸 대여해주곤 했었는데….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1.06.01 16:33

  음흠!
역시 아범 님께서는 저와 비슷한 경로를 밟아오셨군요!

'87년, '88년 무렵에 제 동기들이 대학을 마치고 일제히 취업에 나섰는데,
그놈들이 회사에서 봉급을 받아 제일 먼저 한 짓이
바로 비디오 플레이어를 구입하는 일이었습니다.

'88~'90년 무렵에는 말씀하신 대로 대여점에 정품보다는 복제품이 훨씬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복제품 중에서도 일반 영화보다는 쌕쌕이가 더 많은 곳도 꽤 있었고...
제가 저 시절 비디오 대여점을 하던 사람 몇을 알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정말... 돈을 무지하게 많이 벌었습니다.
소규모 자영 소매업자로선 단기간에 기록적인 수입을 올렸습니다. ㅌㅌ
비록 '90년대 중반부터는 업황이 급속하게 내리막으로 치닫긴 했지만 말입니다.

윤영두님의 댓글

향기님의 댓글

향기 59.♡.215.78 2011.06.02 10:12

  ㅎㅎ 비디오 플레이어가 빛을 발하던 시기였지요.

그런데 요즘은 어느 집엘 가봐도 이젠 보기 힘든 녀석이 되버렸습니다. ㅋ
DVD나 블루레이가 대세인 판국에 저희집엔 10년도 넘은
VHS비디오 플레이어가 아직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이사 올때도 마누라가 버리자는걸 제가 만류하며 신주단지 모시듯 했지요.
아직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는 비디오 테잎들도 있고
에... 또  먼 훗날 골동품으로 비싸게 팔리지 않을까 해서... ㅋㅋ

그나저나 결혼식 비디오테잎들이 곰팡이 슬기 전에 pc로 옮겨놔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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