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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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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나라

벌써 봄인가? 요 며칠 창밖엔 안개가 가득하다. 안개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봄과 겨울이 대지를 놓고 다투는 것일까? 봄과 겨울이 대지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키기 위해 비밀스럽게 나누는 사랑을 감추기 위한 것일까? 먼 곳의 시간은 보이지 않고 가까운 시간은 아지랑이처럼 흔들린다.

일을 벌여 놓고 보니, 일 스스로 생명을 얻어 자라나는 것이 보인다. 이제 비틀거리며 두 발로 일어서기 시작한 아기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대견하고 불안하고 매 순간 멈칫멈칫 받쳐주어야 할 것 같고. 일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여러 사람에게 새 희망과 확신을 준다. 정작 불안한 것은 나 자신이다. 이미 몇 번이고 이런 순간들을 보아왔다. 희망과 실패의 기시감. 기복 심한 인생의 뜻하지 않은 소용돌이.

있잖아. 우리 일에 관련된 사람이 몇 명인지 알아?
글쎄요.
이사만 7명, 그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12명이야. 게다가 알바 인원 7명 전부 20명에 가까운 식구가 된 거야. 식구가 무슨 말인지 알아? 밥 식(食)자에 입 구(口). 같이 밥을 먹는다는 뜻이지. 가족이라고 해도 같이 한 솥 밥 먹는 사이가 아니면 식구가 아니지. 나는 어깨가 무거워.
그게 당신이에요. 나는 무겁지 않아요. 함께 즐거운 일을 해나가는데 어깨가 무거울 것은 뭐람?

나는 아내의 경쾌한 말에 내심 감탄한다. 어쩌면 이 여자 나보다 더 배포가 큰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순간적인 반짝임이지만, 아내에게는 여전히 내가 모르는 부분이 남아있다. 때로는 믿음직스럽고 때로는 불안한. 아내와 나 사이에도 안개의 순간은 낯선 숲의 햇살처럼 일렁인다.

아내에게 말한 것은 직접적인 내부 인원의 숫자만이다. 이제까지 승마교실이 열린 학교는 6 개교. 40명씩 240명의 학생들이 말을 타고 있지만, 그들의 부모님까지 720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학교의 학생 수는 평균 1,000명. 한 학교의 부모와 선생님들까지 약 3,000명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하면, 18,000명이 승마교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이 숫자는 말을 타고 도심을 외승 할 때 지켜보는 시민들과 주변 상가, 지하철 이용객들의 시선들은 제외한 숫자다. 이 숫자는 3월부터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역시 어깨가 무겁다. 이 성장은 안전과 충실한 교육을 담보로 한다. 그 중심에 나와 나의 충실한 아우, 기수들, 보조교관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씩씩한 우리의 말들. 그 영원하고 특별한 영웅들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함께 웃고, 함께 추위와 더위를 견디고, 함께 비를 맞으며 도심에서 아이들과 말을 탄다는 특별한 경험을 나눈다.

사업으로써의 승마교실은 아직 오리무중. 늘 건강한 희망과 다급한 대처들로 이루어진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봄과 겨울의 경계. 그 모호한 안개의 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오늘은 수요일, 나의 휴일이다. 일주일 내내 말차를 운전하고, 활발한 말을 타고 운동장을 누볐다. 그리고 얻은 모처럼의 휴일. 아침 8시부터 밀렸던 서류 작업을 하고, 8차 기마대장정 기획 서류를 정리하고, 마사 정지 작업을 돌보고, 동사무소에 들러 서류를 떼고, 교관 회의를 하고 집에 돌아 온 것은 오후 9시. 휴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하루가 저물었다. 오늘 하루는 안개 속에서 출발하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안타까운 나를 뒤에 남겨둔 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의 영토, 그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답은 '모른다'가 아니다. 시간만이 미래를 아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안개의 나라 밖에 빛나는 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마음속의 봄에는 이미 꽃이 한창인 까닭이다. 나는 보고 있다. 내게는 분명히 보인다.


Mars No.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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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그까이꺼대충(암컷)님의 댓글

앞이 안 보이고 가끔 돌뿌리에 걸려 넘져도 안개 속에서 길만 잃지 않으면 안개가 걷힌 후에 보이는 세상이 내가 생각한 세상일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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