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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사랑한다고 말하면 안 돼

본문

절대로 사랑한다고 말하면 안 돼

사랑이라는 단어에는 말이야. ‘서서히 상대방을 나 없이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드는 것.’ 이라는 치명적인 독소가 포함되어 있어.

그 따스한 미소와 배려에 의지하게 만들어 놓고,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사라진다는 것. 그러니 한창 현재 진행형인 사랑의 과정에서 한쪽이 슬그머니 빠져 버린다는 것은, 분명히 직간접적인 살해 의도가 있는 거야. 확실한 살인 행위의 일종이라는 것이지.

물론 사랑을 버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실제로 사랑했던 상대방에서 가슴 아픈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고 할 거야. 맞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가 그래도 한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몹쓸 짓을 하고 싶을까? 그러나 너는 그 사람을 떠나야만 하고, 그 음모를 밝힐 시간을 은밀히 가슴 속에서 조절중이지.

처음 사랑하던 때를 생각해봐. 뭐라고 말했지? 어떻게 행동했지? 무슨 약속을 했어?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 영원히 함께 할게. 이 험한 고난의 행성에서 나만이 당신의 작은 소나무 그늘이 되어 줄게. 당신이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는 한순간도 살아가지 못할 것 같아.

그래, 처음엔 미심쩍었지만 대개는 그 말을 믿게 돼. 그래서 공산당의 정치 공세에도 반복 선전이라는 단어가 있지. 이 척박한 행성에서 보잘 것 없는 나를 이토록이나 소중하게 생각해 주다니. 정말 고맙고 감동적인 스토리잖아? 그래 나도 이 사람을 믿자. 그리고 우리는 함께 내일로 나아가는 거야. 과거 따위는 개나 물어 가래지.

한동안 서로의 행복을 위해. 나보다 더 소중한 오직 한 사람을 위해 감격스러운 희생과 배려를 아끼지 않지. 바로 그렇게 속 깊은 감동을 주는 거야. 하나씩 상처처럼 서로의 뇌에 일상과 추억을 새겨 넣지. 마치 로빈슨 크루소가 칼로 나무막대기에 날짜를 표시하듯.

몹시 추운 어느 날 저녁. 너는 지하철역에서 군밤 한 봉지를 샀지. 아아, 오늘은 빨리 집에 돌아가서 따듯한 된장국에 계란 프라이를 먹어야겠어. 그리고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해야겠다. 그동안 바빴으니까,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하고 그 단어의 무게만큼 꽉 안아주어야겠어.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너는 여섯 발자국을 걸어 익숙한 문 앞에 서지. 그리고 낯선 쪽지를 발견하는 거야.

'아무래도 우리는 안 되겠어요. 우리 이만 헤어져요. 짐은 나중에 보내드릴게요. 나는 집에 없어요. 당분간 시골에 가 있을게요.'

그 순간, 좁은 아파트 복도는 방금 이 행성에 새로 만들어진 사막이 되는 거야. 어디로 갈까? 도대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것일까? 어디로 가야 너는 지금까지의 배려와 위로,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한참을 망설이던 네가, 다시 걸은 여섯 발자국 뒤에는 진한 핏자국이 남아있지. 곧장 심장에 꽂힌 배신의 칼날을 따라 흘러내린 핏물.

어쩌면 너는 술을 마시고 쓰러지지 않을지도 몰라. 살아가면서 이미 몇 번쯤은 겪은 일일 테니까. 여전히 익숙해지지는 않지만. Madeleine Peyroux 가 우울한 음성으로 읊조리는 I'll Look Around 따위를 들으며 어느 카페에 하염없이 앉아 있게 될지도 모르지. 세상은 정말 엉망이로구나. 또 다시 사랑을 믿은 내가 바보지. 라고 천천히 고개를 젓게 될지도 모르지. 너무 힘들어 술조차 마시기 힘든 바닥없는 절망.

그러니 함부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마. 아무리 네가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방이라고 해도. 가만히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일부러 죽이고 싶은 살해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절대로 사랑한다고 말하면 안 돼. 일시적인 충동과 변덕 따위로 말이지.


천당(天堂) 아래 분당(盆唐)에서...

www.allbaro.com

[사진 :  메리크리스마스 ] - Nikon 똑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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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아녜스님의 댓글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게 되네요...살인의도...살인...

원똘님의 댓글

사랑은...    맞아요..  치명적인 독.....

김소연님의 댓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늘 사랑에 목메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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