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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이 너의 하느님이다.

본문

너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이 너의 하느님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오늘이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씨였다. 에어컨 같은 것이 없는 원시의 숲 속에서는, 소름이 오스스 돋는 차가운 물줄기 밑에 서 있는 샤워 밖에 더위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법 따위는 없는 것이다.

오늘은 올 해 처음으로 세번이나 샤워를 했다. 이곳에서의 더위는 섭씨 몇 도나 불쾌지수 같은 정밀한 수치가 아니라, 샤워의 횟수로 정해지는 것이다. 그리 멀지않아 네번이나 다섯번의 샤워를 하게 될 것이다. 여름은 아직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장마 탓인지, 몇 일전부터 시작되던 매미들의 오케스트라는 소강상태로 머물러 있다. 멀리 마사 안에서 검은 실루엣의 말들이 움직이는 묵직하고 느리고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낮고 습하고 불투명한 밤이다.

샤워를 마치고, Benny Golson 의 느긋한 트럼펫으로 My Blues House 를 들었다. 손가락으로 무릎을 툭툭치며 드러머의 리듬을 따라간다. 그렇게 생각없이 톨스토이의 단편선을 보다가 머리에 망치라도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이 너의 하나님이다. 내일이라도 네게 찾아올 하나님을 너는 어떻게 맞을 것이냐?'

물론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다. (그러므로 애국가에 나오는 일반적인 우리의 보호자, 하느님이라고 하자.) 하지만 이 깊은 숲 속에서 홀로 원시인처럼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찌되었건 이 숲속으로 나를 찾아오시는 몇몇 분들에 의하여 삶을 영위하고 있다. 실로 그들은 나의 삶과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하느님에 다름 아니다.

어떤 하느님은 삼겹살에 소주를 들고와 고독을 함께 나누어 주었고,
어떤 하느님은 음반을 들고와서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들어 주었다.
어떤 하느님은 나의 건강을 위하여 잔소리를 해 주었고 (술 그만 마셔, 담배 피지 마!),
어떤 하느님은 내가 굶어 죽을까봐 함께 걱정해 주었다.
어떤 하느님은 내가 인간의 사랑을 잊을까봐, 사랑으로 나를 대해 주었고,
어떤 하느님은 내게 말을 기르도록 목동이 되게 하여 주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는 비월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수고 스럽게도 하느님은 잘 뛰고, 건강하고 마침내 국토 대장정 승마단을 조직하게한 말의 형상으로 나를 찾아 왔었나 보다. (일생에 한 번 만나기 어려운 명마였어요.)
또 어떤 하느님은 숲 속의 삶을 선택한 내가 외롭지 말라고, 복실이라는 진돗개의 형상을 하고 아직도 밤마다 현관 앞에서 파수를 보아 주는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는 신을 어지간히 속썩이는 인간인 것 같다. 대개 다른 인간들은 열심히 일하여 저축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하여 죽도록 노력하며 살아서 신의 수고를 많이 빌지 않고도 다들 잘 먹고 잘 산다. 그러나 나라는 별종은 돈을 벌 생각도 하지 않고,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욕심도 없고, 때로 운명까지도 문밖에서 서성거리며 기다리게 만드는 특이하게 게으른 종류의 인간이니까 말이다.

가끔은 신도 열이 났는지, 누군가의 손을 통해 내게 불경이나 성경을 전달하는 소심하고 직접적인 방법을 쓰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엔 코란이니, 모하메드도 읽었군.

그래도 이 깊은 숲 속에서 밥을 굶은 적이 없었고,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었고, 도시에서 살 때보다 분명히 마음 가볍게 살았다. (그러니 신은, 매 끼니마다 먹기마저 귀찮아하는 녀석 때문에 얼마나 골머리를 썩였을 것인가?)

어쨌건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간 삶을 살아왔다. 물론 아부할 일도 없고 아첨할 일도없다. 누군가의 맘에 들기보다는 차라리 그들이 나의 실체를 보고, 나 자신을 정확히 판단하여 주길 바랬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나를 찾아온 그들에게 특별히 친절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하느님과 같은 신으로 동등하게 대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때로 번거롭게 하면 교묘하게 좆아 보내기도 하였고, 문을 걸고 만나주지 않은 적도 있다. 나름대로의 격을 만들고 그들을 판단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것은 일종의 오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은 얼마나 너그럽고 관대한 하느님이냐? 내게 모욕을 받고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한결 같이 나를 아껴주었으니, 그들은 그들의 내세에 충만한 복을 짓고, 나는 무간 지옥으로 굴러 떨어질 업을 받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내가 고양이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였는지도 모른다. (개들에게 잘해주면 개들은 사람을 신으로 알지만, 고양이에게 잘 해주면 고양이는 자신이 신인줄 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왜지?)

자! 이제 망치로 얻어 맞은 듯한 깨우침이 하나 있었다. (너무 돌대가리라서 신은 아예 망치로 돌을쪼아 찬찬히 새겨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그럼 내일부터는 나를 찾아오는 하느님들에게 어떻게 대하여야 할것인가? 내가 가진 것은 잔잔한 미소와 인스턴트 커피, 맑은 공기 뿐인데. 아참! 마시다 남은 대나무 술도 조금 있군.

오늘 저녁 뜻하지 않게 큰 숙제를 하나 안게 되었다. 빗방울이 검은 밤안개 속을 살며시 드나드는 이 밤.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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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4

영환군님의 댓글

아! 사진의 저 작은 폭포수는 명기형님이 말씀하시던 그것이네요..
참 멋지다..
ㅎㅎ
아! 형~ 8월에 12일에 일본 여행을 계획중인데..
좀 뭣하면 곤지암에서 형과 함께 여름나기나 하려고 합니당~

형님네 시간이 괜찮다면 놀러갈게용~

혜진님의 댓글

작은 폭포수.. 멋진데여.. ^^
보기만 해도 시원하네여.. ㅋㅋ

김명기님의 댓글

8월 17일에는 기마국토대장정을 부산으로 떠난다. 아마 열흘 쯤 걸리겠지? ^~^

김명기님의 댓글

작은 폭포지만 물소리는 장난이 아니랍니다. 근처에 앉아 책보면 아주 시원하지요. ^~^

재미솔솔(시니)님의 댓글

하하하.. 혹시 거기에 용이 사는징.. 형 물고기 사남.. 좀 풀어놔요.. 낚시좀 하겡.. 그나저나.. 맘이 시원해진당.. 고마워용.. ㅋㅋㅋ

hongwu님의 댓글

후후, 그럼 영환씨 명기형님댁 가서 빈 집 지키면서 시원하게 보내면 되겠네요! 이젠 무선인터넷도 되겠다~ 좋은 음악이랑 이쁜 개들도 있겠다~ 월매나 좋아요?!

iceberg님의 댓글

hongwu님 말씀대로만 하면 신선이 따로 없네요...

폭포 옆 큰 바위에 앉아 책을 읽는 여유로움은 생각만 해도 기분좋아집니다. 주말에 궁여지책으로 여의도 공원에서 책이라도 읽어봐야겠네요.

김명기님의 댓글

용은 내가 용이지. 잠룡! ^~^

소리를 들으면 더 시원해 질걸요?

김명기님의 댓글

무선 인터넷도 무려 2가지! 이론적으론 512대의 노프북이! ㅎㅎㅎ
두어대만 연결해도 많이 느려질 것 같은데... 빈집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말밥주고 말똥도 치워야지! ^~^

김명기님의 댓글

물이 뿜어내는 서늘함으로 주변이 시원하지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잠이 솔솔... ^~^

adam님의 댓글

폭포 언제 만드셨어요?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

김명기님의 댓글

원래 있었어. 못보아서 그렇지. ^~^

TheAnd님의 댓글

혹시 국토대장정;;;;;;;
부산까지가시면.... 저도좀;;;;;;;;
말은 못타구요;;
제가 말하겠습니다 ㅡ,.ㅡ;;
부산놀러가고싶다아~~~~~~~~~~
ㅡ,,ㅡ;;;;;;;;;;;;;;

김명기님의 댓글

그럼 연락해 보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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