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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가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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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가 그리워.

내가 자라던 시절.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상당히 난폭한 시대였다. 그러나 라디오건 TV에서건, 가족 간의 사랑. 형제간의 우애. 이웃 간의 결속은 세상의 중심을 이루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70년대는 ‘월튼네 사람들’이 있었고, 80년대는 ‘전원일기’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두 드라마는 도입부의 음악도 비슷한 분위기였던 것 같다.

월튼네 사람들은 대공황 이후 버지니아 주의 시골에 사는 한 대가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다. 전원일기는 1980년에 시작하여 농촌가족이 사는 모습을 22년간이나 보여준 휴먼 드라마였다.

개발 도상국가의 바쁜 일상을 볼 때, 머지않아 가족 간의 정이나 형제간의 우애 같은 것이 곧 사막화 될 것이라는 정부 관료의 예측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TV는, 사람 살아가는 도리는 이런 것. 콧날 시큰한 인간미가 어린, 바른 생활의 기준을 보여주었다.

요즘 도시로 나와 살다보니, TV를 볼 기회가 많아졌다. 지금은 전원일기나, 월튼네 사람들에 비교하면 거의 엽기적인 수준이다. 어쩌면 오래전에도 축첩이나, 불륜, 등의 범죄 상황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것이 나쁜 것이라고, 누군가가 앞장서서 계몽이라도 했다. 동네마다 ‘어른’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공범자다. 어른은 징그러운 성 추행범인 것이다.

입으로는 나쁘다고 할지라도 마음속으로 죄의식은 조금도 없다. 그저 로맨스나 쾌락이라면 꿀단지 속의 명랑한 파리처럼 곧장 빠져드는 것이다. 그게Cool한 것이고, 그게 이 빌어먹을 세상의 분위기다. 가진 놈 것 좀 뺏어 쓰겠다는데 어때? 주먹이 법보다 좀 가깝기로서니 그게 어때? 뺏기는 놈, 맞는 놈이 병신이지. 요즘 애인하나 없는 유부남, 유부녀가 어딨어? 안 들키면 그만이지. 아니 들키면 또 어때? 아쉬운 쪽이 매 달리는 거지.

정상은 시시하고 미친 짓은 재미있다고?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불륜이 튀어야 하고, 피가 튀어야 하고, 의리가 박살나야 한다. 그게 재미있다는 것이다. 재미만 있다면 뭐가 어찌되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일까? 돈만 많으면 뭐든지 되는 세상이라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돈만 있으면 곧장 귀족이 되어, 돈과 품위를 지키는 교양도 얼마든지 구매 가능하다고?

언제고 TV 만 켜면, 빽빽 소리 지르는 여편네!(분명히 여편네다! 제대로 된 가정이라면 저럴 수는 없다.) 냉장고 속에서 한 달 넘게 방치 된 상추이파리처럼 빌빌거리는 남정네. 탐욕스런 노파나 심장 약한 노인. 싱그러운 불륜들, 무차별 게임 형 살인자들, 으르렁거리는 조폭들, 말끝마다 이혼 타령하는 철없는 부부들이 무기한 연장 공연 중이다.

돈이 있는 곳엔 다툼이 있다. 또는 다툼이 있는 곳에 돈이 있다. 돈 되는 일은 뭐든지 한다는 정설 아닌 정설을 보여주는 현재의 TV는, 70년대의 시각으로 본다면 제정신인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약육강식만 끝없이 반복해 보여주는, 가히 '동물의 왕국'이라고 할 정도다.

예전에는 전파 낭비라는 말이 있었다. 요즘엔 전파 공해. 아니 전파 오염이다. 그래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시청률이 돈이 되는 세상에서는 아무도 말 할 수 없다.  타락과 범죄가 뉴스가 되어 곧장 미디어의 돈벌이가 되는 세상에서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요즘의 청소년들은 정상적이라는 것이 뭔지, 아예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세상 시정잡배들의 입맛에만 졸졸 따라다니는 미친 깡통 TV가 아니라, 이런 게 제대로 된 세상이라고 턱 하니 기준을 보여주는 TV가 그립다. 월튼네 사람의 주제가. 그리고 미국이고 한국이고 동일한 농촌 사람들의 순박함. 정과정이 오고가던 순간의 눈시울 뜨거운 감동.

아아, 전원일기라도 다시 불 수 있다면. 시류 따위에 굽실거리지 않고. 오래전의 굳건한 고집을 그대로 볼 수 있다면. 누가 어디를 어떻게 사시미 칼로 푹 찔러 요렇고 조런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보다, 아비가 아비노릇하고 지어미가 지어미 노릇하고, 아들이, 딸이 제대로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던 전원일기가 그립다.

처녀 불알도 살 수 있다는 요즘 세상에, 돈 아닌 사랑을 택한 처녀는 바보로 취급된다. 물질적 풍요는 정신적, 상대적 빈곤층, 멀쩡한 거지들만 양산했나보다. 원래 우리가 행복하려면 돈이 아니라, 정이나 의리. 도덕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건데, 요즘은 뭔가 잘 못되었다는 당당한 주장이 보고 싶다.

세상엔 어린이들도 있다. 그들이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나는 싫다. 사시미 칼로 요기를 푹! 따위를 배우며 자라난 눈 빛 풀린 청년들과 어울려 사는 노년은 상상도 하기 싫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나는, 바로 옆 사람의 입장에서는 타인이다. 그러므로 서로 타인인 우리가 서로에게 존중받기 위해서라도, 그런 덕목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제대로 된 표준 TV가 나는 정말로, 정말로 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아마 한동안, 아니 어쩌면 평생 동안 나는 TV를 보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


천당(天堂) 아래 분당(盆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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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마음 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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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1

玄牛님의 댓글

정말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물론 제 같은 경우는 벌써 20년째

TV와 담을 쌓고 살고 있지만(물론 TV도 없습니다.)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간간이 접하는 드라마 소식은

정말이지 암울 그자체더군요 ..

수호천사님의 댓글

TV를 버려야하는데...ㅠㅠ

Drink│some│cafein님의 댓글

저런.. 저흰 TV를 버리고 PDPF로 바뀐다는...

zpdl님의 댓글

그래서 전 드라마 안봐요.
인간극장이나 병원24시 같은 프로는 즐겨봅니다
윌튼네 사람들 보고 싶네요~

김명기님의 댓글

TV는 가끔 미친 매체 같습니다. 그러고도 가끔 말 때문에 출연 하는 것을 보면 저도 제정신이 아닌가요? ^~^

alt님의 댓글

'물질만능주의=처녀 불알도 살 수 있다는'
저도 업을 하는 입장에서 돈없이 할 수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저도 그 시대를 공유한 입장이라....

김명기님의 댓글

저도 역시 그렇지요. 그냥 제가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

김성진님의 댓글

안나수이님의 댓글

전원일기 저두~그립습니당^^

김윤회님의 댓글

전원일기...ㅎㅎ

이런망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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