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추가메뉴
어디로 앱에서 쉽고 간편하게!
애플 중고 거래 전문 플랫폼
오늘 하루 보지 않기
KMUG 케이머그

자유게시판

Blue Moon

본문

Blue Moon


생각은 끝이없다. 출구가 없는 생각들이 뇌리 속을 메아리처럼 이리저리 반사되며 튀어 오르고 있다. 나는 이윽고 생각의 덜미를 잡으려는 의도를 포기한다. 생각이 꼬리를 잇게 그대로 둔다. 뭐가 뭔지 알 수없게 편집된 영화처럼, 의미 없는 수많은 영상들이 빠르게 바뀐다. 

내가 나자신의 생각을 이기거나, 완전히 통제하는 일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불가능한 꿈이 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영상은 무엇일까?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며 나를 임종하는 얼굴?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정지된 영상? 가슴을 도려내는 듯하던 이별의 순간? 그 사이에도 수 많은 생각들이 번개처럼 끼어들어 집중하기가 어렵다.
 
마음이 어지러워서인지, 오늘은 검은 나무의 실루엣으로 이어진 익숙한 숲 길도 끝이없다. 7월의 마지막 밤. 서늘해진 밤 공기의 팍팍한 향기를 맡으며 걷는 길에는, whitesmoke 의 Blue Moon 이 한 발자국씩 어깨 위를 따르고 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는데는 Tom jones(이 아저씨 아직도 살아 있었나?), reload 앨범의  Sexbomb가 도움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끼가 낀 것 같은 마음 한 구석의 그늘까지는 소리의 파장이 도달하지 못했다. 이윽고 먼지를 쓰고 잊혀져 가고있던 대화가 떠오르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역시 조절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거친 표정과 분노가 가득한 마음으로는 아무 것도 얻어낼 수가 없지. 평온한 얼굴로 자신의 입장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대화에서 새로운 길을 열도록 노력해야지. 뚱한 얼굴로 말대꾸조차 하지 않고, 자신에게 쌓인 모든 것들을 삭여내기보다는 그대로 쏟아 내려고만 한다면 함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힘들겠어?"

"부드럽고 상냥했던 표정이 조금씩 굳어져가고, 늘 자신의 기분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벽처럼 닫혀진 마음으로 나타내려 한다면, 지켜보는 사람은 늘 마음이 무겁지. 억센 손이 심장을 꽉 잡고 있는 것처럼 답답해 지곤하지."

"아아! 이사람 하고라면 이런 식으로 평생이 무겁고 답답한 방식으로 풀어져 가겠구나. 이 사람의 변함없는 사랑이란 결국 여기까지구나. 그런 짐작이 든다면 그것은 제 모양을 갖춘 절망에 지나지 않아."

"사랑은 좋은 때만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야. 서로에게 생겨난 여러가지 일들로 마음 상하고 가슴이 답답할 때, 그 상처를 함께 어루만져 주고 풀어내는 과정이 더 무게있는 사랑이지. 짜증을 내는 방식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면, 이미 시작부터 잘 못된 것이야."

"생각이 많아진 것이겠지. 전에는 괜찮았던 것들이 문제가 되고, 전에는 이해 되던 일들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닫혀진 문이 되어 버린 것이겠지.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겠고. 쉽게 사라지거나,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거야. 먼 훗날에 지금을 바라본다면 지금의 판단이 올바른 것이 될 수도 있지. 인생을 누가 예단할 수 있겠어?"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나는 상처 많은 사람이야. 나는 이제 행복하고 싶어. 누군가와 다투고 토라진 얼굴을 보고 마음 답답한 일상을 보내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어. 그러나 당신은 그런 식으로 마음을 털어버려야 사는 사람이고, 나는 그런 것들과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야. 역시 처음부터 잘 못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 이쯤에서 헤어 집시다. 눈물도, 원망도 이제그만. 좋은 시간, 좋은 추억이 남아 있을때, 서로를 견딜 수 있을 때, 아직은 관대함이 남아있을 때. 이쯤에서 그만 헤어집시다."

"며칠 동안은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지 말 것을.', '애초부터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중얼거리던 우려에 더 많이 귀 기우릴 것을.' 하고, 뜨거운 철판 위에 손을 올려 놓은 것처럼 많이 힘들고 괴롭겠지. 이제부터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야 하고,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해."

"하지만 그것은 그간의 즐거운 시간들이 한순간에 마음을 빠져나가는 격한 괴로움일 뿐. 시간을 두고 자신의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이가 해결할 수 없는 두 사람의 문제로 말라 죽어 가는 것을 바라보는 괴로움보다는 분명하게 덜할 거야. 이미 몇 번의 이별에서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는 일이잖아?"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때, 당신을 위해 흘릴 눈물이 남아있을 때, 그때 우리는 이별하기로 하지. 어디로든 당신의 날개가 바람을 타고 비상할 수 있는 곳으로 날아가. '모호한 사랑' 같은 것이 아니라, 당신 몸 속의 확신이 분명히 찾아낼 '손에 잡히는 행복'을 향하여 다시는 돌아보지 말고 똑바로 가라구.

"용기를 내요. 그럼 안녕. 사랑했던 이여, 마음을 다하여 안녕."


검은 산그림자 위에 Blue Moon 은 아직도 휘황하고, 기억을 제어하지 못하는 나그네는 잠들지 못한다. 소주보다는 Tom Jones가 더 지독한 밤이었다.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www.allbaro.com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포인트 81,347
가입일 :
2004-02-26 08:43:02
서명 :
미입력
자기소개 :
미입력

최신글이 없습니다.

최신글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9

(酎)클래식님의 댓글

오늘은 자작나무 그늘에서 사랑의 온도계의 뜨겁고 차가운점을 느끼고 갑니다.

김명기님의 댓글

온도조절... 사랑에 있어서는 그 평형점을 찾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지. 클로드 차리의 기타연주가 공허한 숲을 쓸고 지나간다. 참 좋은 여름이지? ^~^

TheAnd님의 댓글

오웃....... 블루문을 아시는분이 계셨네요? ^^
7월31일이었죠? 블루문.... 말은 이뻐도 뜻은 그렇지 않은.......
-0-;;
19년에 7번인가? --a 한달에 두번의 보름달이 뜨는....... 여튼 그리 흔치 않은 달이었다더군요
ㅡ,.ㅡ;;;

justina님의 댓글

너무 길다....ㅡㅡ;

김명기님의 댓글

하지만 실제로 푸른 빛은 아니었습니다. 약간 괴기스러울 정도로 창백한 빛이더군요. 기르는 개들과 달을 바라보기는 했지만, 함께 울부짖지는 않았습니다. ^~^

김명기님의 댓글

제글은 다 길지요. 힘들여 읽지 마시고, 대략 넘어가세요... ^~^

몸빼바지님의 댓글

김명기님의 댓글

넘힘든하루님의 댓글

블루문...
왠지 글의 어감이 생각의 아주 깊은 늪 같은 느낌....^^

전체 50,522 건 - 9 페이지
제목
조준호 1,837 0 0 2010.03.10
상한가 1,836 0 0 2015.10.31
김일환 1,834 0 0 2005.01.20
김명기 1,833 0 0 2008.01.11
레벨 콩두유 1,832 0 0 2022.09.15
향기 1,830 0 0 2015.09.22
김명기 1,826 0 0 2004.09.24
구운빵 1,824 0 0 2011.07.10
Kyeymh 1,822 0 0 2014.09.01
김명기 1,821 0 0 2004.08.02
김명기 1,821 0 0 2005.02.24
루나 1,821 0 0 2016.05.11
최기영 1,821 0 0 2005.01.24
김명기 1,819 0 0 2004.11.20
향기 1,819 0 0 2007.02.04
MacGeekPro 1,817 0 0 2007.10.01
김명기 1,817 0 0 2004.09.10
EVA 1,815 0 0 2014.06.20
MinJae 1,815 0 0 2007.11.15
해초초 1,811 0 0 2021.01.28
영환군 1,810 0 0 2004.06.14
박승규 1,809 0 0 2005.04.30
애플쥬스 1,808 0 0 2015.08.12
duck3437 1,808 0 0 2013.05.10
황석현 1,807 0 0 2015.04.16
열라면 1,805 0 0 2016.01.18
dusk132 1,805 0 0 2016.06.02
향기 1,804 0 0 2015.06.12
김명기 1,803 0 0 2007.09.17
Vanessa 1,803 0 0 2008.07.03
gyu1993 1,803 0 0 2015.10.21
김명기 1,802 0 0 2007.09.14
김명기 1,798 0 0 2004.10.24
제리고고 1,797 0 0 2015.04.10
악동시니 1,797 0 0 2005.12.10
김명기 1,796 0 0 2004.04.26
새침한천년이 1,795 0 0 2009.11.16
아스 1,795 0 0 2009.10.12
hongjuny 1,794 0 0 2007.10.12
안호정 1,794 0 0 2015.08.31
skyscraper 1,793 0 0 2007.06.29
김명기 1,793 0 0 2004.05.10
EVA 1,792 0 0 2013.11.05
구운빵 1,792 0 0 2008.04.10
여백 1,792 0 0 2006.12.23
매가져 1,791 0 0 2015.03.25
향기 1,789 0 0 2010.08.31
영환군 1,787 0 0 2004.09.10
영환군 1,787 0 0 2004.10.28
향기 1,787 0 0 2009.01.15
동성... 1,787 0 0 2010.03.23
nara 1,787 0 0 2010.03.04
MacPlus 1,787 0 0 2010.01.23
김명기 1,786 0 0 2009.01.28
김명기 1,785 0 0 2004.03.30
제과 1,785 0 0 2008.01.23
누들리에 1,784 0 0 2008.11.05
레벨 hs1 1,784 0 0 2022.07.19
김명기 1,783 0 0 2007.11.05
베리 1,782 0 0 2006.03.17
레벨 귀여운anny2325 1,782 0 0 2019.07.17
NERV 1,780 0 0 2015.12.03
김명기 1,780 0 0 2011.05.10
향기 1,778 0 0 2009.10.22
향기 1,778 0 0 2010.02.13
김한솔 1,776 0 0 2008.05.25
김두영 1,774 0 0 2016.12.19
재미솔솔*신짱* 1,774 0 0 2004.12.14
향기 1,774 0 0 2007.10.08
김명기 1,773 0 0 2007.08.06
1,773 1 0 2015.12.30
여백 1,772 0 0 2006.08.03
EarlyAdopter☆ 1,772 0 0 2007.02.04
김명기 1,771 0 0 2007.12.12
김명기 1,770 0 0 2006.11.24
심재원 1,770 0 0 2009.11.12
매입 1,768 0 0 2013.05.17
玄牛 1,768 0 0 2010.05.17
원똘 1,768 0 0 2005.01.26
김명기 1,765 0 0 2007.04.05
이승일 1,765 0 0 2010.10.15
엘프고야 1,765 0 0 2010.05.10
김명기 1,765 0 0 2009.05.21
영환군 1,764 0 0 2004.09.14
김명기 1,761 0 0 2009.11.11
한글사랑 1,761 0 0 2014.04.01
향기 1,760 0 0 2015.08.11
김명기 1,759 0 0 2007.08.17
소나무 1,758 0 0 2016.01.10
김명기 1,758 0 0 2004.04.01
레드닷 1,757 0 0 2021.02.25
mac돌이 1,757 0 0 2010.07.07
김명기 1,756 0 0 2004.05.17
김명기 1,756 0 0 2009.03.12
김명기 1,756 1 0 2008.03.18
김명기 1,756 0 0 2007.07.04
김명기 1,755 0 0 2009.12.06
shkim 1,755 0 0 2004.12.16
wooggijimara 1,755 0 0 2007.03.23
김명기 1,754 0 0 200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