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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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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2)

예전에 무라카미 류의 어떤 책에서, ‘일본에는 이제 괜찮은 커플을 길에서 마주치기가 어렵게 되었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자들이 변변치 않은 남자들을 선택하기를 그만 두어 주었으면 한다.’ 라고 쓴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100% 정확한지는 의문이다. 부디 따지지 말아 달라.)

무라카미 류 역시 그리 곱게 자란 편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제법 거친 시절을 통과한 것 같지만, 어쨌거나 그는 세계적인 작가이고,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여인들과 꼬뜨다쥐르를 운운하는 잘난 남자의 입장이므로, 그는 변변찮은 남자들의 입장은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자신과 대등하게 잘나지고 있는 여인들의 입장도, 그리 쉽사리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운운하는 사람들은 바보다! 라고 제나라의 식도락가들을 싸잡아 폄하할 정도의 바보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지구를 돌리는 강력한 시계보다도 여인들의 진화는 더 적극적이고 빠르다.

한국에서도 예전에는 유명 여대를 나온 집안 좋은 여인들이라고 한다면, 대개 명문대 출신의 끝이 ‘사’ 자로 끝나는 직업을 가진 남자에게 선택되어 지거나, 그때그때 유망한 직종의 남자들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이 공식이었다. 몇 년 전 벤처의 열풍 때 보니, 아직도 그런 ‘가축’적인 삶을 기꺼이 선택하는 여인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제는 영부인이 된다고 해도, 똑똑한 이 시대의 여인들은 그리 쉽사리 깨지기 쉬운 ‘강한 남자’를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 휘곤한(피곤한) 일을 왜해? 누구를 위해?”

물론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있다.’ 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남녀의 관계 ’가 사랑이라고 믿는다면, 그래 그렇게 생각하게 두자. ‘원조교제도 일종의 ‘교제’가 아닌가?‘ 라고 묻는 사람에게도 더 이상 따지지 말자. 어쩌겠는가? (이것은 사람들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다. 그 범주 이하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은 사랑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결국 콤플렉스에 불과하다.

이제 이 행성의 여인들은 남자를 선택한다. 명문여대의 아가씨가 별 볼일 없는 Jazz 뮤지션과 사귄다거나, 유명호텔의 경영 쪽에 관여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미모의 여인이,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머리카락이 길고, 눈썹에 숱이 짙은 하얀 피부의 미소년과 사귄다고 해도, 감수해야할 비난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제 그녀들은 자신들의 당당한 기준으로 컨트롤 가능한 남자들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난, 해 묵은 여러 거지같은 세기에 남자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고, 자신들이 사랑할 수 있고, 또 충분히 말랑말랑한 그런 길들여진 남자들을...

나는 24시간을 자기만의 시간으로 사는 소박하지만 느긋한 인생을 안다. 느린 Jazz에 둥둥 떠다니며 새벽까지 새파란 별 빛을 술잔에 타서 마시고, 잠시 잠들었다가 닭울음소리에 잠이 깨어 말에게 밥을 주고, 간단히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빵과 샐러리와 아일랜드 드레싱 정도면 충분하지.’ 오전 내내 끄적거리고 싶은 이야기들을 두드리다가,

‘말이나 탈까?’

구름이 높이 솟구친 초여름의 위성도시를 말을 타고 내닫는다. 따듯하게 데워진 아스팔트는 비단 같이 부드럽다. 등에서 땀이 솟는다. 휘둥그레진 버스 속의 승객들이 차례로 밖을 내다본다. 돌아와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고 읽다가만 책을 집어든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사륵 잠에 빠져든다. 달콤한 꿈. 그리고 눈을 뜨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쉬운 꿈이다. ‘점심은 뭐로 하지? 거를까?’ 그러나 어느새 하늘에서 실비가 내려 검게 땅을 적신다. 나는 신 김치를 꺼내 밀가루와 반죽한다. 맑은 빗방울 속에 자전거 페달을 밟아 막걸리 한 병을 사온다. 시골길은 불어난 빗물로 자글거린다. 막걸리의 키스 같은 취기에 저녁을 맞는다. 그리고 다시 꿈 같은 밤. 나는 영원한 시간 속에 머물 수 있었다.

아아 이젠 백만 년 전의 과거로 흘러 가버린, 가난했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시간이다.

아마 트랜디한 여인이라면, 조그만 공방이나 자신의 가게 같이 고즈넉한 일터에서 열심히 일한 후, 집에 돌아와 화사한 아이보리 색 조명을 켠 뒤, 먼저 영혼이 흔들릴 것 같은 맑은 트럼펫이 주축이 되는 가벼운 Jazz를 걸고,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는다. 화장을 지우고 욕조에 거품 비누나 꽃잎을 몇 조각 띄운 뒤, 물 속에 깊이 몸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가 말끔하게 소멸되도록 천천히 느리게 목욕한다.

작지만 젠 스타일로 깔끔하게 꾸며진 주방에서,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정갈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 새로 바꾼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테라스 곁, 도심의 야경이 잘 바라다 보이는 창가에 촛불을 켜고 앉아, 커다란 순백의 자기 접시에 놓인 브로컬리와 필렛미뇽을 자르며 칠레산 적포도주 한잔. 그리고 퀸 사이즈의 침대에 뛰어들어 까실한 면 시트의 촉감을 즐기며 머드 팩이라도 한 채, 책을 든다. ‘냉정과 열정사이’ 정도라면 괜찮을 것이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그것도 괜찮겠지. 아무튼 라흐마니노프와 미하일 숄로호프는 아닐 것이다.
 
‘아아 이 느긋한 나만의 시간. 남자 따위는 개나 물어 가래지!’

그러니 누가, 장난감을 잔뜩 어질러 놓고 반찬투정을 하는 ‘죽이고 싶은 7살’의 아이와, 술에 취한 채 밤늦게 돌아와 양말이며 옷가지를 함부로 던져 놓고, 드르렁! 거리며 침대에 올려진, 잔뜩 늘어진 배를 드러내놓고 고약한 술 냄새를 푹푹 내 뿜는, 가끔씩 전화해서 있는 대로 신경을 긁어 놓는 ‘엄마’를 지닌, 이 고깃덩어리와 행복할 수가 있을까? 약삭빠른 드라마와 이미 지겨울 만큼의 결혼 생활을 겪은 아줌마들의 푸념으로, 젊은 그녀들은 결혼 생활의 미래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결코 남자를 집안에 들여 놓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는다. ‘차라리 고양이를 기르고 말지.’

남자 따위는, 웃자란 고독이 눈물 되어 흐르는 절대절명의 시간, 그 밤에만 필요하다. 착하고 의심 없는 순진한 남자. 그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새벽 3시의 어둠을 뚫고 달려와 줄, 독일 산 셰퍼드처럼 충실한 남자. 그리고 결혼이니 어쩌니 따분한 소릴 지껄여 대지 않을, 손톱을 잘라버린 고양이처럼 상냥한 남자. 어제 헤어진, 사무라이의 칼처럼 잘 벼려진 거칠고 개도 안 물어갈 못돼먹은 남자(어쩌면 독신을 청산해 버릴까? 망설이게 만든!)와의 악연을 콘크리트로 된 통곡의 벽처럼 고요히 앉아 잠자코 들어줄 남자. 그 정도면 족하다. 그것도 아마 한 달에 두 번 정도?

- 계속-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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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0

재미솔솔(시니)님의 댓글

맞는 말이네요.. 형.. 저도 동감함..ㅋㅋㅋㅋ 역시 혼자가 편하긴합니다.. 맥도 맘대로 사고.. 하고 잡은것도 맘대로 하고.. ㅋㅋㅋ 그럼 즐맥하세요..

iceberg님의 댓글

약삭빠른 드라마와 이미 지겨울 만큼의 결혼 생활을 겪은 아줌마들의 푸념으로, 젊은 그녀들은 결혼 생활의 미래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 결혼한 그녀들은 정말 각양각색의 말을 합니다,
어떤 그녀가 말하길, 남자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그러니 착하고 성실하기만 하면 된다고...
또 어떤 그녀가 말하길, 결혼은 현실이라고, 그러니 남자가 아무리 착해도 돈이 없으면 안된다고...
또 다른 그녀가 말하길, 돈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있다고, 그러니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고...

또 다른 그녀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합니다... 누가말을 들어야할지. 결국 판단은 여전히 결혼을 아직 못해본 싱글들의 몫이겠지요. 해보지 않은 것을 미리 예상하고, 판단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결혼도, 비즈니스도 모두 모험인것 같습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219.♡.24.50 2004.04.22 10:33

iceberg님도 빨리 "모험"하셔야죠. ^^
참 시니 너도 "모험"해야지 혼자가 편하다니.. 빨리 "모험"해라!! 너의 멋진~친구 BB가 일본까지 날라가서 국수먹어주마~ㅎㅎㅎ

재미솔솔(시니)님의 댓글

모험하하하.. 나도 하고잡징.. 근데.. 모험할려면 보험을 들어놔야징..ㅋㅋㅋ 그나저나.. 좀 소개시켜주랑..ㅋㅋㅋㅋ 아 모험하는 인디시니.. 하하하..

김명기님의 댓글

누군가 사랑은 접촉 사고 라고 하던데...
사람들 모두가 그 사고를 바라고 있으니... ^~^

김명기님의 댓글

자기 멋대로 살려면 역시 독신이 편하긴 하지요. 나는 나를 견뎌낼 사람이 없어서 혼자인데... ~^~^

김명기님의 댓글

다음엔 결혼이라는 모험에 대하여 좀 써볼까나? ^~^

TheAnd님의 댓글

모험가만이 살아(??)남는다? ㅎㅎ
사랑은 접촉사고? --;; 대형사고 아닌가요? ㅎㅎㅎㅎ
어서 대형사고 함 쳐야할텐데 --;;;;

김명기님의 댓글

사고 치지마... ^~^

IDMAK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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