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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2010.10.06 11:52 368 11 0 0

본문

1981년이 마지막 해였던 것 같다.
그 후론 그것을 맛 볼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더이상 군것질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게 옳겠다.
여하튼...

50원짜리 콜라맛 쮸쮸바. -,.-”


1981년이라는 나의 앨범은 그 어떤 역사적 이슈보다도 밋밋하고
단순하기 그지없던 디자인의 쮸쮸바와 그에 대한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
어느 초여름날처럼 약간 무더운 날씨였고 평소와 별다를 것 없이
방과 후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무더운 햇살 탓이었을까,
아님 어깨에 짊어진 내 몸집과 비등한 큰 가방이 무거웠던 것일까...
나와 친구놈 둘은 아파트 상가로 들어갔다.
따가운 햇빛은 피할 수 있었지만 목젖을 말리는 갈증은 견디기 힘들었다.
셋이 주머니를 털어보았다.
음료수 하나 정도는 살 수 있겠지...
그 당시 대개의 국민학교 4학년생이 그랬겠지만 넉넉한 용돈이란 그저 꿈같은 이야기였다.
준비물을 사거나 또는 육성회비 따위를 내고 어쩌다 남은 잔돈푼 정도가 우리 몫이었다.
셋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고작 60원...
나...10원
친구 하나...20원
친구 둘...30원
.
.
암담할 따름이었다.
왜 그런 날일수록 그 흔한 100원짜리 하나 없는 것이었을까.
그러나 우리의 아쉬움과는 상관없는 것이 현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10원짜리 풍선껌 6개
아님 50원짜리 쮸쮸바 1개...
결국 목이 타는 우린 후자를 선택했고 무안하고 심하게 쪽팔린 일이었지만
주인아주머니께 3등분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돈을 제일 많이 냈던 친구가 가장 양이 많은 뒷부분을
20원 낸 친구가 그 다음 부분을
10원짜리 하나로 쮸쮸바를 맛보려 한 나는,
몸통부위가 모두 잘려나간 꼬랑지부분을 먹게 되었다.
그렇게 난도질 당한 쮸쮸바를 먹어야 했던 나는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물기 하나 없을 정도로 빨아먹었다.
두 놈들은 시원한 청량감을 음미했겠지만 나는 밀려드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집에 돌아온 뒤 한참동안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울분을 삭힐 수가 없었다.
단돈 50원 때문에 내가 난도질당한 쮸쮸바를 먹어야 하다니!!
어느새 내 주먹은 불끈 쥐어져 있었다.

이윽고 다음날 보란듯이 50원을 들고 등교했다.
하교길에 그 놈들 앞에서 50원을 보이며 쮸쮸바 하나를 샀고 선심을 쓰듯 나누어 주었다.
내가 최고의 부위를 먹었음은 물론이요 어제 그 부위를 먹었던 녀석에게 꼬랑지를 주었음 역시 당연지사였다.
그 녀석의 애절한 모습을 보며 여유있게 시원한 콜라맛을 음미하면서 속으로 당시 유행하던 카피를 읊었다.
‘그래, 이 맛이야.’

그 후, 우리는 경쟁이라도 하듯 쮸쮸바를 사기 시작했다.
하루는 내가, 다음 날은 다른 친구가, 그 다음 날은 또 다른 친구가...
첨에는 유치한 경쟁심리의 발동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행동은 과시욕이나 치기어린 경쟁심리가 아닌
하나의 표식(?)이 되어갔다.
작은 쮸쮸바 하나도 함께 나누는 친구라는 의식, 그리고 우정..
어느새 가슴 속에는 그 어떤 뿌듯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졸지에 50원짜리 쮸쮸바는 단순한 싸구려 아이스께끼가 아닌 우리 하교길의 동반자가 된 것이다.
이는 그 후 유행했던 주윤발의 밀키스도 장국영의 투유 초콜릿도 넘볼 수 없는 고매한 경지였다.

그렇게 쮸쮸바에 의해 맺어진 의리가 지속되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우리의 이런 행동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린 왜 콜라맛만 먹는거야? 딸기맛도 맛있잖아!”

....충격이었다.

고귀한 우정의 표식에 금이 갈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다른 놈이 말했다.
“빨간색은 여자색이잖아. 우린 남자니까 빨간색 먹으면 쪽팔려.”

아... 이 얼마나 현명한 대답이란 말인가.
그당시 우리에게 있어서 지지배들이란 그 얼마나 귀찮고 짜증나는 존재였던가.
그들은 툭하면 울기 일쑤였고 삐지기를 밥먹듯이 하지 않았던가.
그에 비해 우리 남자애들은 어떤가. 이렇게 매일 우정을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여자애들이나 먹는 것을 우리가 먹다니... 남자로서 간과할 수 없는 행동이다.
우리는 이렇게 의견을 모으고 먹던 콜라맛 쮸쮸바를 마저 빨았다.

이후 우리가 어떻게 해서 쮸쮸바를 그만 먹게 되었는지 정확한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50원짜리를 3등분씩이나 해야 한다는 것에 가게 아주머니는 거부 반응을 일으키셨고
마침 그 즈음에 한 친구가 용돈을 받게 되면서 우린 그의 경제력과 대세에 힘입어
50원짜리 콜라맛 쮸쮸바를 내려놓고 무려 100원짜리 포도맛 폴라포를 먹게 된 듯 하다.


어젯 밤에 마누라 친구들, 그리고 그 남편들과 한 잔 했다.
꼼장어 맛있게 하는 집이 생겼다하여 모두가 2차를 원했지만
시간도 늦었거니와 나는 취기도 어느정도 올랐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마누라가 많이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결국 내가 먼저 아이들 데리고 들어가서 씻기고 자고 마누라는 2차를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어쩔수 없이 편의점에 들어갔다.
하나씩 골라보라고 했다.
두놈다 골른것이 쮸쮸바 비슷하게 생긴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그 양이 쮸쮸바의 두세배는 되보였다.
한 입 뺏어먹어보니 시원하니 달짝지근한거이 괜찮았다. 다시 들어가서 내 것도 하나 샀다.

집에 들어갈 때까지 물기 하나 안남기고 깨끗이 빨아먹었다.

그 옛날 우정어린 쮸쮸바를 회상하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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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1

향기님의 댓글

향기 59.♡.215.78 2010.10.06 11:59

  엉겹결에 엔터를 쳐서 제목이 '쮸'로 되부렀네....  -,.-a

▦짬짬▦님의 댓글

  ㅋㅋㅋㅋ

국민학교 졸업할때까지 돈으로 뭘 사먹는 건 죄악이라는 생각으로 항상 받은 용돈 10원 20원을 학교 통장에 저금했었더랬죠...

나중에 콜라가 50원한다는 얘길 듣고는....
땅을 치면서 후회했던 옛추억이 생각납니다... ㅋㅋㅋㅋ

쁠랙님의 댓글

  장문의 글..................................
진짜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 나던것은...............
그 쭈쭈바 전에 나왔던 직사각형통에 나름 냉장이 된던 알루미늄(?0
통안에 들어있던 고무에 꽁꽁 싸여있던 얼음위에 가지런히
'날 잡아 잡수쇼' 라고 뽐을 내던 '하~~~~~~~~~~~드' 가 생각납니다

있는집 놈들은 하드를 멀리하고 녹슨 제빙기(수동)에서 떨어지던
빙수를 먹었지요........
얼음 + 미숫가루 + 팥 + 각양각색의 물색소가 가미된.............

저녁에 죠스바나 하나 먹어야 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

允齊님의 댓글

  글을 맛깔나게 잘쓰시네요
역쉬 감성이 대단하십니다
물론 글솜씨도 좋구.....자랑스런 푸렌드 ㅋㅋㅋ

미미미님의 댓글

  글 넘 잼있어요~
저도 초등학교때 용돈이 100원이었는대
항상 50원은 쥐포사먹고 50원은 어린맘에도 걷기싫어서
버스를타고집으로왔내요 ㅋㅋ
버스로 2코스인대~ 걸어서가는길은 어찌나 멀게느껴지던지...

미미미님의 댓글

  그러고보니 전 초등학교 1학년때 혼자 버스도타고 다니고했는대..
요즘 애들도 그렇게 하나요???
내가 엄마가되면 불안해서 혼자 버스못타고 다니게할거같은대..
세상이 무서워져서리..

SolidThink님의 댓글

  전 5살 때 부터 버스 혼자 타고 다녔습니다. 82년도?

dEepBLue님의 댓글

  맘에 여유가 읍어 정독하여 몬읽었습네다..
그래도 주제는 파악했습네다..

저보다 확실히 나이가 많으시다눈... ㅋㅋㅋ
 ===333

향기님의 댓글

향기 59.♡.215.78 2010.10.06 18:19

  음...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조급히 생각하시면 아니됩네다.
그럴수록 마음의 여유를 최대한 가져보려고 노력해야 됩네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면 그 마음은 최대한 비어 있어야 하니
마음이 비어 있으면 정의와 진리가 들어오게 되고
그 들어온 것이 충만하게 차 있을때 다른....  거시기한거이 들어오지 못한답네다...

^,.^"

쩡쓰♥님의 댓글

  제가 시골에 살아서 그런가,, 제가 80년 생인데 초딩때 먹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새침한천년이님의 댓글

  흠...같은 세대시군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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