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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세 가지
김명기
218.♡.237.170
2004.04.2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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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불행 세 가지
불행 1.
강아지들에게 먹다 남은 치킨을 주었다.
가장 작고 재빠른 강아지, 사이다가 뛰어 와서
냉큼 제일 큰 덩어리를 물었다.
다른 개들이 적당하거나 작은 덩어리를
재빨리 먹어 치우는 동안, 덩치도 작고 입도 작은
사이다는 껍질만 겨우 핥았을 뿐이다.
잠시후, 몇 번의 싱강이 끝에
사이다는 너무나 쉽게 치킨 덩어리를
큰 개들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작은 입에 너무 큰 고깃 덩이.]
이윽고 강아지들을 내려다 보던 내 그림자가
천천히 말했다.
'이런건 안타까움만 남기는 불행에
다름 아니로군.'
불행 2.
봄이다.
암말들이 발정을 하는 시기다.
마장에는 아직 거세를 하지 않은 숫말 펄이 있다.
암말들이 발정을 시작하자,
이놈은 몇 일이고 밥도 잘 먹지 않고
다른 숫놈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호두는 펄에게 물려 등이 다 벗겨졌다.
할 수 없이 따로 격리를 했다.
잠도 자지 않고 밤새도록 울부 짖는다.
마사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벽을 차고, 여기저기 몸으로 부딪여
상처가 나고, 눈 아래 까지 검어지며
잠깐사이에 바싹 마르고 말았다.
그러나 암말의 임신기간은 1년이나 되며
또 망아지를 돌보느라, 1년여를 더 소비 해야 한다.
망아지를 낳게 하는 것은 전문 시설을 갖춘
종마장에서나 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어려움이 있다. 잘 못하면 망아지와 산모 둘 다
죽게 되는 것이다.
마주들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늘도 이루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애끓는
펄의 울음 소리가 밤을 새워 마장을 덮는다.
어쩌면 내게는 아직 보이지 않는 신도
내게 닥쳐올 위험 때문에
우리의 사랑을 그토록 말린 것인가?
나는 내 주변으로 밀려오는 너무나 많은
깨우침으로 잠시 어지럽다.
불행 3.
한때 고대작이었던 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엮어 들어가는 것을 본다.
그래 고작 몇 년 후를 예상 못해서
저꼴이 되었단 말인가?
그전, 또 그전의 수 많은
고관대작들이 이미 몸소 체험으로
충분한 교훈을 주었건만...
마음을 가린 무지몽매한 인사들에게
나라의 백년대계를 맡긴, 우리의
운명은 과연 어찌 될 것인지...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www.allbaro.com
불행 1.
강아지들에게 먹다 남은 치킨을 주었다.
가장 작고 재빠른 강아지, 사이다가 뛰어 와서
냉큼 제일 큰 덩어리를 물었다.
다른 개들이 적당하거나 작은 덩어리를
재빨리 먹어 치우는 동안, 덩치도 작고 입도 작은
사이다는 껍질만 겨우 핥았을 뿐이다.
잠시후, 몇 번의 싱강이 끝에
사이다는 너무나 쉽게 치킨 덩어리를
큰 개들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작은 입에 너무 큰 고깃 덩이.]
이윽고 강아지들을 내려다 보던 내 그림자가
천천히 말했다.
'이런건 안타까움만 남기는 불행에
다름 아니로군.'
불행 2.
봄이다.
암말들이 발정을 하는 시기다.
마장에는 아직 거세를 하지 않은 숫말 펄이 있다.
암말들이 발정을 시작하자,
이놈은 몇 일이고 밥도 잘 먹지 않고
다른 숫놈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호두는 펄에게 물려 등이 다 벗겨졌다.
할 수 없이 따로 격리를 했다.
잠도 자지 않고 밤새도록 울부 짖는다.
마사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벽을 차고, 여기저기 몸으로 부딪여
상처가 나고, 눈 아래 까지 검어지며
잠깐사이에 바싹 마르고 말았다.
그러나 암말의 임신기간은 1년이나 되며
또 망아지를 돌보느라, 1년여를 더 소비 해야 한다.
망아지를 낳게 하는 것은 전문 시설을 갖춘
종마장에서나 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어려움이 있다. 잘 못하면 망아지와 산모 둘 다
죽게 되는 것이다.
마주들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늘도 이루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애끓는
펄의 울음 소리가 밤을 새워 마장을 덮는다.
어쩌면 내게는 아직 보이지 않는 신도
내게 닥쳐올 위험 때문에
우리의 사랑을 그토록 말린 것인가?
나는 내 주변으로 밀려오는 너무나 많은
깨우침으로 잠시 어지럽다.
불행 3.
한때 고대작이었던 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엮어 들어가는 것을 본다.
그래 고작 몇 년 후를 예상 못해서
저꼴이 되었단 말인가?
그전, 또 그전의 수 많은
고관대작들이 이미 몸소 체험으로
충분한 교훈을 주었건만...
마음을 가린 무지몽매한 인사들에게
나라의 백년대계를 맡긴, 우리의
운명은 과연 어찌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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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6
잿빛하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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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18.115 2004.04.29 09:23리플 3가지 ^^
1. 불쌍한 사이다. 작은 덩어리로 쪼개서 주시지...
2. 역시나 불쌍한 펄... 말들의 임신과 출산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군...
3. 검찰에 들어간 고관대작들 형 확정후 제대로 집행되는걸 본 적이 없는데 잠깐 쪽팔리고 역시 잠깐만 느긋하게 세상에서 떨어져 길어야 1~2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 고관대작들이 줄지 않는 것은 아닌지...
법은 자본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김명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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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9.36 2004.04.29 09:36흠... 역시 일그러진 세상이 맞지요?
민초들이 보편적으로 살기엔 너무 힘든...
iceberg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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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206 2004.04.29 09:39불행 1과3은 욕심과 탐욕을 버리고 분수껏 살아가면 해결될 수 있는거지만, 불행2는 감정이란 것이 있는 모든 동물들이 피해갈 수 없는 불행이아닌지요.
김명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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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9.23 2004.04.29 11:05원초적인? 어쩌면 숙명 이라는 것인지도....
아뤼스트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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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52.60 2004.04.30 01:21앗..강아지한테 닭고기 주는거 아닌데..뼈가 자칫 잘못들어가면 위험하다고 들었거든요...
오징어랑 닭고기는 주면 안좋다고 그러더라구요..
김명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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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237.166 2004.04.30 07:40그런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여긴 닭뼈먹고 죽는 개는 기르지 말자. 라는 시골 주의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