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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바라보며...

본문

별을 바라보며...

어쩌다 손을 댄 공사가 풍선처럼 점점 몸집을 불리더니, 이젠 잠을 잘 곳도 없어졌다. 물론
보일러를 놓기 위한 당분간의 불편이지만, 그래도 둥지를 잃은 참새 꼴이다.

아무래도 주말까지는 이곳 저곳으로 떠도는 신세가 될 듯하다. 그래도 눈만뜨면 변화되는
마장의 모습에 또 잠시 새로운 꿈을 지닌다. 이 꿈은 나를 어디까지 끌고 다닐까?

이 불편을 '새처럼 자유롭다.' 라고 표현하면 또 다른 사치가 될까? 비록 잠시 동안이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어떤 것들을 완전히 놓아버린 상태.' 되어, 유랑하는 별의 신세
를 즐긴다. 별 수 있겠는가? 마음만이라도 편하게 먹어야지.

이미 몇 해 동안이나 숲속에서 고적한 겨울과 봄을 버티고 나니, 숲을 벗어난 세상에서 일
어나는 일들은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다. 뉴스라는 것들은 그저 흘러 들어온 신문지 상의
'활자'나, 라면 발을 젓가락에 걸고 잠시 빠져든 TV속의 '영상'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감이
없는 것이다. 나는 사회로부터 확실하게 격리 되어 있다.

1,500원을 내고 분식집을 나왔다. 낙엽송의 실루엣이 촘촘한 어두운 숲길을 걸어 테라스 나
무 의자에 앉는다. 종이컵 가득히 맑은 소주를 따르고, 반가사유상의 눈길로 한참을 바라보
다 단숨에 들이킨다. 이제 곧 하루는 스위치를 끄고, 나를 잠으로 안내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얌전한 수인이 되어, 다시 꿈의 독방에 갇히겠지. 태양력의 하루는 그것으로 충분하
다.

나무 의자에 누웠다. 등줄기에서는 으드득! 하고 하루의 피로가 발을 편다. 이제 달은 조금
씩 기울고 있다. 별 빛이 어찌나 찬란한지, 나를 향하여 곧장 날아오는 아르테미스의 은빛
창이 되어, 취한 나그네의 심장을 꿰 뚫는다. 달 빛에 실려온 과거로부터의 상념은 나를 상
처입고 꿈틀거리게 한다. 누운채로 머리를 털어낸다.

항성에 대하여 생각한다.

자신의 인생에 내밀하게 충실하려면, 결국 우리는 항성이 되어야 한다. 확고한 자신의 세계
에서 꼼짝도 않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맹수를 잡으려는 사냥꾼처럼 나무그늘에 숨어 자신
의 시계를 멈추어야지만, 세상의 작은 움직임 까지도 자세히 보일 것이다. 그것은 작은 암
자에서 굳세게도 버티며 사바로 나오지 않은 성철 종정의 칩거처럼 고난의 시간이 될 것이
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행성에 대하여 생각한다.

어떤 이끌림에 움직인다면, 그는 곧바로 누군가의 행성이 될 것이다. 게다가 위성이라면 그
것은 더더군다나 피곤하고 바쁜 인생이 될 것이며, 평생을 돌고 또 돌아야 한다. 자신의 발
밑엔 딛을 곳이 없어지고, 종내엔 자신이 누구인가도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그림
자가 된다는 것은 그렇다.

혜성에 대하여 생각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혜성의 출현에 들뜬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가? 그저 몇 십년, 몇 백년에
한 번 나타나 세상을 흔들고 불안에 떨게 하고, 어디론가 또 먼 여행을 떠나는 존재일 뿐이
다. 우리는 혜성과 같이 빛나며 다가오거나 멀어지는 빠른 움직임을 지닌 만남, 예를 들어
사랑 같은 것에 몰두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을 흔들고 시간을 빼앗는 어떤것. 막대한 낭
비. 결국 그 이상을 넘지 못한다.

다시 항성에 대하여 생각한다.

항성이 되기 위해서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스스로 빛을 내기 위하여 충분한 열정과 에
너지를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며, 그 온기는 우주를 데워야 한다. 스스로의 생명을 나누어
한줄기 나무를 자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자신의 위치가 우주를 지나는 여행자들의 표준
이 되어야 한다. 또한 스스로가 항성임을 인식할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담을 수 있는 한계
를 뚜렷히 아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항성이 지녀야할 숙명 같은 고독을 스스로 삭
여야만 한다.

행성이 항성이 되거나 항성이 행성이 됨, 두 가지 모두 발을 묶고 사막을 지나는 고통이 따
른다. 이탈된 자신의 모습에 어리둥절하며, 까닭모를 긴 여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물이
자신의 위치에 자리잡는다는 것은 고요함을 초대한다. 들끓는 것들을 가라 앉히고 침잠속에
서 시공을 뛰어넘은 영원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별은 마침내 꿈꾸게 되는 것이다.

조만간 천체 망원경이 생기면, 지금까지의 모든 별들을 내가 다시 발견하고, 이름도 새로
지어야지. 그래서 나만의 우주지도를 만들고, 가까운 분들께 무료로 막 분양도 해드리고 그
래야겠다. 나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홀로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저렇게 취한 머리를 굴려 생각한 것들은 그럴 듯 하지만, 실은 별이 되어 반짝이는
영광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처럼, 소나기처럼 마구 쏟아지는 별빛에 샤워를 하
며, 느긋하게 까만 밤하늘로 담배 연기를 올릴 수 있는 여유만이라도 자주 누릴 수 있다
면...

별빛 때문에 마음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아직 잠들지 못했다.
아아 참 멋진 밤이구나...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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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

adam님의 댓글

저한테도 분양해 주세요..별!!
그리고..곧 갑니다..별보러(^^)/ 머그친구들과...
아직도 서식지 공사중인가요?

(酒)클래식님의 댓글

형 한쪽눈 감고 별빛 보면 두눈 뜨고 보는 것과 같을까?
어제 별과 오늘 별과 똑 같을까
별은 크기는 아마도 다들 각각 틀리겠지
별도 숨을 쉬고 있을까 별은 무엇을 먹고 살지 밤하늘에 그냥 아무런 소리 없이 그냥 걸려 있는 것처럼 있는 거지.

김명기님의 댓글

그러지요. 조만간 이곳에 오시면 꼭 분양해 드릴게요... ^~^

김명기님의 댓글

혼자 보는 별과 둘이 보는 별은 확실히 다르더라구... 별은 사람들의 시선을 먹고 살거야. 스타들은 다 그러잖아? ^~^

IDMAK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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