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추가메뉴
어디로 앱에서 쉽고 간편하게!
애플 중고 거래 전문 플랫폼
오늘 하루 보지 않기
KMUG 케이머그

자유게시판

홀딱쇼?

본문

홀딱쇼?

7시 5분,

말들에게 아침 밥을 준 나는, 포트에 물을 끓이고 냉장고에서 어제 저녁 먹던 김치를 꺼낸다. 끓인 물을 컵라면에 붓고, 나무 젓가락의 종이 껍질을 찢으며 정리하고 있던 원고에 눈을 돌린다.

Laura Fygi - Latin eyes.

진회색 야외 탁자 아래 강아지들은 발 밑에 모여 선잠이 들어 있고, 떠 놓은 냉수 컵의 수면에는 노란 송화가루가 떠돈다. 이윽고 햇살은 층계나무 잎을 뚫고 동북쪽 산 머리에 솟아 오른다. 송화가루가 뜬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냉수를 꿀꺽꿀꺽 마신다.

이즈음 세상의 물이 어찌나 더러워 졌는지, 깊은 숲 속에 묻혀있는 이 서식지까지도 가끔 악취가 풍겨온다.

"글쎄, 방이동은 요즘 영업이 안되니까, 아예 홀딱벗고 쇼를 한대는 거야. 그러다가 바로 그자리에서 엉켜 버린다는 거지."

예전엔 북창동이라는 곳이 그런 음란한 일로 명성이 자자하다고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가만히 생각하면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라는 도시는, 지금의 서울에게 명함도 못내밀 것이 분명하다. 어쩌자는 말인가?

문제는 그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그런 업소를 찾는 사람들 모두 그것이 죄악이라든가, 범죄라든가, 하는 인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이고 걸리면 다만 재수 없는 일이다. 그 젊은 창부들은 언젠가는 누군가의 부인이 될 것이고, 또 언젠가는 누군가의 어머니가 될 여성들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딸이, 자신의 아내가, 자신의 어머니가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것인가?

이렇게 말하는 나도 젊은 시절, 사업을 하면서 여러가지 못 된 짓을 많이했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이고 그런 짓을 잘하는 사람이 똑똑하고, 사업도 잘하고, 인기도 좋다. 세칭 쾌남아 라는 것이다. 죄의식 같은 것은 10원 어치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숲 속에 살면서 코에 상쾌한 바람을 넣고 살아 보니,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는 짓이었다는 것을 안다.

"직업 여성은 직업이라서 그렇다고 해요. 하지만 멀쩡한 직장여성이나 여대생들은 더해요. 돈도 안받고 난리 들이래니까? 나이트에만 한번 가봐요."

그렇게 볼멘 불평을 털어 놓던 룸살롱 아가씨가 생각난다. 돈 안받는 경쟁자들이라는 이야기인가? 나 역시 그 때는 그런 이야기가 귀를 씻어버려야할 언어의 파편인 것도 몰랐다. 대중이나 다수라는 말은 모든 것을 두루뭉실 감싸안고 가는 것이다. 죄악 마저도...

어쩌면 서울이라는 도시는 인간의 조건을 거부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사람들이 스스로 인간이라는 존엄성을 파괴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차마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짓들을, 매일 밤 수만 건씩 저지르고 있을테니까. 그 속에서 멀쩡하게 살아가려면, 도덕 따위는 얼마나 치렁치렁 귀찮은 것이겠는가?

만약 지금 이 글을 보면서,

'호오~ 그래? 방이동이?'

하면서 능글맞은 미소를 흘리고 있다면, 당신도 이 도시를 소돔과 고모라로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는 일원이다. 살인자나 마약 중독자가 아닌, 평범하고 그런대로 착하게 살아가는 당신이 이 세상을 진흙탕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나쁜 사람이라는 자각조차도 전혀 없이 말이다.

어느 책에서 시인은 지렁이처럼 살아야 한다고 했다. 진흙 속에 살면서도 진흙을 묻히지 않고, 거친 흙을 옥토로 만든다. 나도 지렁이처럼 살 수 있을까? 흠...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www.allbaro.com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포인트 81,347
가입일 :
2004-02-26 08:43:02
서명 :
미입력
자기소개 :
미입력

최신글이 없습니다.

최신글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18

★루님의 댓글

소설가세요?

완존 소설가타입이시네;;

흐음~

김명기님의 댓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런 소설가 입니다. 뭐 그런대로 나쁘지 않네요...

여백님의 댓글

사색가도 추가요~!!!

김명기님의 댓글

사색가 라는 말이 있었나요? 그것도 나쁘지 않군요. ^~^

효효!님의 댓글

에?? 이제껏 올려주신거 다 지으신거예요?? ㅇ.ㅇ 와~~

김명기님의 댓글

네... 수제품이랍니다.
지었다기 보담은 저절로 쓰여진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

iceberg님의 댓글

윗 글을 읽으니 갑자기 헨리데이빗소로우에 '월든'이 생각나네요... 퀘퀘한 도시를 벗어나 월든에 나오는 삶처럼 살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시물을 먹어 과연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런지...

장욱님의 댓글

소로우는 오두막이에 옷 한 벌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이 살았지만 김명기님은 전축에 맥킨토시 까지 갖추고 사신다는데요

정임량님의 댓글

말에게 밥을 준다... 흔한 일상이 아닌것 같아
부럽네요. 명기님의 글을 읽으니 평화로움과 여유가 느껴지네요.
부럽습니다. 저는 하루 아니 분, 초가 왜이리 정신없는지
그래서 K-먹에서 작은 여유를 찾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걱정하시니 ...그만큼 마음이 풍요롭다는 증거겠죠?

adam님의 댓글

소돔과 고모라요?
방이동이나 북창동...
그런거 서울에만 있는것이 아니죠.
전국 坊坊曲曲..남자들이 있고 원하는 곳은 다 있을겁니다.
씁쓸하죠. 무감각해지는 성문화가...

김명기님의 댓글

월든 정말 멋진 책이지요. 초겨울 서리가 내린 호숫가를 거닐며 그가 누린 100% 자유란 것은 무엇인지... 정말 멋진 책이었어요... 하버드 까지 나온 그가 누린 초야의 삶...

김명기님의 댓글

네 맥 때문에 행복한 일상입니다. 지금 뻐꾹이가 물고 있네요... ^~^

김명기님의 댓글

어쩌면 세상 걱정이 아니라 바로 제 걱정인지도 모르지요. 저도 역시 이 사회의 일원이니까요. 줄지어 있는 룸살롱, 부채촌 등을 보면 과연 제정신으로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네요... 이래도 되는 걸까요?

iceberg님의 댓글

월든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전에 어렸을땐 그 책을 읽고 참 무덤덤했는데, 지금 사회생활을 겪고 나서 이책을 읽으면 새로운 감정과 느낌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읽어야지...

장욱님의 댓글

정말 KMUG 남자 회원님들께선 건전한 사고를 가지신 것 같아 감탄했습니다

hongwu님의 댓글

갑자기 서울 집이 생각납니다... 여름밤이면 소쩍새 우는 부모님 댁이....

장욱님의 댓글

소쩍새가 운다면 혹시 세검정 쪽에 사세요? 아니면 우면동 쪽?

장욱님의 댓글

김명기님, 그런데 부채촌이 무언가요? 정말 무언지 궁금해서리-

전체 50,522 건 - 503 페이지
제목
김명기 1,617 0 0 2004.06.01
여백 1,447 0 0 2004.06.01
민이닷 1,283 0 0 2004.06.01
yamg 879 0 0 2004.06.01
김명기 1,574 0 0 2004.05.31
장욱 781 0 0 2004.05.31
adam 1,226 0 0 2004.05.31
최기숙 751 0 0 2004.05.31
김명기 777 0 0 2004.05.31
김명기 916 0 0 2004.05.31
김명기 1,557 0 0 2004.05.31
케이머그사랑 704 0 0 2004.05.31
.maya 798 0 0 2004.05.30
유지웅 737 0 0 2004.05.30
hongwu 877 0 0 2004.05.30
호이 812 0 0 2004.05.29
이미정 851 0 0 2004.05.29
영환군 781 0 0 2004.05.29
향기 788 0 0 2004.05.29
본드걸 777 0 0 2004.05.28
향기 850 0 0 2004.05.28
향기 824 0 0 2004.05.28
이미정 822 0 0 2004.05.28
★루 856 0 0 2004.05.28
본드걸 860 0 0 2004.05.28
본드걸 741 0 0 2004.05.28
adam 1,002 0 0 2004.05.28
모노마토 848 0 0 2004.05.28
장욱 762 0 0 2004.05.27
김성종 979 0 0 2004.05.27
이미정 748 0 0 2004.05.27
뭔가좋은일이.. 716 0 0 2004.05.27
★루 1,900 0 0 2004.05.27
★루 907 0 0 2004.05.27
이상택 1,055 0 0 2004.05.26
김명기 1,403 0 0 2004.05.26
hongwu 917 0 0 2004.05.26
이준오 1,314 0 0 2004.05.26
장욱 740 0 0 2004.05.26
모노마토 693 0 0 2004.05.25
박지영 734 0 0 2004.05.25
엄승용 740 0 0 2004.05.25
향기 826 0 0 2004.05.25
란~쉬리 983 0 0 2004.05.25
김미경 1,211 0 0 2004.05.24
★루 998 0 0 2004.05.24
이준오 824 0 0 2004.05.24
김명기 1,380 0 0 2004.05.23
잿빛하늘 1,273 0 0 2004.05.23
yamg 857 0 0 2004.05.23
향기 1,002 0 0 2004.05.23
아뤼스트최 827 0 0 2004.05.22
김미경 1,151 0 0 2004.05.22
김미경 936 0 0 2004.05.22
장욱 812 0 0 2004.05.22
.maya 868 0 0 2004.05.22
페리도트 773 0 0 2004.05.22
yamg 816 0 0 2004.05.21
효효! 1,113 0 0 2004.05.21
여백 824 0 0 2004.05.21
여백 811 0 0 2004.05.21
김명기 788 0 0 2004.05.21
adam 1,124 0 0 2004.05.21
★루 1,200 0 0 2004.05.21
.maya 1,056 0 0 2004.05.21
호이 879 0 0 2004.05.21
쭈니맘 837 0 0 2004.05.20
아이디어몰 1,161 0 0 2004.05.20
참眞이슬露 854 0 0 2004.05.20
향기 1,390 0 0 2004.05.20
-별이- 885 0 0 2004.05.20
.maya 888 0 0 2004.05.19
김명기 2,015 0 0 2004.05.19
호이 887 0 0 2004.05.19
김정희 828 0 0 2004.05.18
영쓰 1,246 0 0 2004.05.18
왕초보 868 0 0 2004.05.18
페리도트 734 0 0 2004.05.18
잿빛하늘 1,104 0 0 2004.05.17
김명기 1,756 0 0 2004.05.17
쿠키아빠 785 0 0 2004.05.17
페리도트 835 0 0 2004.05.17
효효! 791 0 0 2004.05.17
★루 949 0 0 2004.05.16
모노마토 833 0 0 2004.05.16
김정희 767 0 0 2004.05.16
김명기 1,458 0 0 2004.05.15
hongwu 1,082 0 0 2004.05.15
모노마토 761 0 0 2004.05.14
향기 786 0 0 2004.05.14
최진미 900 0 0 2004.05.14
페리도트 1,438 0 0 2004.05.14
초록이 859 0 0 2004.05.14
문경준 788 0 0 2004.05.14
편집증 849 0 0 2004.05.14
나라 758 0 0 2004.05.14
석가믿는요괴 893 0 0 2004.05.13
김정희 791 0 0 2004.05.13
하늘받침 856 0 0 2004.05.13
백성화 757 0 0 200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