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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힘내... 오빠만 그러는거 아냐.

본문

애플포럼에서 뵜던 tilpang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
이곳 분위기에 맞게 결혼 2년차의 소회를 털어보겠습니다... -_-;

----------------------------------------
어머니의 희생적인 삶을 기억하는 저로서는 최근들어
괄목할만큼 성장한 여권에 대해 딴지를 걸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2년차에 접어든 지금
뭔가 심각하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가부장적인 가족구도 하에서 남자가 짊어져야 했던 의무는
고스란히 남은 채 여자가 짊어져야 했던 의무는 나눠갖게 되었으며
남자가 누릴 수 있었던 권리(혹은 특혜)는 여자의 권리와 평준화 되었거나
역전되었다.'

지금까지 저는 제 집사람에게 '여자가~'로 시작하는 말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여자가~'로 시작하는 말은
저속하며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 뿐만 아니라 '금기의 언어'가
되어버린지 오랩니다.

제 집사람은 하루에 한 두번 '남자가~'로 시작하는 말을 버릇처럼
되뇌입니다. '남자가~'로 시작하는 말은 도저히 제가 거부할 수 없는
묘한 힘을 갖고 있어서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상황은 종료되고 맙니다.

주로 어떤 경우에 '남자가~'란 말이 나오냐 하면

'집에 돈 없는 걸 나한테 뭐라고 하면 어떡해. 원래 돈은 남자가 버는거야.'
'남자가 못질 하나 제대로 못해서 사람 쓰게 만드니?'
'남자가 째째하게 왜 이렇게 쥐 잡듯 잘잘못을 따져? 그래. 내가 잘못했어. 속 시원해?'

동성의 룸 메이트와 자취생활 하듯 결혼생활을 할 수는 없겠지만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자가~'라는 최면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이 간혹 한심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남성들의 거만한 말투와 게을러터진
생활을 질타했더랬는데... 향후 몇 년안에 그 관계가 역전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제가 만나는 남성들의
눈빛은 지위고하를 떠나 거의 '구걸'을 하는 수준입니다.
바뀐 사회 분위기에 아직 적응을 못해 입에서는 '아부'를,
눈에서는 불이 이글거리고 웃고 있는 입가엔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만 드문 케이스입니다.

반면 제가 만나는 여성들의 눈빛은 '사냥꾼'의 눈빛입니다.
비록 입가엔 미소가 흐르고 있지만 언제든지 헛점이 보이면 발톱을 세워
잔인하게 유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지요.
그녀들의 언어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지라 내뱉는 얘기를 채 독해도 하기 전에
스스로 결론지어 버리고 자리를 떠버립니다.
저는 그녀들이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가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가부장적이고 전근대적인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는 경우도 있고
개개인의 가정사를 시시콜콜 들여다 볼 수 없어 제 얘기를 일반화 시키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말싸움에 져 의기소침해 있는 저를 달래는 아내의 말에
저는 다가올 '가모장적'사회의 또 다른 폐해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됩니다.

"힘내. 오빠만 그러는 거 아냐.
친구들하고 얘기해 보면 요즘 신랑들 다 그렇게들 참고 산대더라.
오랜만에 맛있는 저녁 해 줄테니까 화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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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2 0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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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6

소주에감자탕님의 댓글

  ㅋㅋㅋ 당신을 "남기동"의 회장으로 임명합니다.
남기동??
또또또또 못알아듣네 또~~
남자덜 기살려 주기 운동~~ㅋㅋㅋ 이하동감!!

소주에감자탕님의 댓글

  다만 불쌍한 여자들도 따스히 안아줘야 한다능~~
애낳고 애보구 시부모 눈치보구 맞벌이에 살림까정... 생각하면 눈물 핑~ 돈다능~

Bluenote님의 댓글

  예. 저도 제 집사람 많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

결혼전엔 주위에서 눈매가 너무 무섭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살기가 도는 것 같다는 친구도 있었죠...

결혼 후에는 그 눈빛이 사라졌다네요. ^^;

편안해져서 그럴수도 있고 길들여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답니다. ;-)

tilpang님의 댓글

  저희 집안은 아버지가 물~! 하면 어머니가 토하나 안달고 물떠다 갖다주시는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지요. (지금은 나이가 드셔서 그런지 역전 된 느낌입니다만 ^^;)
제 경우는 여권신장 정도가 아니고 권력남용에 가깝지 싶네요.
적응하기 까지 애로 사항이 많았다는...
아마도 결혼초기에 백수생활을 잠깐 하는 통에 주도권이 넘어간 것 같습니다. ㅋㅋㅋ
그때야 나름데로 불만도 있었지만 어언 결혼 5년차로 접어 들다 보니
이제는 초연한 듯 합니다.
잘모셔야지요. ㅋㅋ
위에 제글에 많은 리플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오늘은 집에서 마눌님 발마사지라도 해줄까 합니다.

조만간 어여쁜 2세도 빨리 만들어야 겠구요.



성준호님의 댓글

  한편으론 공감100%

다른 한편으론 100% 언급이 되지 않은 또다른 여성들의 어려움이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결국, 서로 이해를 하며, 존중을 해야 할것 같아요. 물론, 무척 힘이 드는 일이지만요.

그래도 저녁은 맛있게 만들어 주시나 봅니다.

저는 가끔 skip을 당한다는... -_-;

Bluenote님의 댓글

  네. 저 또한 부족하지만 많이 이해해주고 감싸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여자로서 살아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건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더 노력해야겠지요.

아... 그리고 저녁은 말입니다...
글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랜만에' 입니다. 오.랜.만.에... -_-;

학서니님의 댓글

  2년차 정도에... 흘... ^^; 전 아직 아침 않해 주거나 저녁때 밥 없으면 아주 ~~~ 심하게 타박 하는뎅... ㅋㅋㅋ 미국에 살면서도 뻔뻔 하지요~~~ ^^
때론 뻔뻔함도 필요합니다... 아내는 길들이기 나름... ㅋㅋㅋ 10계정을 지키면서 요구하면 할말 없을걸요?

Bluenote님의 댓글

  아... 중요한 얘기를 빠트렸습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저녁도 안 챙겨 준다면... 제 집사람에 대해 곡해의 여지가 있을 듯 합니다...
저희들 역시 맞벌이 부부입니다.
전에도 올렸던 것 같은데... 캐드기사입니다. 자기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부르지만... -_-;; 노가다 십장이라고 놀려주곤 하죠.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긴 한데... 그래도 여자가 하기엔 좀 버거운 일이죠.
특히나 목수들이 현장감독이 여자라고 하면 일단 한 번 개겨본답니다.
어찌 나오나 함 보자~ 하는 식이죠.
울 집사람 무섭습니다. 며칠 내로 현장을 초토화 시키고 껄렁대던 목수들을
순한 양처럼 길들입니다.
그 버릇이 남아서 저를 자꾸 길들이려 합니다. ㅎㅎ...

가만히 생각해 보면... 워낙 거칠고 남성적인 일을 하다 보니...
집에서만큼은 남편에게 애교도 부리고 말도 안되는 고집도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풀려는 것 같아서...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될 때도 많지만
들어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아... 역시... 유부남은 힘든 직업인 것 같습니다. ㅎㅎ

학서니님의 댓글

  나는 당신이 무슨짓을 하건 어떠한 상황이건 100% 당신 편이라것에 대한 확실을 줘야 하나 봅니다... 내가 당신에게 싫은 소리하고 비판하는것은 적처럼 보이나 그것은 당신을 위한 진정한 충고라는것을... 여자들은 그것을 이해할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더군요,,, 특히 사회생활 오랜 사람일수록... 저도 마누라 눈치 보면서 살지만 그건 사람 비위 마추어가면서 할말 안할만 가려해 주고 상황에 따라 다른 대처를 위함입니다. 그래야 서로 편하다는것을 깨달아서리...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고집이 약이 돼는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타협이 더 좋지요... 시간이 지나면 서로의 모난 부분이 달아져서 둥글둥글 하게 맞추며 살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alt님의 댓글

  결혼은 판단력이 부족해서, 이혼은 이해력이 부족해서, 재혼은 기억력이 부족해서 라 더군요..
판단력이 부족해서 결혼했다면 이해력을 십분 발휘해야 겠지요

Bluenote님의 댓글

  판단력과 이해력, 기억력...
비슷한 글을 여러 번 봤었는데 볼 때마다 참... 기막힌 비유라고 생각했었습니다. ^^;

판단력 부족으로 결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의 아내와는 만 4년 가까이
동거를 했고 지금도 사실... 동거중인지 결혼생활을 하는지... 둘 다 잘 모르고
있습니다. -_-;;
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다죠... -_-;;

이해력은 동거 2년차부터 초인적인 힘으로 발휘하고 있습니다. ^^

학서니님의 댓글

  Blunote님의 글을 본받아... ^^;
"지금의" 란 단어의 선택은 좀... 꼭 여러번 중에 하나라는 의미로 들려서리... ㅋㅋㅋ
너무 뭐라 하지 말아주시길... 그냥 어부인께서 보시면 섭섭해 하실것 같아서여... ^^ 아님 혼나시거나... ㅋㅋㅋ

Bluenote님의 댓글

  0_0
읽어보니 그렇군요.
지금의 아내라... -_-;;
틀린 말도 아니고 맞는 말도 아닌 묘한 뉘앙스를 풍깁니다. ^^;

지금의 아내인 건 분명히 맞는데 말 속에 숨은 묘한 뉘앙스는 사실과 다른(정말입니다. -_-;;)

댓글에 대한 수정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글을 지워버리면 학서니 님의
댓글이 엉뚱한 얘기가 될 터이니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

통상 다른 커뮤니티에서 쓰는 아이디와는 전혀 다른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으며 집사람이 KMUG란 싸이트를 알지 못하는 관계로... 염려해주신
일은 일어나지 않을것 같네요. ^^

감사합니다.

학서니님의 댓글

  저도 그런줄 알았는데... 제 방문 기록을 보고 아내가 케이머그 보고 있는걸 보고 흠짓 놀렸습니다... 주의하시길,,, ^^ 생각보다 똑똑하심니다... 마눌님들... ㅋㅋㅋ

Bluenote님의 댓글

  집에서 쓰는 컴에는 즐겨찾기나 북마크를 해 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방문기록을 비롯한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 버릇이 있지요.

소시적 게임방을 드나들면서 생긴 습관입니다. ;-)

박성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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