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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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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공부

드디어 사업은 6Km/h의 자전거가 되었다. 바큇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다. 사업은 점점 제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내 일상은 자전거 바큇살이 되었다. 여유가 사라지고 긴장과 마음속의 갈등이 마치 정글처럼 자라나고 있다. 미음 산만한 원숭이들이 마구 뛰어다니는 그런 정글. 나는 내 마음이 커다란 바오밥 나무가 되어 원숭이들의 장난에 미동도 없게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역시 이런 번잡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다만 내가 바라는 미래로 건너가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고 나 자신에 대한 시험의 구간이다. 나는 통과해야만 한다. 가능하면 상처를 입지 않고. 다른 어느 곳 보다도 마음. 이미 수많은 상처로 너덜너덜해져 버린 내 마음이 이번만은 온전하게 이 검은 밤을 통과하게 되기를 바란다. 가시밭을 지나며 옷깃이 상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무모하지만 소망은 그런 것이다. 

더 이상은 글을 쓸 수가 없다. 가슴 속에 문자들이 모여들 공간이 없다. 마음의 기울기는 너무 급격하게 흔들리고 시간은 늘 내 등을 떠민다. 나는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시간 또한 내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간과 다투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나는 서로를 피해가며 자신들의 좁은 공간에서 몸을 뒤척일 줄 안다. 물론 이것은 내 개인적인 이야기며 내 개인의 시간에 관한 넋두리다. 가끔 시간과 나는 서로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너무 과격해 지지는 않는다. 아마 나이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낡아가는 기억과 내 삶의 이정표가 되었던 단어들에 관해 생각하기로. 책과 검은 잉크로써의 존재가 아닌, 진한 향기와 뚜렷한 질감과, 때로 영원히 생생한 기억들의 저장장치가 되었던 단어를, 하나하나 꺼내어 손에 들고 입김을 불어 먼지를 털어내기로 한다. 어쩌면 나는 너무 오래도록 글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전거가 더 빨리 달릴수록 바큇살에 매달린 원숭이들은 더 많이 이리저리로 뛰어다니며 비명을 질러 댈 것이다. 그럴 수록 나는 단어에 매달릴 것이고, 단어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결국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좁고, 어둡고, 작지만 따스한 다락방을 만들어 줄 것이다.

단어는 촛불처럼 영롱한 공간을 만들고, 밤새도록 작은 빛의 소망스러운 오두막을 만들고 마침내 새벽이 오기 전에 꺼질 것이다. 삶은 슬픔과 고통의 종합선물세트다. 하지만 모든 슬픔이 슬픔의 구성요소만 지닌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울다가 웃고, 웃으며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단어에 담긴 이 함축성을 찬찬히 살펴보려 한다. 언젠가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언젠가. 나는 단어들이 내게 말하고자 한 것들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희망은, 햇살을 반사하는 빠른 자전거 바큇살처럼 번득인다.

꺼진 초에서는 흰 연기가 아쉬움처럼 머물고 있다. 오늘 촛불 하나가 꺼졌지만 내일 밤, 시간은 새로운 양초에 불을 밝힐 것이다. 너무 멀지않은 내일, 단어 하나가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단어는 오랜 여행에 지친 나그네의 남루한 외투를 여민채, 메마르고 갈라터진 입술로 내게 인사를 건넬 것이다. 나는 팔짱을 끼고 창가에 선채, 온전히 내 것인 짧은 새벽을 맞는다.



Mars No.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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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

태연님의 댓글

좋은글 보고 갑니다.

그까이꺼대충(암컷)님의 댓글

시원이님의 댓글

송창은님의 댓글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kohaku님의 댓글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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