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내겐 네가 희망이다

http://www.newsis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42645 <== 기사 원문 보기

"문명인들은 왜 먹지도 않으면서 서로를 죽이지요?"- 소설 로빈슨크루소 중 식인종 프라이데이의 질문.

월요일은 대한민국 모든 승마장이 쉬는 날이다. ‘애마의 날’ 주말에 바쁜 승마장 특성으로, 일하느라고 지친 사람과 말들을 푹 쉬게 해 주는 하루 인 것이다.

승마장에 종사하는 분들은 주말에 쉬지 못하므로 가까운 분들의 애경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일이 많다. 연휴에도 누군가는 말을 돌보고 마분을 치워야 한다.

그래서 돌아가며 연휴를 쉰다. 때로 연로하신 부모님을 뵈면 '참 사람 노릇 못하고 산다' 는 자괴감이 든다.

월요일 휴일을 맞아 설원에 방목 된 말들을 보면 앞발로 눈을 긁어 바닥의 풀을 찾거나, 눈을 핥아 먹기도 한다.

괜히 서로 무는 척, 발로 차는 시늉을 내며 서열을 다시 가린다. 거세 돼 생식이 불가능하고, 먹이가 보장 된 곳에서 목숨 걸어 다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야생의 공격성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는다.

당연히 야생종이 아닐뿐더러, 선진국에 턱걸이 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 기아(飢餓)부분이 대략 사라져 먹을 것 때문에 다투지는 않는다.

종족을 보전하는 일도 방해 받고 있지 않지만 종족은 줄어들고, 스스로의 공격성은 점점 더 높아만 간다. 이대로 같은 궤도를 따라 발전한다면 결과는 언젠가 우리의 멸망이 되겠지. 우울한 상상.

오늘은 슈베르트의 가곡 L.P. 를 턴테이블에 걸어 놓고 듣는다. 독일어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까까머리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만은 생생하다.

다들 가슴 속의 희망을 따라, 그 빛을 따라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도 힘겨운 세월들이라니. 이제는 고희(古稀)를 훨씬 넘기신 고교 은사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늘 정직하고 성실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이제 돌아보니, 그렇게 내게 배운 학생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을꼬. 가슴이 아파. 하지만 지금 다시 학생을 가르친다고 해도, 너희는 요령껏 살아라"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위장 전입하고, 탈세하고, 거짓말하고, 남에게 사기치고 상처를 주며 살아라. 경쟁해라, 이겨라, 남을 밟고 서라. 어지간히 먹고 살려면, 아니 남보다 더 잘 먹고 잘살려면 그래라. 하고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다시 젊어서 교단에 선다면 난 참 많이 갈등할 것 같아. 하지만 답은 명료해.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다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라. 라고 똑 같이 가르칠 걸세. 철모르는 어린 자녀들의 눈망울을 똑 바로 보거나, 아무도 모르는 나 자신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말일세. 모름지기, 인간의 삶이란 그래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현실을 살지만 희망을 향해 전진한다. 현실에 천착할수록 지옥은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고, 희망의 등불을 지향하며 고난을 견뎌낸다면 우리 삶은 더욱 밝게 될 것이다.

나하나 쯤이야! 하는 방종이 정말로 위험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모두가 희망을 보고, 다수가 현실을 넘어서야 한다.

말들은 이제 한두 필씩 모인다. 겨울바람이 차진 모양이다. 서로의 체온으로 바람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말들이 알고 있는 이것. 우리는 진정 알고 있을까? 내겐 네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