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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국(雪國)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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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국(雪國)의 말



김명기 뉴시스헬스힐링승마사업단장 allbaro1@naver.com

http://www.newsis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42317  <= 칼럼 원문 보기


창밖을 보니 설국(雪國)이다. 우리가 잠든 사이 눈은 소리 없이 꾸준히 내렸다. 눈은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잠시나마 사바의 치부들을 가린다. 이 아침, 잠깐이지만 모두 눈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아름다운 추억에 잠길 것이다.

몇 시간 후 낮이 되면, 눈이 녹고 빙판이 되고 사바는 눈이 오기전보다 몇 배나 더러워지고, 위험해지고, 눈을 저주하는 소리가 높아지겠지만.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눈이 내리면, 사람들은 말을 타지 못하는 것으로 알았다. 대부분의 승마장들이 그랬다. 실내 승마장을 갖춘 곳들이라면 별 문제 없겠지만, 지붕이 없는 승마장들은 눈이 녹아 얼면 편자를 한 말발굽이 미끄러져 극도로 위험해 지기 때문이다.

승마장 특성상 관리인원은 적고 면적은 넓다. 눈이 많이 내리면 대책이 없다.

그러나 말은 겨울에 더 강하다. 털도 길어지고 활동성이 더 좋아진다. 바람을 가릴 산등성이나 3면의 벽만 있다면 겨울 방목도 말에게 큰 문제가 되질 않는다. 눈 내린 운동장에 말을 방목하면, 마치 강아지처럼 날뛰며 좋아 한다. 굉장히 멋진 풍경이다.

설원을 질주하는 말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하지만 위험하다. 500kg짜리 강아지라고 생각해 보자, 접근도 못할 정도다. 탱크들이 눈을 날리며 질주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말은 현재 이전까지만 해도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영화 속에도 한겨울 유럽의 포도(鋪道)를 내달리는 마차들을 흔히 본다. 겨울이 6개월이나 되는 러시아는 어떨까? 분명히 사람들은 겨울에도 말을 탔다. 말을 타고 볼일을 보고 여행을 가고, 전쟁을 했다.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숄로호프의 걸작소설 '고요한 돈강'을 보면 평소에 말을 타고 이틀 걸리는 도시를, 겨울 한밤중에 습격하는 일화가 나온다. 단단히 얼어붙은 강을 고속도로 삼아 습격한 것이다. 그러면 그 미끄러운 강을 어떻게 말을 달렸을까?

옛날 사람들은 겨울이면 스파이크가 달린 편자를 사용했다. 타이어만 스파이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스파이크 타이어의 할아버지는 스파이크 편자다. 그 스파이크 편자가 얼음을 찍으며 말을 질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쌓인 눈 자체에는 말이 미끄러지지 않는다. 눈이 많이 쌓이면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쉽지 않다. 오히려 말을 타고 눈 위를 다녀야 별 불편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레흐 톨스토이는 80세 넘어도 말을 타고 다녔다. 건강해서도 그랬겠지만, 말 아니면 허리까지 쌓인 러시아의 설원을 80노인이 돌아다닐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문득 창밖을 보니, 건강한 젊은이들이 검은 말을 타고 달린다. 눈이 허리까지 쌓여, 말들은 씨근거리면서도 함부로 질주하지 못한다. 눈덩이가 사방으로 흩날린다. 낙마해도 푹신한 눈 위에 떨어지니, 다들 깔깔거리며 좋아할 뿐이다.

마음대로 고삐를 다 놓고 활쏘기, 말위에 서서 타기, 기마 칼싸움... 별별 놀이를 다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말은 차가운 겨울을 단숨에 재미난 승마놀이터로 만들었다. 나는 창가에서 멀어지며 회상에서 깨어난다. 커피 잔이, 한숨 쉬듯 김 한줌을 품어낸다.

몇 해 전 대관령 근처의 설원을, 지도하는 대학생들과 질주한 추억이다. 창밖에 쌓인 눈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스파이크 편자가 보편화 되지 못했다. 말이 아스팔트를 달릴 때 사용하는 고무 편자도 없다.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보편화 되지 않은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 속에 승마는 귀족스포츠고, 마분은 더럽고, 승마를 말 학대라고 하는 막무가내도 있다. 아직 승마 대중화는 먼 곳의 북소리다. 나는 설원 너머로 귀를 쫑긋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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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김영권님의 댓글

승마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글 같습니다.
자동차의 겨울용 타이어와 같은 스파이크 편자에 대해 정확히 알수 있었내요.

김명기님의 댓글

하하하... 예전 사람들의 지혜를 안다면 결코 우리가 우월하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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