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추가메뉴
어디로 앱에서 쉽고 간편하게!
애플 중고 거래 전문 플랫폼
오늘 하루 보지 않기
KMUG 케이머그

자유게시판

개새끼

본문

생생한 꿈을 꾸었다.

어쩐 일인지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커다란 공연장에 모였다. 국립극장의 대극장인가? 어딘지 아는 곳 같기도 한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새로 출판한 책의 낭송과, 가까운 아우들이 몇 가지 곡을 연주하는 간단한 자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운집하다니...'

나는 이것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중얼 거렸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서 대충 할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해서 책을 읽는다. 웬일인지, 음성이 갈라지고, 혀가 뒤틀린다. 나는 술이라도 마신 것인가? 진땀이 난다. 갑자기 날카로운 마이크 울림이 후텁지근한 실내 공기를 찢는다.

나는 얼른 앰프를 찾아 보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마이크를 끌 수가 없다. 무대엔 송창식과 김도향이 노래 하고 있다. 그들은 불 유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윽고 객석이 웅성 거리기 시작한다.

"속았군!"

누군가가 그렇게 외친다. 조명이 불규칙하게 번뜩이는 가운데 좌석의 맨 뒷줄부터 사람들이 불규칙하게 빠져 나간다.

"이게 뭐야. 이건 사기야!"

또 누군가가 외친다. 노래하던 이들마저 악기를 집어 던지고 곧장 비상구를 향한다. 뭐가 어찌 된 일일까? 나는 혼란에 빠져든다.

"나는 늘 하던 대로 하고 있을 뿐이야. 내게 책임을 묻지는 말라구. 나는 당신들에게 해명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나라구!"
 
나의 외침은, 텅빈 객석 사이로 몇 번 메아리 진 다음 고요해 진다. 나는 당황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내 삶에 몇 번이고 있었다. 때로 풀리고 대개는 꼬이는 것. 그것이 삶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공허하다. 나는 번번히 나의 잘못을 깨닫기도 전에 거리로 버려지곤 하는 것이다. 몇 번이나 더 공허한 짓을 해야 하는 것일까? 금전이라는 자기 보호막이 없는 양서류의 삶은 건조하다. 태양 빛 마저 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물론 꿈이므로 나는 모든 내면을 드러내고도 무사하다.

정신없이,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모르게 시계 초침을 따라 살아가다가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자신에 대해 평하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말 재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대개는 자기 자신이 자신에게 하는 욕설을 지나치게 세밀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새끼'

만약 그 정도라면 아주 양호한 편일 것이다.

나는 무엇을 잘 못한 것일까? 몇 가지 문제점들이 늪 속에서 솟아오른 기포처럼 스르르 떠오른다.

나는 모방의 귀재라는 생각도 든다. 수 많은 책을 읽고 거기에 동조하면서, 그 성인들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형태만을.

가벼운 일에 분노를 느낀다. 조그만 모욕에 머리가 뜨거워 지는 것도 느낀다. 어찌나 교만한지, 누군가의 뜻하지 않은 무례도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내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사람들의 가슴 속까지 뒤집어 보면서도, 그들이 스스로의 덫에 걸려들 때까지, 마치 물에 빠진 파리를 바라보 듯 유리알 같은 시선을 드리운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책에도 그렇게 하는 편이 너의 평판을 위해 좋을 것이라고 씌여 있다는 것을 안다. 또한 본능적인 어떤 것이 나의 입술 꼬리를 잡아당겨 가벼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아무리 진심을 다한 충고라고 하여도 받아들일 사람의 마음가짐이 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또 다른 독설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충고란 대개 받아들이는 사람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원초적인 모순 때문에 역효과를 만들어 내기 쉽다. 문제를 만들어낸 사람이 남의 말을 듣고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3중 구조. 대개 제왕에게 충심어린 간언을 했던 신하는 죽임을 당했다. 남겨진 것은 충신이라는 허울 뿐. 임금이 없는 21세기에는 누구도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는다.'

나의 언어가 가슴 속에서 침묵하도록 가둔다.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하지 않고, 아는 것을 안다고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 진정한 친구라면 반드시 충고해야 할 때에도, 과묵하고 신중한 사람이라는 겉 모습을 믿도록 그대로 둔다. 그들이 원하는 바로 그 모습으로 남아 있는다.

'충고하면 분명히 마음을 상할 것이다. 충고를 하든 안하든 결과는 실패다. 다만 입에서 날아간 칼날이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을 다치지나 않게 하지뭐.'
 
다시 한 번 가슴 속 어딘가에 웅크린 내가, 혼란에 빠진 채 가면처럼 굳어진 미소를 짓는 내게 으르렁 거린다.

'개새끼'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www.allbaro.com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포인트 81,347
가입일 :
2004-02-26 08:43:02
서명 :
미입력
자기소개 :
미입력

최신글이 없습니다.

최신글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9

여백님의 댓글

(((쿵)))

제목하고 끝만 봤다가...

-,.-"

adam님의 댓글

스트레스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지셨나봐요? 어서 헤엄처 나오세요. ^-^

김명기님의 댓글

제목이 이상한가요? ^~^

김명기님의 댓글

아니 나 자신을 성찰 중이야. 아직도 안 개새끼라는 결론을 얻지 못함.

여백님의 댓글

항상 느끼는 거지만...
명기님 글의 제목들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듯 싶습니다.

-,.-"
그래 무조건 클릭하고
그리고 읽어야하눈 부담...
으~~

김명기님의 댓글

제목 때문에 읽어야 한다니... 흐음... 그렇다면 더욱 자극적인 제목을? ^~^

iceberg님의 댓글

가벼운 일에 분노를 느끼고, 가벼운 일에 상처받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웃고, 울고...
정작 항상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 최측근들이다...

김명기님의 댓글

sure! 정말 그렇지요. 범죄의 90% 이상이 바로 면식범 이라는 것만 봐도. 가까운 사람들이 더 위험하지요. 정말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참...

넘힘든하루님의 댓글

하지만 때론 가까운 사람들이 날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하죠^^

전체 50,522 건 - 3 페이지
제목
레오파드 480 0 0 2008.10.31
안승준 479 0 0 2011.10.07
BlackRain 450 0 0 2006.02.21
알럽핑크 426 0 0 2006.02.21
악동시니 442 0 0 2006.09.18
엄두용 355 0 0 2006.09.20
김명기 1,646 0 0 2008.05.27
원샷원킬 351 0 0 2006.09.26
All忍 412 0 0 2010.10.28
김명기 1,629 0 0 2004.06.07
칠흑의천사 513 0 0 2008.05.29
김대호 422 0 0 2006.03.03
케이머그사랑 797 0 0 2004.06.26
악동시니 425 0 0 2006.03.06
이소행 557 0 0 2008.06.01
Apocalypse 496 0 0 2009.06.06
다같이돌자동네두바퀴 469 0 0 2010.03.30
서강원 563 0 0 2009.03.04
향기 518 0 0 2007.08.07
곰이[熊] 386 0 0 2007.12.04
여백 1,096 0 0 2004.08.19
향기 1,100 0 0 2012.03.30
향기 789 0 0 2004.08.25
난나여 470 0 0 2007.12.07
jerry 433 0 0 2006.10.22
유영파 681 0 0 2007.04.13
원샷원킬 332 0 0 2006.10.26
김경현 472 0 0 2007.12.13
韓國民 435 0 0 2007.08.13
Sophia 588 0 0 2009.03.12
-별이- 398 0 0 2006.03.24
송주헌 474 0 0 2009.03.13
구아바 397 0 0 2006.11.14
송샘 414 0 0 2007.04.19
ⓧ문어군~ 450 0 0 2008.09.19
suplexhold 490 0 0 2010.04.25
minux 508 0 0 2012.07.27
원샷원킬 420 0 0 2006.03.31
XL2 938 0 0 2005.01.21
악동시니 474 0 0 2006.04.01
동글이 347 0 0 2007.08.22
제과 450 0 0 2007.12.27
빨치산 415 0 0 2006.11.24
노상희 698 0 0 2009.06.24
해피썬 421 0 0 2007.04.24
김일환 761 0 0 2005.03.02
백설왕자 2,177 0 0 2005.03.11
알럽핑크 346 0 0 2006.12.01
고은철 598 0 0 2012.11.05
원샷원킬 337 0 0 2006.12.12
★미친소 448 0 0 2007.08.28
박성민 584 0 0 2009.11.30
시니사랑 327 0 0 2006.12.15
dEepBLue 538 0 0 2009.11.30
동성... 1,076 0 0 2006.12.17
빨치산 484 0 0 2008.01.11
해피해피 388 0 0 2007.04.30
NYdavid 479 0 0 2009.01.08
성진홍 1,050 0 0 2009.12.01
EVA 1,682 0 0 2013.01.11
알럽핑크 369 0 0 2006.12.27
거성김태훈 486 0 0 2008.01.15
EarlyAdopter☆ 436 0 0 2007.01.03
원샷원킬 830 0 0 2010.05.31
김명기 1,755 0 0 2009.12.06
재미솔솔{시니} 461 0 0 2005.08.27
여백 1,193 0 0 2006.04.29
ⓧAll忍 431 0 0 2008.07.04
최창호 666 0 0 2008.01.24
kdesign 635 0 0 2008.11.14
EVA 912 0 0 2013.07.15
멋지고픈유이 441 0 0 2007.01.21
1988 454 0 0 2013.08.22
사르가타나스 457 0 0 2008.07.09
1988 437 0 0 2013.09.06
쭈꾸미 334 0 0 2013.09.22
오페라군 457 0 0 2005.09.13
문정임 468 0 0 2009.04.01
써니 403 0 0 2013.11.13
천군만마 251 0 0 2013.11.23
1988 471 0 0 2013.12.06
아침아이 418 0 0 2007.01.27
NYdavid 427 0 0 2007.01.28
씨소 639 0 0 2009.01.16
난나여 402 0 0 2008.02.05
여백 1,012 0 0 2009.09.22
짱짱이 332 0 0 2007.02.01
향기 500 0 0 2014.09.25
주니유니맘 338 0 0 2014.10.22
phoo 469 0 0 2007.09.19
원샷원킬 380 0 0 2006.06.12
쌔끈한병우 370 0 0 2007.02.05
gyu1993 604 0 0 2015.04.08
프카 496 0 0 2008.07.23
000 462 0 0 2006.06.15
SkyHigh 553 0 0 2008.02.27
여백 1,123 0 0 2009.12.29
푸르미 347 0 0 2007.02.07
앙쿠미 407 0 0 2010.07.15
향기 1,580 0 0 201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