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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만 둘러도 다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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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만 둘러도 다 이뻐!

개인적인 생각이고, 주변의 몇 명의 친구들과 나눈 사사로운 비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대략 고등학교 시절까지 한 반에 꼭 한 명 정도씩 미인이 있었다. (어설프지만 남자들도 수다를 떤다.)

대학 시절에는 어찌나 까다로왔는지, 수천 명의 여학생들 중에 겨우 5~10명 내외의 미녀들만이 때때로 캠퍼스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젊은이다운 시건방이었을 것이다. 아직 설익은 판단력이, 그토록 무의미한 평가를 질리지도 않고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30대 초반이 되었을 때, 거리를 지나다 눈에 띄는 미인들이 생각보다 다섯배 쯤 더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했었다. 아 아름다운 대한민국. 게다가 우리나라의 여인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라는 모 화장품 회사의 광고카피대로 열심히 스스로를 가꾸고 있었다. 복두 많지.

대략 40대쯤 되었을때, 친구들이 말했다.

"야, 요즘 아가씨들은 어떻게 하나 같이 다 이쁘니? 글쎄 지나가는 아가씨들이 하도 이뻐서 카페에서 한 시간이나 사람 구경을 했다. 예술했지."

물론 40대 중년의 응큼한 마음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나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실은 아줌마들도, 때로는 할머님들도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발현되는 것을, 가끔씩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며 바라본 적이 있는 것이다.

세월은, 계집아이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처녀로, 새댁으로 아줌마로, 할머니로 변화되는 과정의 모든 여성들에게 그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 아름다움은 때가 되면 찬란하게 빛난다. 여인들에게는 철마다 피어나는 꽃처럼 그 시간대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이 있고, 그것은 차례대로 꽃 망울을 터뜨린다. 그 아름다움은 그저 화장품을 잔뜩 바른 외적인 아름다움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성적인 대상으로써의 20대 여인은 분명히 아름답다. 그러나 남자가 나이 들면, 여자 아이의 팔랑거리는 철없는 미소와,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시장 아주머니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에서도, 코 끝이 찡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아아, 스쿠터를 타고 쌩 지나가는 다방 아가씨의 머리카락과 그녀들의 부주의한 종아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비록 티켓 다방의 호된 일상을 후회하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싱싱하게 살아나는 생명의 아름다움까지 세상사에 가려 어두운 것은 아니다.

손녀를 안고 덜 여문 새카만 머리카락을 땋아주는 할머님들에게서 나의 할머님을 떠올릴 때, 어쩌면 나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그 품 속에서 잉태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흑백사진처럼 회고의 세월을 사는 그녀들에겐 자잘한 사람의 일생이라는 것이, 그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들이 심어 준 수 많은 전설 속에서 이미 사랑과, 사람의 도리와, 선과 악의 구별을 새겼다.

그러니 여인들은, 여인들의 아름다움이 불과 10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과성의 미의식에 연연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또한 비현실적인 TV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에 매료될 필요도 없다. 모든 여인에겐 그녀만의 비교할 수 없이 빛나는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것이다.

별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한들, 사랑하는 여인의 서늘한 눈매에 비할까? 남자들은 여인의 미소 한 번에 모든 분노를 사그라뜨리고, 온순한 강아지가 되어 꼬리치곤 하는 것이다. 그러니,

[소금은 물에서 나서 물에 녹고, 남자는 여자에 나서 여자에 녹는다.
여자가 20년간 귀하게 키운 사내를, 여자가 20분만에 바보로 만든다.]

따위의 속언들이 진리의 힘을 지니는 것이다. 다 맞는 말이다.

그 여인들과 사랑이라는 불장난을 지피곤 하는 남자들의 시선 역시 세월과 함께 변할 것이다. 여인들이 반짝이는 청춘의 외적인 아름다움을 지나, 하나의 인격으로 성장되어 가며 갖추는 세월의 미는 이 세상의 다른 모든 아름다움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나는 노년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 땅의 여인들은 치마만 두르면 다 이쁘겠지. 나는 다가올 세월을 느긋한 눈으로 바라보며 홀로 미소 짓는다. (어쩌다 나와 눈을 마주치는 여인들은, 주책맞게 바라본다고 화내지 말지어다. 나는 그대들의 내면에서 피어나는 세월의 미를 바라보고 있을지니...)

시간은 내게, 새로운 아름다움을 매일 발견하는 너그러운 시각을 줄 것이다. 그때 나는, 내 주변을 둘러싼 이 행성의 모든 아름다운 여인들을 바라보며 늘 행복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노년을 가슴 두근거려가며 기다리고 있다. 정말, 여자라면 치마만 둘러도 다 이쁘게 보일 그 행복한 시간을...

P.S. : 그럼 그때까지 뭘 할까? Paul Gonsalves 의 yesterdays 라도 들으며 느긋하게 담배나 피고 살지 뭘. 담배가 노화를 확실히 촉진한대니까. ^~^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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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7

hongwu님의 댓글

향기가 있는 좋은 글입니다.

글이 날로 원숙해지시는 것 같습니다.

여백님의 댓글

-,.-"

비오는 일요일 겜방에 온쥐라...
명기님 글을 조용히 읽어내려갈 수 엄서서...
아타까우...ㅁ

참 명기님 오늘 2부 나왔데요?
국토기마대장정...
말들이 서로 싸움하는 바람에
수의사까지 불러서..꼬매고 ...
정말 많은 고생한 태가 력력!!
^,.^

여툰 성료 성료!!
흐흐흐

김명기님의 댓글

hongwu 님 감사합니다. 나잇값을 좀 하게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명기님의 댓글

실은 PD들이 원하는 잔인한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 것 같아서 찜찜 합니다. 대장정의 보람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 말과 함께 국토를 내닫는 즐거움에 있는데...

아르티어스님의 댓글

ㅋㅋㅋㅋ-_-난 치마가 시른데...//^^

여백님의 댓글

"소금은 물에서 나서 물에 녹고, 남자는 여자에 나서 여자에 녹는다."
-,.-"
공감.......

여자란 참... 묘한 ...
예전 혼자서 해부학책 떠들러볼때...

여자.. 참...
별것(?)도 없는...

섹쉬하게 드러누운 모델..
거죽한 꺼풀 적혀보면..
살과 근육과 뼈들의 집합..

그 살과 피의 조합으로
울어머니처럼
내 살과 피를 만들어내고...
-,.-"

여자란.. 참 묘~~~한...
알수가 없는...
알수가 없어 더욱 끌리는..

넘힘든하루님의 댓글

저도 빌어 봅니다.
제가 흘러가는 시간과 세월속에
더 깊고 따뜻한 눈을 가지고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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