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추가메뉴
어디로 앱에서 쉽고 간편하게!
애플 중고 거래 전문 플랫폼
오늘 하루 보지 않기
KMUG 케이머그

자유게시판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

본문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약한 것이 진실일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순대국밥 집에서 나누기엔 조금 무거운 주제 같아서 나는 회피하듯 그렇게 말하고 소주잔을 단숨에 비웠다. 어쨌든 그는 내가 걱정되는 것이다. 때로 소주가 달짝지근할 정도의 대화가 있다.

당신은 가만히 있지만 상대방은 끊임없이 당신을 욕하고 있단 말이지. 뭔가 대응이나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아닌가?

어떻게요? 내 돈으로 내가 연구소 만들어서 일했지요. 하지만 결정권은 돈 한 푼, 연구 한 줄 안한 사람들이 가지는 게 학교더군요. 교수도 아닌 사람이 내 원고를 도용해서 잡지에 발표하고 내가 그걸 항의하니까, 책임자는 그 도용한 사람 쫒아 내겠다고, 나더러 더 열심히 일하라고 월요일에 말하더군요. 그리곤 목요일엔 나도 나갈 테니까, 너도 나가라고 말을 번복하는 사기꾼들. 연구소 정관에도 없는, 교수라야만 국장을 한다는 주장. 그럼 처음부터 문제제기를 할 것 이지, 일 년 동안 열심히 일을 해서 간신히 기틀을 잡아 놓으니까, 그따위 망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잘못했다고 용서라도 빌어야 합니까? 동문 이기주의에 빠져 사필귀정의 논리는 아예 제거 된 좀비 같은 사람들. 시대는 흘러도 끝없이 퇴보만을 주장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무슨 대책이 있습니까? 그 사람들은 제일 중요한 것을 잊고 있어요. 희망이라는 것. 싱싱한 새 희망이라는 것이요.

세상에서 진실이 제일 강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다 밝혀지겠지요. 나는 다만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식도, 도덕도, 수치심도, 미래도 없는 그들이 어떻게 자기가 옳다고 주장을 할런지. 그런 인간들 하고 시시비비를 가릴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만 충실할 겁니다. 문답무용.

내 침묵 이전에는 그런 정도의 대화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벗을 만난 것이다. 인디언 이름으로는 ‘집중해주는 귀’. 소주는 여전히 달콤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 순간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삶은 정지화면이 아니지. 시간이라는 놈이 우리 인생의 회전목마를 끊임없이 돌려준단 말이지.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나름대로 분리가 되지. 비온 뒤 흐려진 개울물이 다시 맑아지는 것과 같아. 무겁고 큰 것은 가까이, 가볍고 작은 것은 멀리 하구언까지 간다. 어쩌면 바다에 가서 파도를 볼 수 있게 될 수도 있지. 그때 비로써 진실이 빛나는 거야.

진시황의 진짜 아버지가 여불위라는 것. 진시황의 어머니가 노에라는 잡놈과 이렇고 저랬다는 것. 그 엄연한 진실을, 세상의 절대자였던 시황제의 시절에 누가 감히 입을 열어 생명을 단축했겠어? 하지만 역사의 진실은 바꿀 수 없지. 이제 그건 일반인들의 상식이야. 진실의 힘이란 그런 것이지. 그래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경구가 생겨난 것이야. 내가 알기에 아직 지구상에 시황제보다도 더 강력한 지도자는 없었지. 그렇다면 나머지 모든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것 아니겠어? 한번 거짓말을 한 이상, 이미 과거라는 쇠사슬에 덜컥 발목을 잡혀버리지. 진실의 물꼬가 터지는 날에, 그들이 믿고 있던 단단한 땅은 모조리 쓸려 내려가고 말거야.

하지만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야. 그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어. 내가 작가라는 것. 돈 못 벌고 가난하고 힘없는 작가라는 것.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을 그대로 기록하지. 내 기억력에 의심이 가는 만큼 꾸준히 기록하고 또 기록하지. 언젠가는 그 기록들이 숨겨진 진실. 거짓 속에 무력하던 상처 입은 진실을 밝혀 주리라는 것을 상상도 못하지. 나와 관련 된 거짓들은 절대로 묻혀있지 않아. 기록으로 생명을 얻은, 살아있는 이야기들이지. 모든 거대한 힘에 대항한, 모든 거대한 진실을 밝힌 것들은, 늘 힘은 없었지만 줏대가 있었던 사관(史官)들의 업적이었지.

물론 진실과 거짓이 모조리 옳고 그름의 2분법 선상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진실 된 것도 인생. 거짓된 것도 인생. 어느 쪽이든 그것은 인생이지. 선택은 자신의 몫이야. 나는 진실이 가장 강한 것이라고 믿고, 그쪽으로 걸어가는 인생이지. 때로 바보 같고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상처 입고 따돌림 받고, 백배나 더 욕을 먹으며 살지도 모르지만, 그것 또한 인생 아니겠어? 인생의 문제란 늘 선택의 문제지.

신문과TV를 봐. 뭐가 진실인지 뿌연 안개 속에도 실체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잖아? 우리가 입가에 머금은 미소는 그런 사소한 재미의 발견 때문이겠지. 깨어있는 인간이라면 한번 정도는 고난과 진실 쪽에도 서보는 것, 그것도 즐거운 인생 아니겠어?


천당(天堂) 아래 분당(盆唐)에서...

www.allbaro.com

[사진 : 문은 언젠가 반드시 열린다.] - Nikon 똑딱이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포인트 81,347
가입일 :
2004-02-26 08:43:02
서명 :
미입력
자기소개 :
미입력

최신글이 없습니다.

최신글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2

가람가솔님의 댓글

느리지만 강한 것...

이경숙님의 댓글

진실이 약하든 강하든 중요한것은 자신의 생각이라고 봅니다. 세상이 진실이 약하다고 그렇게들 만들더라도 내가 내 안에서 강하게 키우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전체 50,531 건 - 10 페이지
제목
김명기 1,756 0 0 2007.07.04
제리고고 1,755 0 0 2014.11.28
히로시 1,754 0 0 2010.12.03
김명기 1,753 0 0 2006.09.15
김명기 1,753 0 0 2004.10.08
원샷원킬 1,753 0 0 2006.11.02
여백 1,751 0 0 2006.05.09
김명기 1,750 0 0 2009.02.05
여백 1,750 0 0 2006.08.22
안성균 1,749 0 0 2012.10.29
김명기 1,748 0 0 2008.10.14
로니씨 1,748 1 0 2016.04.19
김명기 1,747 0 0 2009.08.02
김명기 1,747 0 0 2007.12.20
레벨 구성미 1,746 0 0 2023.04.12
김명기 1,745 0 0 2004.07.13
tomtom 1,745 0 0 2007.12.20
향기 1,744 0 0 2006.08.08
555 1,743 0 0 2008.05.11
dusk132 1,743 0 0 2016.07.13
영환군 1,743 0 0 2004.10.20
영환군 1,743 0 0 2004.08.30
동성_……. 1,743 0 0 2007.01.26
알밤 1,742 0 0 2005.02.17
O리발 1,740 0 0 2005.01.10
Icarus 1,740 0 0 2009.11.09
레벨 아멜리에1 1,739 0 0 2023.01.25
al-B 1,737 0 0 2007.12.06
김명기 1,737 0 0 2011.09.01
김명기 1,737 0 0 2007.05.16
김명기 1,736 0 0 2004.10.20
nara 1,735 0 0 2010.04.08
ss875 1,735 0 0 2007.01.17
김명기 1,734 0 0 2009.06.04
향기 1,734 0 0 2008.10.30
향기 1,734 0 0 2010.07.02
김혜영 1,733 0 0 2004.04.01
김명기 1,732 0 0 2007.07.04
영환군 1,732 0 0 2004.08.25
김지영 1,732 0 0 2009.10.23
김명기 1,731 0 0 2006.05.30
여백 1,731 0 0 2005.01.25
심리학박사 1,730 0 0 2009.10.09
김명기 1,730 0 0 2004.09.28
그머크 1,730 0 0 2010.10.21
여백 1,729 0 0 2005.03.02
김명기 1,729 0 0 2007.11.09
美청년.영환군 1,729 0 0 2006.09.17
향기 1,728 0 0 2010.07.17
玄牛 1,727 0 0 2009.11.18
8209 1,727 0 0 2010.01.28
하하하하호호 1,727 0 0 2016.04.06
이정윤 1,727 0 0 2004.04.02
NERV 1,727 0 0 2014.09.22
1988 1,726 0 0 2012.08.09
레벨 아멜리에1 1,726 0 0 2022.12.26
새콤달콤 1,726 0 0 2010.08.27
봄날2 1,726 0 0 2023.03.15
여백 1,724 0 0 2004.12.19
김명기 1,724 0 0 2004.11.24
김명기 1,724 0 0 2009.01.13
김명기 1,724 0 0 2010.01.07
제리고고 1,724 0 0 2015.04.01
김명기 1,723 0 0 2007.12.20
EVA 1,722 0 0 2012.12.27
소주에감자탕 1,721 0 0 2005.05.11
누들리에 1,720 0 0 2008.11.02
김명기 1,720 0 0 2004.10.09
김명기 1,719 0 0 2009.06.08
김명기 1,719 0 0 2004.04.16
동성... 1,718 0 0 2008.05.01
조실장 1,718 0 0 2015.07.26
김명기 1,718 0 0 2008.03.10
구아바 1,718 0 0 2010.02.03
나라 1,717 0 0 2004.09.07
인피니티 1,717 0 0 2007.03.07
누들리에 1,717 0 0 2009.02.07
CUMdesign 1,716 0 0 2009.11.09
권란실 1,716 0 0 2004.04.14
★루 1,715 0 0 2004.11.05
박주영 1,714 0 0 2010.10.26
향기 1,714 0 0 2004.07.10
김명기 1,713 0 0 2009.08.16
김명기 1,712 0 0 2008.02.02
향기 1,712 0 0 2007.10.30
미션 1,712 0 0 2005.09.14
김민규 1,711 0 0 2006.11.12
영환군 1,711 0 0 2004.09.20
여백 1,711 0 0 2004.10.06
최명호 1,710 0 0 2006.05.25
향기 1,710 0 0 2015.07.31
최진미 1,708 0 0 2007.09.12
EVA 1,708 0 0 2016.02.05
김명기 1,706 0 0 2008.01.09
민준서희아빠 1,705 0 0 2021.04.16
MacGeekPro 1,704 0 0 2007.10.20
딱조아 1,704 0 0 2009.12.15
iRis 1,703 0 0 2008.03.21
김명기 1,703 0 0 2005.10.24
gyu1993 1,703 0 0 201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