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맥 칼럼]세간의 평을 믿지 마라.

밴드니, 카카오스토리니, 요즘 좋은 말씀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왜 세상은 이 꼴인가? 이렇게 말씀의 홍수에 사는 우리가, 어째서 이따위 현실에서 고통 받아야 하는가? 각종 도덕경을 퍼 나르면서, 정작 본인은 감동적인 기부나, 감동적인 나눔이나, 감동적인 희생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표정 하나, 이모티콘 하나, 좋아요, 한 번으로 모든 감동을 대신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감히, 현실에서 몸으로 부딪치고 땀으로 노력한 사람과, 자신을 동급으로 치부하려 한다.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며칠 전, 사람을 사귈 때, '세간의 평판을 잘 듣고 참조하라.'는 등의 교훈목록의 글을 받았다. 그런가? 그렇다면 사람들은 나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여러 가지 고안과 발명을 하고도, 나를 베낀 사람으로부터 욕을 들었다. 그는 나를 베끼고도 학교 강당에서 당당히 나를 욕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여기저기서 승마수업을 한단다. 그의 패거리들은 나를 욕한다. 그들의 세계에서 나온 평판으로 누가 선뜻 나와 사귈 수 있겠는가?

내가 잘 인용하는 '화씨의 벽'. 화씨는 엄청난 보물(현재의 완벽)을 발견해서 임금께 보고했다가, 거짓말 하고 임금을 농락한다고 다리가 잘렸다. 다음 임금에게 보고했다가 남은 다리도 마저 잘렸다. 세간이 화씨에 대해 뭐라고 했을까? 그래도 세간의 평판을 참조해야할까? 세간의 좋은 평판이 가장 필요한 정치인들은 어떨까? 그들을 정치인으로 성공시킨 세간의 평판은, 도대체 어떤 멍청이들이 만들었기에, 나라가 요 모양 요 꼴인가? 그래도 평판 운운한다면, 그는 천치바보일 것이다.

진짜로 천치바보인 온달의 평판은 어땠을까? 평강공주는 세간의 평판에 정면으로 달려든 진정한 선각자다. 사람들의 세치 혀를 믿지 마라. 부도덕한 사회에서 제조한 세간의 평판을 믿지 마라. 그런 건 시스템이 건강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의 원론적인 이야기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비현실적인 도덕경을 여기저기 퍼 나르지 마라. 직접 부딪쳐 보고, 만나보고, 당해보고, 경험을 쌓는 것이다. 교훈을 퍼 나르는 것과 교훈의 내용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깨달음은 거저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경험칙이다.

내가 아주 잘 아는, 확실한 사기꾼에 대한 이야기를 그 동문회에 물어본 적이 있다. “응, 그 사람 꽤 괜찮은 사업가래, 다들 그렇게 말하던데?” 세간의 평이란 이런 거다.

그러니 내가 몸소 만나고 겪어서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 또한 확실하게 몸으로 부딪쳐보고 전해준 경험만이 신뢰성을 가진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세간의 평판이란, 이미 개미 하품이나,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또는 가을 낙엽이다. 아니 그보다 더 가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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