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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 《당직실》_3

2013.03.30 01:34 1,610 53 0 0

본문

 

- 야동 보고 담배 빨아도 오래 살았도다 -


그의 이름은 고리롱이고 추정 생년이 1963년입니다.
사람 이름에 견주자면, 꺽쇠∙억삼이∙춘배∙칠득이랑 비슷한 작명 수준입니다.

2011년 2월에 사망했으며 향년 마흔 아홉이었습니다.
로랜드 고릴라는 수명이 마흔 전후라 했으니 그래도 장수한 편입니다.
사람으로치면 아흔 살 언저리까지 산 셈이랍니다.

다섯 살 무렵인 1968년에 입국해서 창경원에 수용되었습니다.
제가 그를 처음 본 것은 무척 오래 전 일입니다.
1972년 여름 방학을 맞아 상경했을 무렵이니 벌써 사십 년도 넘었습니다.

창경원에서 그를 직접 보았을 때는 목격하지 못 했지만
훗날 TV에서 옛날 창경원 나들이 풍경을 방영할 때였는데
그가 창경원 우리 안에서 관람객들이 불을 붙여 던져준 담배를
반색하면서 집어들곤 맛나게 빨아대는 장면도 보았습니다.
그의 노숙한 행동만 놓고 보면 연차가 꽤나 깊은 흡연자처럼 보였습니다.

저 시절에는 관람객들의 무절제한 권유에 휘말려 담배도 무척 많이 피웠을 겁니다.
하지만 훗날 서울대공원으로 옮겨간 후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되었겠지요.
금연을 강제당할 무렵엔 그도 나름 꽤나 고통스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ㅋ

서울대공원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옛날 창경원 시절이야 새삼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개장 당시엔 동양 최대의 동물원이라고 떠벌리던 서울대공원의 최신식 유인원관 시설 상태라고 해봐야
정작 주인인 그가 생활하기에는 너무도 열악하고 불편했으며 급기야 치명적이었을 것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좁은 시멘트 바닥에서 장기간 생활한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나중엔 발가락이 썩어서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고 죽을 때까지 절뚝거리며 걸었습니다.

그는 많은 시간을 매우 과묵하고 무기력하게 지냈으나 가끔은 냉소적이고 짖궃었습니다.
창경원, 서울대공원의 유인원관을 가보신 분들이라면 이런 느낌에 동의하실 겁니다.
관람객들의 호들갑에도 그는 대체로 시큰둥했으며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관람객의 같잖은 도발에 일부러 대응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다 어느날엔 귀찮게 하는 관람객을 향해 흙이나 누어놓은 자기 똥을 갑자기 집어던지기도 했답니다.

서울대공원에서 보낸 그의 말년 생활도 그리 행복하진 못했습니다.
사람이라면 이미 칠순 나이였던 지난 2004년에서야 겨우 혼인했습니다.
무려 열 아홉 살이나 어린 신부와 동거를 시작했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말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젊고 억센 마누라에게 수시로 먹이를 빼앗겼으며 두들겨 맞거나 쫓기는 일도 많았습니다.

비록 사내라지만 이미 몸과 마음이 노쇠했고 따라서 기력도 많이 달리다보니
그저 날마다 마누라 눈치만 보다가 이리저리 몸을 피해가며 숨죽여 살았습니다.
마누라는 나날이 투실해지고 그는 사육사의 각별한 보살핌에 의존해서야 겨우 연명할 수 있었습니다.
급기야 재작년 초부터는 제대로 걷지도 못 하고 자리 보전하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그러던 2011년 2월 중순의 어느날, 홀연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가 죽기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MBC 스페셜'을 우연히 시청하게 되었는데
서울대공원 유인원관의 시설 환경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면서
고릴라의 생활 환경 또한 거의 모든 면에서 획기적으로 좋아졌다는 소식도
현장 화면과 함께 가수 윤종신의 내레이션을 통해 보고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잘려진 발가락 때문에 절뚝거리긴 했어도,
또 이빨이 너무 많이 상해서 거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난감한 처지이긴 했어도,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래도 꽤 꿋꿋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결국 천수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라…
정원이 딸린 새 집에서 얼마 살아보지도 못한 채 죽고 말았습니다.

욕심 많고 우악스런 그의 마누라는 이름이 '고리나'입니다.
역시 사람 이름에 견주어 보자면, 춘심이∙꽃분이∙말자∙삼례 등에 버금가는 수준의 이름입니다.
그녀는 올해 마흔 살이 되었는데 아직은 임신이 가능한 나이랍니다.
유일한 동족인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졌는데도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고리롱은 생전에 우리 나라에 있는 유일한 수컷 고릴라이다보니
후손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간섭에 오랫동안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가 좋아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야동'도 숱하게 봐야 했습니다.
그가 보았던 '야동'은 주로 '동물 짝짓기 영상'이었답니다.

마누라인 고리나는 성욕이 왕성해지면 남편인 고리롱에게 애정 표현도 나름 했었나본데
평소 고리나에게 사무친 게 워낙 많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이미 애욕에 초탈한 경지에 올라서 그랬는지
고리롱은 한 번도 곁을 내주지 않았고 그저 먼산만 응시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후손을 남기기는 커녕 합궁도 하지 않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덩달아 우리 나라 로랜드 고릴라의 대가 끊어질 위기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그가 사망하자 그의 고환에서 정자를 추출한 다음 인공수정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알고보니 그가 원래부터 씨없는 수박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바람에 역시나 무망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도 이 즈음의 사연까지만 보도를 통해 접했을 뿐이고 뒷 소식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TV 프로그램을 통해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로랜드 고릴라가 여러 마리였던 영국의 어떤 동물원에서 우리 나라의 서울대공원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수컷 고릴라 한 마리를 보내주었으며
그가 벌써 입국했고 서울대공원의 유인원관에서 생활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TV 화면에선 새로 나타난 수컷 고릴라가 새집 마당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어감이 희한한, 마치 의성어처럼 들리는, 그의 이름은 '우지지'라고 했습니다.
멀쩡한 남남 사이인 두 암수 고릴라에게 같은 성씨와 돌림자를 붙여놓는 바람에
팔자에도 없는 동성동본을 만들어놓고는 거기에 혼인까지 시켰던 어처구니없는 일에 비하자면
새로 나타난 숫놈의 이름이 '우지지'인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뒤이은 나레이터의 설명을 듣던 중에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나이도 이제 창창한 열 아홉 청춘이며 몸무게 또한 고리나의 두 배에 이른다는,
그토록 당당하고 거대하며 분명히 한방이 있어 보이는 숫놈의 이름이 왜 '우지지'인지는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그가 영국 동물원 시절엔 무리에서 왕따 비슷한 처지로 살았다는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고릴라도 침팬지랑 비슷하게 우두머리 숫놈이 암컷 여러 마리를 거느리는데
우지지는 거기서도 서열이 무척 낮았고 사회 활동 면에서도 외톨이 신세였다는 겁니다.
관점을 달리 해서 아주 야박하게 표현하자면, 그놈이 바로 '찌질이'였다는 거지요.

그 얘기를 듣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국 동물원에서 평생을 짓눌려 지내면서 장가 한 번 못 가볼 처지였다면
차라리 이참에 먼 곳으로 이사가서 새로운 생활을 개척해보는 편이
그를 위해서도 좋겠다는 그쪽 동물원 당국의 결정 때문에
그 귀한 놈이 우리 나라로 이민올 수 있었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말입니다.

찌질이라는 말을 듣고 그놈을 다시 쳐다보니 처음에 보고 놀랐던 그 거대하고 당당한 모습보다는
뭔가 어벙하고 덜떨어진 태도도 약간은 배어있는 것만 같아서,
대공원의 터줏대감이자 전남편을 개패듯 두들기며 학대했던 고리나를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슬며시 생겨났습니다.

뒤이어 화면에서는 고리나와 우지지가 함께 있는 모습도 보여주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 간에 사소한 다툼이 있는 것 같더니
갑자기 우지지가 부웅~ 하고 떠올라서 고리나에게 강력한 이단옆차기를 날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러자 엄청난 충격으로 일시에 나동그라졌던 고리나는 혼비백산해서 저쪽으로 도망가더군요.

비록 고향 마을에서는 찌질이였다지만 이사오면서 속으로 굳게 결심한 바가 있었는지,
아니면 고리나가 암놈인데다 처음부터 뭔가 얕잡아 볼 만한 틈을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대뜸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우지지의 적극적인 행동을 목격하곤, 제가 속으로,
'저놈은 고리나를 길들여서 마침내 합방하고 끝내는 자손을 만들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익히 보아온 고리나도 결코 만만치 않은 성정인데다
비록 둘뿐이었다지만 지금까지 집단 내에서 우월한 지위를 누려온 신분인 걸 감안하자면
그들 간의 서열 싸움이 앞으로도 여러 차례 우열을 뒤바꿔가며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한편으론, 우지지랑 다르게 고리나에게 오랜 세월 핍박을 받으면서 고통스러운 말년을 보내다가
끝내 세상을 등진 고리롱의 황량했던 신세를 돌아보자니 사뭇 애석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방송에선 그저 뭐… 앞으로 두 고릴라의 자손 생산을 앞당기기 위한 여러 대책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옛날 고리롱에 대한 연민으로 마음이 약간은 스산해지면서 채널을 돌려버렸습니다.

창경원의 로랜드 고릴라 '고리롱'이라면 아무래도 저희 세대에선
수도권에 거주하던 어린이들이나 그나마 수월하게 찾아가 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희 세대에서는 어릴 적에,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몰라도, 그를 직접 만나본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7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그를 직접 만나본 사람의 숫자가 족히 이천 만 명은 넘지 않았을까하는 짐작도 하고 있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추측입니다만, 그는 누구보다도 많은 한국인을 만나보았던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늦었지만 고리롱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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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3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1:47

사람에게 잡히지 말았어야…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1:47

역시 사람이 없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1:48

듣기로는 말이오.
지구상에 몇 마리 남지도 않았다고 하던데...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1:49

궁금해서 찾아보니, 300~400마리 정도가 남았다더이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1:52

그게 만약 각국 동물원에 살고 있는 숫자까지 포함된 것이라면
야생에 남아 있는 숫자는 몇 마리 안 된다는 얘기가 되는 거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2:01

가만히 돌아보면,
유인원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정도에 있어서
시대에 따라 부침이 있는 거 같지 않소? 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2:02

내 느낌에도 그러하오.
옛날엔 침팬지나 고릴라가 인기 있었는데
얼마 후엔 침팬지 중에서도 '보노보'가 흥미를 끌더니
요즘엔 단연 오랑우탄이라 볼 수 있지요.
근래엔 국내 방송에서 유독 그놈들의 노출 빈도가 월등하더이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2:06

꼬맹이 오랑우탄이 무지하게 귀엽긴 하지요. ㅋ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는 어린이와 어른의 용모가 비슷한데
오랑우탄은 성장하면서 많이 달라지더이다.

암수를 불문하고 큰 놈을 보고 있자면
딱히 오랑우탄이라고 해서 더 인기 많을 이유는 없어 보이던데 말이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2:08

어허!
그 간단한 이치를 모른단 말이오!

그건...
같은 '아시아인'이라서 편드는 거요. 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4:59

토요일 오후 3시.

바람직하지 않은 날씨입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5:03

이런 날은 놀러갈 생각 따윈 접어두고
작업방에 틀어박혀 열심히 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15:05

북큐브에 잠깐 들어가 봅시다~
출시 지연에 대한 독자들 반응이 궁금하구나~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20:55

토요일 저녁 아홉시입니다.

한데, 아까 북큐브엔 왜 가보자고 했던 거요?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20:56

출간 공지를 상습적으로 어기면서 연재분 업로드 날짜도 매번 연기하는
작가의 행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독자들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무척 재미있잖소! 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21:01

물론 과거 십수 년에 걸쳐 이 작품의 1, 2부를 종이책으로 출간하면서도
여러 차례 장기 출간 지연 사태가 있었다지만
그래도 온라인 연재로 올라오면서부터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더랬소. 
아마 많은 독자들도 이런 심정으로 연재를 기다렸을 겁니다.

처음 두세 차례 약속을 어겼을 때까지는 작가의 고충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독자의 숫자가 훨씬 많았고
작가를 성토하는 독자들의 주장에 대한 방어력도 매우 견고했지만,
그 뒤로도 거의 매번 출간 약속을 지키지 못 하게 되자
작가를 공격하는 독자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비난의 강도도 높아지고...
하여튼 요즘엔 형세가 달라졌더군요.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21:01

완전히 역전되었소.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21:02

요즘처럼 불리한 형국에서도 여전히 작가를 옹호하는 충성도 높은 독자들의 주장은 대체 뭐랍디까?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21:08

하긴~
작년 여름만 해도 편당 1만 2천 회를 상회하던 유료 구독 숫자가
요즘엔 6천 회 남짓으로 반토막 났더군.
따지고 보면 엄청난 독자 이탈 현상 아니겠소! 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21:14

그러고보니 북큐브에 온라인 연재물을 올려놓는 50~60명의 무협 판타지 작가들 중에서도
이 작가가 연재하는 작품의 구독률이 절반도 훨씬 넘는 비중을 차지하더군요.
다른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작품의 회당 조횟수라고 해봐야
겨우 기백에서 천을 넘지 못하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 작가와 작품의 두터운 팬층을 새삼 절감하겠더군요.

그건 그렇고…
빨리 26권이 출간되고 뒤이어 온라인 연재도 속개되어야 할 텐데…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21:15

나도 그거좀 보려고 진작부터 3만 원이나 충전했잖소.
이럴 줄 알았으면 일단 만 원만 충전하는 건데... 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22:09

동물원에 살고 있는 고릴라도 포함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혹시 포함된 거라면 야생에선 사실상 멸종 과정에 진입했다고 봐야겠지요.
아마도 인위적인 종 보존 노력이 없으면 금방 사라질 겁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22:12

그거야 뭐 예전부터 늘 하던 말 그대로요.
하지만 그런 주장의 설득력도 처음에나 통했지,
여전한 작가의 상습적인 약속 위반 때문에
요즘엔 점점 감화력을 상실하고 있는 형편이라오.

작년 이맘때 인터넷 연재 소설로 올린다는 발표가 있던 시점부터
예전 종이책 시절의 악습이 재연될까 걱정하면서도
기꺼이 유료 구독에 참여했던 수많은 독자들이
작가의 상습적인 연재 지연과 약속 위반에 너무도 지친 나머지
일부 열혈 독자들의 작가 옹호 논리에 예전처럼 호응하지 않는 형세라는 거지요. 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0 22:14

무려 15년 동안 이 책의 출간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또 중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짧게는 육개월 길게는 몇 년씩이나 출간 중단을 겪었으면서도, 
중도에 포기하거나 돌아서지 않고 최근의 인터넷 연재분까지 꾸준하게 유료 구독했던 독자들이라면
그냥 어떤 작가의 범상한 독자층이라 여기기엔 충성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지요.

한편, 이런 생각도 든다오.
좀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장르와 분야를 불문하고 대체 어떤 작가가
매회 열 쪽 내외의 연재분을 주 2~3회 올려놓는 방식으로 1만 2천여 명의 꾸준한 유료 독자를 끌어모을 수 있겠소.
아마 그가 누구라도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이건 실로 대단한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37

 
 
 ------------------------ 날짜 구분선 ------------------------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38

자정입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38

한 잔 했시다~ 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39

소주 먹었소?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39

맥주 먹었소.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39

안주는 뭐였소?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40

며칠 전에 마트에서 50% 할인으로 한우 특판을 합디다.
하도 싸길래 실로 십여 년 만에 꼬리 한 마리(2.6kg)를 이만 원 주고 사왔소.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40

그거 해먹을 줄이나 아시오? 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42

검색해서 가장 그럴 듯한 방법을 선택했다오.
내가 했던 방법을 한 번 들어보시라.
번호를 붙여 자세히 설명해 보겠소.

1.
어제 점심 직후부터 네 시간 동안 물에 담가 놓고
한 시간마다 물을 갈아 주었소.

2.
물을 왕창 붓고 한소끔 끓여서 꼬리 토막들은 건져내고 그 물은 버렸소. 

3.
깨끗이 씻어낸 솥에 재차 물을 붓고 꼬리를 넣은 다음 약한 불에 두 시간 넘게 끓였다오.
잠시 식힌 다음 꼬리 토막을 다시 건져내어 거기 붙어있는 살코기는 떼어내서 따로 담아두고
고아진 물은 채에 걸러 다른 통에 옮겨 담았소. 많이 졸았더군.
꽤 진한 흰색이긴 한데 우유만큼 깨끗한 흰색은 아니더군.

4.
이번엔 뼈만 넣고 물을 부어 세 시간 가량 더 끓였소.
첫 번째보다 훨씬 깨끗한 흰색으로 우러나더이다.
흰색이 예상보다 진하길래 약간 놀랬잖소. 기름기도 거의 보이지 않더군.
불을 끄고 잠시 식힌 후에 뼈를 건져내어 쓰레기로 버리고
고아진 물은 따로 담아 두었다가 나중에 첫 번째 우려낸 물과 합칠 예정이었소.

5.
미리 만들어둔 첫 번째 곰국물은 냉장고에 넣어도 될 만큼 식혀서
곧바로 냉동실에 집어넣고 얼기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꺼내보니
윗쪽으로 두께 2mm 내외의 두꺼운 지방층이 분리되어 굳어져 있길래
그걸 최대한 조심스럼게 또 완벽하게 걷어냈다오.
두 번째로 뼈만 고아낸 물은 기름기가 거의 없길래 그냥 냉장고에 넣어두었소.

해동하고 핏물 빼는 시간은 제하고도 여기까지 근 여덟 시간은 족히 걸린 것 같더이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42

종일토록 고았다면 어제는 먹지 못했겠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43

그러게 말이오.
원래는 저녁에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택도 없더이다.
오늘 아침엔 어제 먹던 비지찌개가 남아서 그걸 먹다보니 결국 저녁에야 먹어볼 수 있었다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45

한데 말이오.
꼬리 곰탕을 만드는 동안 마늘 등의 향신료는 제대로 넣은 거요?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48

그게… 내 생각엔 말이오.
좋은 꼬리였다면, 또 위에서 내가 설명한 방법대로 한다면,
따로 뭘 넣지 않아도 잡냄새가 나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통마늘조차 넣지 않았소.
물론 오늘 저녁에 먹을 때는 약간의 후추와 적당량의 천일염과 얇게 썬 대파를 충분히 넣긴 했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냄새도 거의 못 느꼈고 매우 담백한 맛이었소.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원래부터 육류 특유의 냄새를 무척 싫어하잖소.
그런 내가 느끼기에도 괜찮았다면 진짜 괜찮은 거요.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49

혹시 그거… 무지방 우유 맛은 아니었소? ㅋㅋ
밋밋하지 않았냐 이 말이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49

뭐. 어차피 소금 간과 김치, 깍두기 맛으로 먹는 건데… 으하하~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50

몇 인분이나 나옵디까?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52

글쎄 그걸 미리 특정하기 난감하더이다.
꼬리 2.6kg이면 몇 인분의 곰탕이 나와야 정량인지...

내 경우엔, 400cc 정도를 일 인분으로 잡았을 때 대략 10 인분 가량 나오더이다.
별 수 없이 앞으로 사흘 간은 이것만 먹을 예정이라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52

아까 위에서 내가 맥주 마시면서 안주는 뭐였냐고 물었는데
엉뚱하게 꼬리 곰탕 얘기는 왜 한 거요?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53

사람 말을 어디로 듣는 거요!
당연히 안주는 꼬리 곰탕이란 얘기지, 이 사람아!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0:53

맥주 안주로 꼬리곰탕을 먹었다고?
그거… 괜찮은 거요?
솔직하게 말하시오. 어땠소?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3.31 01:08

어떻긴!
참신한 조합에 마냥 기꺼웠을 뿐이지. 
먹고나니 맥주를 두 배로 먹은 느낌이더군.
배가 허벌나게 부르더라네~  음하하하~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4.01 00:09


 ------------------------ 날짜 구분선 ------------------------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4.01 00:09

일요일 자정입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4.01 00:13

4월 1일입니다.
올해도 대문에서 이벤트가 있을라나... 안 궁금하네~ ㅋ

允齊님의 댓글

이 노래를 언제 들어야 좋을까하는 생각이 잠시 듭니다...

일단 혼자있을때 시간을 봐서 들어야 할것 같다는 마지막곡의 배호의 장충단공원은 정말 세월을 실감하게 합니다...

꼬옥 챙겨서 듣도록 하겠습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4.01 13:11

요즘 들리는 배호 노래를 진짜 배호가 불렀는지는 알 길이 없다는 사실!
여기 올려놓은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노래를 들을 때는 언제나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네요~

그가 세상을 뜨고 난 후에도 음반 회사에서는 여러 명의 짝퉁 가수를 내세워서
그의 이름으로 수많은 음반을 출시했는데
그 중엔 너무 똑같아서 보통의 안목으론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무척 많습니다.
당시 짝퉁으로 음반을 녹음했던 가수 중엔 '신행일'이 유명했습니다. ㅋ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4.01 21:12

⤷ 오호!
댓글로 올려놓은 성인용품 광고글은 처음 본 거 같은데...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4.01 21:20

아차!
페이지가 넘어갔군!
해당 댓글만 특정해서 신고하는 방법은 따로 없는 거 같더군요. 
할 수 없이 이 게시물 전체를 신고해버렸소.
내가 써올려놓은 글을, 또 내가 문제삼아 신고해야 하다니... 크하하~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4.01 21:23

웃기는 일이긴 하네~
혹시 이 글 전체를 지우는 건 아닌가 모르겠소.
지워지는 데 얼마나 걸리나 재어 봅시다. 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3.04.01 23:30

드디어 지워졌구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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