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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아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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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리발님 아래글 보며.. 저희 부부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
며칠전 끔직했던.. 일이 있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중앙난방식이 대부분인 이곳(중국)에서는 누안치(난방)가 끊기는 3월 중순 이후로 밤이면 참 춥습니다.
며칠 북경에서 일을 보고 내려온 날 밤.. 아파트단지 입구로 들어서는데 바람은 또 어찌나 세게 부는지..
빨리 따뜻한 집안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 뿐이더군요.. 문앞까지 가서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또 눌렀습니다...
또 눌러도.. 대답이 없더군요.
'이긍.. 남편은 고생하며 돌아다니는데 그새를 못 기다리고 잠들어 버렸구만..'
한편으로 화도 나고..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에 초인종을 마구 눌렀죠. ㅡ,ㅡ;; 그런데. 여전히
아무런 기척이 없더군요.. 허걱, 순간 머리로 뻣치던 화가 걱정으로 변하고 마음이 초조해졌습니다.
무슨일이 생긴건가? 라는 의심과 함께 다급히 집사람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병원이라더군요..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심정이란...
바로 뛰쳐나가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무슨 택시가 이렇게 느린지.. 빨리가자고.. 아기가 아프다고.. 난리를
치자 택시기사가 속도를 냈습니다. 중국도 아이들을 워낙 끔찍하게 생각해서 아이들과 관련된 일이면
몰인정하지는 않더군요.
아동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응급실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두리번 거리다가 접수창구로 뛰어가 한국인 아기가
아파서 찾아온 사람 없냐고, 한국인 엄마하고 같이 있을거라고 다급하게 말하자.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쳐
주더군요.. 정신없이 그쪽으로 뛰어가서 불이켜진 곳의 문을 벌컥벌컥 열어제꼈습니다.
사람은 없는 진료실뿐이고.. 그때, 저쪽에서 집사람이 아이를 안고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뛰어가서
무슨일이냐고, 솔이는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열이 너무 올랐었는데 지금은 내려갔다고, 주사맞고, 처방받고
일단 집으로 가도 좋다고 했다더군요.
솔이는 잠들어 있었습니다. 쌔근쌔근 숨을 모아쉬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그래도 열이 많이 내려서
많이 좋아진거라는 집사람 말에 큰 시름은 놓이더군요.
그때서나 집사람 얼굴도.. 집사람 차림도 눈에 들어오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고, 차림새는
츄리닝에 어디서 넘어졌는지 무릎에 흙까지 뭍어있더군요..
일단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택시를 타고나서 차분하게 물었죠. 어떻게 된 일이냐. 왜 전화를 하지 않았냐.
걱정했다....... 외국생활에서 힘든게 이런것이더군요. 아이가 아파도 어디한곳 연락해서 도움받을 만 한 곳이
변변치 않다는.. 낮까지 별 일 없이 있었는데, 저녁나절부터 열이있다가 밤중에는 열이 너무 올라서 전화할
정신도 없이 병원으로 뛰어갔다는..
그날밤은 그냥 아기 머리맡에서 우리 부부는 그냥 아기만 바라보고 날을 지새웠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체온을 재면서 그냥 바라보는 것 밖에 없더군요.
다행히 다음날 아침 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나서 여기저기를 기어다녔습니다.
전쟁같은 밤이 지나고 평화가 온 듯 하더군요. 북경에서 4일간 낮에는 사람만나고 밤에는 작업하고 밤새 치룬
야전으로 지친 전 그냥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떨어질 무렵 얼굴을 긁는 솔이때문에 잠에서 깼급니다. 이놈이 이제 살아났구나.. 하며 일어나려는데,
헉! 그런데 이녀석이 혼자 벌떡 일어서 있는게 아니겠어요? 여보! 솔이 혼자서 걸어~! 언제부터 혼자 걷는거야?!
하며 소리쳤습니다. 며칠전까만 해도 물건을 짚고 걷거나 손을 잡아주고 걸었는데 못보던 새 혼자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집사람 말로는 출장간 다음날 밖에 나갔다가 혼자 서기 시작하더니 이젠 조금씩 걷는다는
것입니다. ㅎㅎㅎ 집에오면 보여주려고 전화로도 말하지 않았다는 집사람 말.. ㅎㅎ 난생처음 보는 귀한 물건을
바라보듯 딸을 바라보는 제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더군요.

그제가 돐이었는데, 2주전에 한국에서 돐잔치를 미리 하고 들어왔더랬습니다. 아기는 저희 부부를 너무 끔찍하게도
행복하게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런 경험을 많이 겪어야 아빠가 될 수 있겠죠? 아니 평생 아빠되는 것은 배워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준비된 아빠가 되겠다는 옛날 생각이 그냥 생각에서 그친 점도 반성하게 되구요.
앞으로 이런 일 몇번이나 더 겪어야 가슴 덜 조이는 아빠가 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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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5 00: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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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8

잿빛하늘님의 댓글

  걱정 많이 하셨겠군요. ^^
큰 탈없이 지나셨다니 다행입니다.
어떤 말이든 어떤 맘이든 다 이해가 됩니다.
저도 두 아이의 아빠거든요. ㅎㅎ

너무 이뻐만 해서도 안되는건 아시죠? ^^

학서니님의 댓글

  뭐... 첫째 때는 그렇습니다... ㅋㅋㅋ 저도 응급실 한 3번정도 갔나? 그 후로는 않가죠... 가봐야 별거 하지도 않고 괜히 애 삐만 빼고 지치기만 합디다... 그리고 인턴들의 그 무관심이란... 애 벗겨 놓고 물만 바르라고 하고... 그래서 왠만하면 참지요... 일전에도 막내가 열이 103까지(거의 40도) 올라갔는데... 그냥 해열제(타이레놀)먹이고 잠시 봐줘구 잤는데... 담날 멀쩡... 헐...

너무 놀라지 마시길... 부모가 놀라면 아기가 더 정신못 차리고 더 고생합니다..

macintosh님의 댓글

  저도  응급실  두번정도 갔었지요~~
울  392일 된 이뿐딸이  응급실 갈 날이 없었야 할텐데...

여백님의 댓글

  에궁
지금 남편노롯도 벅찬데..
아빠란 것도 심든 거구나...

-,.-"

학서니님의 댓글

  그래도 제 경우엔 남편 노릇이 100배는 어려운것 같습니다. 딸 3을 합친것보다 더 어려우니 원...

채성운님의 댓글

  고생하셨네요.. 아이가 빨리 나아서 다행이고요.
외국 생활하시면서 많이 놀라셨겠네요.
그러면서 아이들은 크지요 아프고나면 부쩍,,,
둘째딸은 폐렴으로 입원까지해서 그때 주사 바꿀때마다
그난리를 처서..^^ 그러면서 크나봅니다..

최은정님의 댓글

  저도 지금 미국에 있어서 정말 와닿는군요. 이제 6개월된 아들이 조금 남다른행동을 보일때마다 어디 물어볼곳도, 그다지 이상한것 같지 않은 일이어도 의사를 찾아가기는 뭐한 그런일들이 있을때마다 참 타국생활이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아이가 건강한 편이라 그다지 병원신세는 지지 않아서 그나마 살고 있네요...아이를 낳고보니 거저 부모가 되는게 아닌것 같습니다.-_-

박미순님의 댓글

  울작은애 돌무렵에 두달정도를 매주 토요일만 되면 열이나는거에요...
그러다 결국엔 입원...응급실에 질질~울고잇으려니 소아과 담당의가
하시는 말씀...병실에 올라가보세요...더 아픈애들 많으니까
이런거가지구 울지말라구...
부모한다는거...젤 어려운 공부구 숙제인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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