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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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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꿈

이해할 수 없는 꿈에서 몇 번이나 깨어났다. 그 꿈에 나온 사람들 역시 알 수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사랑했거나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현실에서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깨어날 시간은 아직도 멀었다.

축축해진 잠자리에서 간신히 다시 잠을 청하기를 반복하다가 자명종 시계 소리를 들었다. 어딘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 한 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꿈의 세계에서 현실의 새벽으로 손을 내밀어 성공적으로 자명종을 멈추었다. 다시 어둠과 침묵.

커피를 끓이다 문득 TV를 켰다. 두 행동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진 것처럼,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리모컨을 들어 TV의 전원을 켜자, TV는 치이이... 하는 소리만 들려주었다. 그제서야 벽시계를 보았다. 오전 5시 31분. 정규방송이 시작될 시간은 아니었다. 나는 새벽 속에 혼자 서 있었다. 커피 잔을 든 채로.

창 밖의 세상은 완전한 어둠 속에서 침묵하고 있었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3월초의 새벽. TV도 세상으로의 창을 열어주지 않았다. TV속에서는 조그만 점들이 백색 화면 위를 열심히 돌아다니거나 깜빡이고 있었다. 어쩌면 세상을 많이 축소하면 바로 저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열심히 세상을 비추어 주던, 피곤한 TV가 꾸는 꿈이 바로 저런 화면이 아닐까?

TV를 끄고 오디오를 켜자 aretha franklin 이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never let me go 라고 노래하고 있었다. 문득 오래 전의 음성이 들렸다. 절대로 나를 혼자 가게 두지 말아요. 만약 내가 떠날 거라는 둥, 헤어지자 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하면 절대로 그 말을 듣지 마세요. 나는 일시적인 변덕으로 미쳐버린 것일 테니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로 내가 떠나게 두지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혼자 보내지 마세요.

그러나 나는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니 들어줄래야 들어줄 방법이 없었다. 그 이별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나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혼자 떠나게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꿈보다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반복해서 꾸는 그 이별의 꿈은,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내가 찾지 못한 해답을 찾아 헤매는, 나의 깊고 어두운 자아인지도 모르겠다. 그 자아는, 무척이나 고독하고 괴로운 존재일 것이다.

등산용 알루미늄 컵에 한밤의 어둠을 덜어낸 커피를 마신다. 어둠은 커피와 함께 나의 내면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미 식어버려 미지근하다. 그러나 향기는 꾸준히 퍼져 나온다. 농밀한 어둠 속에서 내가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코를 자극하는 커피 향뿐이다. 만약 커피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건 꿈이거나, 비현실이겠지. 마치 이별처럼.

나는 다시 한 번 TV를 켠다. 3초쯤 지난 뒤에 다시 TV는 하얀 화면에 꼬물거리는 점들을 보여준다. 나는 소파에 깊숙이 앉아, 이번에는 진지하게 TV의 꿈을 바라본다. 내 얼굴은 어둠 속에 파랗게 빛나고 있을 것이다.


숲과 구름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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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4

yjgreen님의 댓글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가끔은 자신에 관하여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듯 합니다.
언제나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어느새 잊혀질 수 없는 팬이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오른손님의 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배째님의 댓글

너무 즐감 하고갑니다... 앞으로도 자주 글 부탁드립니다.. 꾸벅

후후훗님의 댓글

사진또한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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