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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원히 살거나 영원히 사랑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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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원히 살거나 영원히 사랑할 수 없는 이유...

이층 테라스를 통해 내려오는 burlywood 색 목재계단 아래로는 아침안개가 그득합니다. 측백나무 숲을 지나는 나는 이내 회색 의 새벽 그림자가 되어 안개속으로 스며들어 불특정한 형상으로 사라집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안개너머로 아침이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힘찬 발자욱 소리가 귀에 밟힙니다. 종이컵에 뜨거운 물 그리고 봉지커피, Marlboro Medium 한개피... 숲사이 안개는 가슴께까지 밀물이 되어 물러가고 lightcyan 담배연기와 함께 다시 하루치의 그리움이 다가 옵니다.

제법 자주 술을 마시고  음주의 시간을 반추해내 듯, 당신과의 이야기를 주절거리며 글로 남기곤 합니다. 그리고 하나 둘씩 글이 남을 수록, 나는 당신과의 추억이 그 순간의 그 느낌으로 고스란히 내게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절대로 과거가 아닙니다. 당신이 고인이 된것은 아니지만, 아니 사실은 그런 것 까지도  알지 못하지만 당신의 호흡은, 다른 무엇보다도 빙산이라도 녹여 낼듯 한 그 달콤한 미소는 영원히 내 마음에 새겨져 있네요.

그러므로 언제까지고 당신은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입니다. 나는 아직도 알콜 가득한 시간에는 당신의 이름이 입안을 맴돌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어린시절 입안에서 굴러 다니던 모래 알갱이의 맛이 납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점점 당신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눈을 감고 당신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어쩐일인지 당신의 미소와 눈웃음과 양 볼로 당겨진 입술의 꼬리는 선명하지만, 헝클어진 퍼즐처럼 당신의 얼굴 윤곽은 선명하지가 않습니다.

들고 있던 술잔에 취해버린 손가락이, 당신의 사진을 꺼내어 들었습니다. 낮선 여인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이  얼굴이 당신이었나? 이 코가 당신이었나? 이 입술은 많이 비슷하네요. 그리고 갑자기 뭔가가 가슴속에서 올라 왔습니다.

나는 이토록이나 오랫동안 그리움을 참고 견디었나?  단 1센티미터의 거리도 용인하지 못하던 우리가 이젠 얼굴의 초상이 가물거리게 되었군요. 처음에는 당신이 나를, 마지막에는 내가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였으니, 당신은 이제 내가 당신의 앞에 나타나도 나를 알아 보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라는 생각이 가슴언저리를 뻐근하게 합니다..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거친 겨울 바람이 낯선 행인을 본 검은 사냥개처럼 나지막히 으르렁거립니다. 아담한  난로에  대포항의  작은 등대같은 deepskyblue 불을 켜고 고독이 주변을 어슬렁 거리도록 둡니다.  적어도 내게 다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요. 아무리 목 언저리와 소매끝을 여미어도 겨울은 공지천을 스치우는 바람처럼 빠른 소리를 내며 빙판위를 달릴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겨울이니까요...

그 때, 제주도의 12번 도로에서 당신이 말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 해요. 너무나 충분하고 행복해요... 밤이 많이 깊어서 협재의 호텔을 찾아가는 길은 오랫동안 구불거리며 헤드라이트의 앞으로 다가 들었습니다. 칠흑같은 어둠속에 별과 자동차의 라이트만 정면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계기판의 푸른 빛은 당신의 실루엣만을 간신히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혼돈이 머리속을 떠돌 때마다 희미하고 작은 녹색의 이정표가 나타났고, 우리는 아직도 제주 관광 지도위를 1시간이나 달리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Sky 호텔의 작은 현관 앞 방파제 위에 섰을 때, 거문고 자리가 우주의 끝에서 투명한 소리를 파도에 실어 보내고 있었고, 화살자리는 시간을 싣고 빠르게 구름 아래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머리위의 전갈과 싸우던 헤라클레스가 흘깃 바라보았을 때, 반짝이는 해변에선 우리는 깍지를 끼운 두 손처럼 깊고 깊은 포옹중이었습니다. 이봐 좀 비켜주지 않겠어? 그런 시선은 실례잖아...

Neon Blue로  신비로움이 드리운 수평선의 끝에는 어슴프레한 새벽이 두 눈을 비비고 있었습니다. 신발을 벗어 고즈녁한 밤의 모래위에 함부로 두고 우리는 부드러울 정도로 차가운 바닷물이  발목을 간지르는 꼬마 파도와 함께 웃으며 해변의 끝까지 걸었습니다.

검은 바위가 흰머리의 파도를 밀어 올리는 해변의 끝에서 우리는 태평양을 단숨에 달려온 새벽 바람을 맞았습니다. 당신의 키스는 분명히 파란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요. 당신이 내 코를 살짝 깨물었기 때문에  그 순간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잠깐 눈을 뜨고 올려다 본 하늘에는 말간 별똥별 하나가 소리도 없이 먼 길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긴꼬리가 사라지기 전에 마음속으로 기원했습니다. 영원히 사랑이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도록 해주세요.

하지만 결국 기원은 비원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수 없이 맹세하였던 그 중 어느 한 가지도 지켜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사랑은 깨어진 어항이 되었고 심장은 젖은 땅위, 유리조각의 틈에서 팔딱거리며 죽어가는 금붕어가 되었습니다.

E.L.O. 가 오로라의 환상과 같은 음성으로 Ticket to the moon 이라고이야기 합니다. 그런 티켓이 있었나요? 가격은 얼마나 할까요? 그것으로 언제나 맑은 미소의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다가 설 수 있 을까요?

영원히 사랑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말 우리가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행성이 얼마나 되는 내구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 보았습니다. 이 행성의 흙으로 이루어진 토우에 불과한 우리의 운명은 은하계의 쪽배인 이 Earth 호에 탄 가여운 승객에 불과 하니까요.

자료를 보니 태양과 비슷한 별은 주계열에 약 100억 년 동안 머물다가  주계열에서 벗어나면 이전 크기의 50배까지 팽창하여 거성(Red Giant)이 된답니다.

[거성은 주계열에 비해 온도는 낮아지지만 팽창으로 그 크기가 커져  밝기는 증가한다. 태양은 앞으로 50억 년 후면 팽창을 시작하여 그 크기가 지구 궤도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때 쯤이면 지구는 태양의  뜨거운 열 때문에 증발해 버리고 말 것! 무섭지? ] 라는 엄청난 예언을 해  놓았군요.

그래요. 50억년은 진짜 상상속에서도 그리기 어려운 기간입니다. 얼마나 얼마나 끈질긴 시간이 흘러야만 50억년이 될까요? 그러나 말이지요,  당신의 미소 한 번을 눈 앞에 그리면 계절이 한 번 바뀝니다. 당신을 그리워 하며, 5년이 지났습니다. 당신과의 그 짧고 짧은 행복이 햇수로 3년이 지나고 말았습니다. 50억년이요? 내가 살아 낼 수 만 있다면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이 될것 같습니다. 그리 길고 길게 살아 낼수만 있다면 당신을 50억년, 아니 100억년간 사랑하는 것이 그리 큰일이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죽도록 그리고 영원히 사랑해도 우리는 50억년밖에 시간이 없어요. 너무 길다구요? 영원이라는단어에 비하면 50억년은 너무 짧지요.영원히 사랑한다구요? 그 진실에 우리는 이제 고민을 좀 해봐야 되지 않겠어요? 시간은 이제 50억년 밖에 없는데...


측백나무 숲을 따라간 길에서...

www.allbaro.com


[사진 : 12월의 숲 ] - nikon 똑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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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하늘섬바다숲님의 댓글

여긴.... 그 말태우던 길이군요 ^^

사진 올려야되는데 ㅜㅜ

행님 잘지내세요? ㅇㅁㅇ;;??

김명기님의 댓글

라이너즈님의 댓글

아;; 뭔가 느껴지는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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