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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본문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날씨가 갑자기 많이 차가워 졌습니다. 창밖에는 쓸쓸한 바람이 불고 낙엽들이 한꺼번에 떨어집니다. 노랗거나 붉은 낙엽들이 떨어질 때마다 숲은 점점 무채색이 되어 갑니다. 이제 冬將軍(동장군)은 바로 앞산 너머에까지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서식지 현관의 고인 빗물에 살얼음이 덮이고, 조금씩 바람의 소리가 을씨년스러운 금속성으로 바뀌고, 창밖에 지난 계절들의 흔적이 어지럽게 날리면 겨울은 오랜 여행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겠지요.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문득 뒷 창문에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뭔가? 하고 돌아보니, 창에 커다란 호랑이의 얼굴이 실루엣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잠시 불투명한 유리창에 비친, 제법 정교한 그 나무 그림자를 바라보았습니다. 언제나 별로 쉬는 일없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려는 운명 비슷한 것을 느낍니다. 조만간 뭔가 변화가 있겠지요. 아직은 공허한 휴식과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숲엔 여러 벗들이 찾아옵니다. 주중엔 까치의 노래를 4절까지 들을 수 있는 한가로운 시간들이지만, 주말에는 반가운 얼굴들로 허기진 고독의 단지를 채우는 시간입니다. 어떤 이는 지난 시간들의 회상을 가지고 오고, 또 어떤 이는 부서진 사랑을 들고 옵니다. 물론 그저 낡은 음악이나 몇 곡 들으러 오시는 분도 많지요. 모두들 살아내는 것에 대하여 작은 상처들을 지니고 있고, 혼자 삭히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진주조개처럼 내부로 삭히려 하는 심성 고우신 분들입니다. 조용, 조용 대화를 나누면서 여러 가지를 배웁니다. 대개는 분노를 스스로 용해하는 자신만의 비법 같은 것들입니다. 자신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또 한 계단 삶의 격을 높여 가는 것입니다. 가끔은 자신이 지닌 것들에 대하여,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흔히 하는 실수 같은 것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볼우물을 짓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니고 있는 작은 명예 같은 것을 자랑하거나, 아직 지니지 못한 것들과 얼마나 근접해 있는가 따위나, 나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를 은근히 덤불 타는 연기처럼 매캐하게 늘어놓았던 것은, 아마 허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닌 것들은 모조리 아이들의 망가진 플라스틱 인형처럼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었고, 아직 소유하지 못한 것들은 라인 강변의 성곽들처럼 견고하고 완강하게 나의 접근을 막고 있었습니다. 심성 곧은 분들이 보았다면 분명히 '얼간이' 쯤으로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나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는 그럴 듯한 인물이었고, 허풍쟁이였고, 덜 삭은 김치였습니다. 그런 자신을 얼마간 눈치채고 있었고 스스로의 그물에서 벗어나려 버둥거렸지만, 운명은 거대한 벽으로 다가와 나의 도약을 가로막곤 하였습니다. 대화 중에 떠오른 오래된 자신의 모습 때문에, 부끄러우므로 슬쩍 미소를 흘리고 맙니다.

이처럼 다른 이들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서로의 거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 거울은 득의 만면한 얼굴이나 실의에 빠진 얼굴이나, 여러 가지 과거의 경험들을 비추어 줍니다. 다만 미래의 사실은 비추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과거에 비추인 경험으로만 다시 재생되는 화면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든 더 경험이 많거나, 지혜로운 사람의 반대편에 선 사람이 거울이 됩니다. 상대방의 표정에 드러난 거울로, 우리는 얼굴에 묻은 티끌을 털어 내듯이 새삼스러운 교훈들을 얻습니다. 나 역시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거울을 보기도 하고, 누군가의 거울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서로를 비추어 주는 거울들이 모여 사는 곳. 사회는 그렇게 또 하나의 의미를 지닙니다. '무엇 무엇을 거울삼아' 라는 글귀는 새로운 생기를 얻습니다.

"조금 고집스러워 진 것은 아닌가요?"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요즘 굴절 없이 사물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편협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억지로 자신을 소모해 가며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과 시간을 나누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도모하는 일이나, 욕심부릴 일이 없으니 저절로 그리 된 것 같습니다. 한 번뿐인 길지 않은 삶인데, 그런 일은 너무 나 자신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엔 전체적인 모습이 다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곁에 두려고 굴절된 모습을 보인다면, 단기적으로는 상대방이 불행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왜곡된 虛像(허상)을 마음속에 지니고 살아야 합니다. 오직 자신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굴절된 모습을 보여주는 그 거울만 보려고 할 테니까요. 장기적으로는 서로에게 불행합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고 누적된 증오 같은 것인 한꺼번에 터져 나올 위험이 있습니다. 진심이 없이 사람 사귀는 요령으로만 누군가를 곁에 두려고 한다면, 곧 적이 되어 다가올 것이라는 교훈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백설공주에 나오는 거울은 진실만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마음씨 나쁜 왕비는 거울을 원망하거나 깨어 버리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방안(백설공주에게 독 사과 먹이기!)을 찾을 만큼은 현명한 여자였습니다. 그것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였다는 의미입니다. 인정을 하면, 개선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실 된 거울은 삶에 유익합니다. 때로 상대방의 거울에서 나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때가 입을 다물고 찬찬히 해질녘의 골목길처럼 회상의 시간으로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상대방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땅치 않다고 하여 거울을 원망한다면, 삶은 그곳에서 늘 맴돌게 되겠지요. 거울에 비치는 것은 늘 자신이 지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언젠가 그저 잔주름 같은 것이나 비추는 푸근한 거울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곤란하게 만드는 喜怒哀樂(희노애락) 같은 것은 말끔히 사라진, 그냥 보통 거울이면 가장 좋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문득 거울을 보니 새치가 희끗한, 낯선 중년사내가 입에 재가 길게 매달린 담배를 물고 조금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방금 장작을 패고 왔습니다. 당연히 샤워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도끼를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가 내리 찍으며 나무 파편이 마구 튀는 것을 보고 겁을 집어먹었는지, 복실이는 집 속에 들어가서 눈만 꿈뻑거리고 있습니다. 레인지에 빵 한 조각을 데워 복실이와 한입씩 나누어 먹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뜨거운 것인지, 텁텁! 거리며 먹는 폼이 어색합니다. 오랜만에 제법 굵은 장작을 팼더니, 손목 언저리가 시큰거립니다. 조금 무리를 한 모양이지요. 그래도 땀을 흠뻑 흘리는 운동을 해서인지, 저릿한 통증도 어쩐지 뿌듯합니다. 부스러진 나무토막들과 쓰레기들을 조금 모아서 태웁니다. 잔뜩 무겁게 찌푸린 회색하늘로 잿빛 연기가 올라갑니다. 어쩐지 눈이라도 내릴 듯한 표정의 하늘입니다. 송곳 마사지(찬물샤워!)를 하고 담배를 하나 피워 뭅니다. 아까 하늘로 오르던 잿빛 연기처럼, 담배연기 한 모금이 머리위로 동그랗게 올라갑니다. 이寒(한) 치한으로 차가운 맥주라도 한잔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요즘 같은 날씨엔 실내에서도 빨래가 잘 마릅니다. '흠. 세탁이라도 할까?' 눈에 보이는 것은 모조리 정물입니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리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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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4

▷◁TheAnd님의 댓글

언제나 여유가 느껴지는 글들입니다.
장작패는 것도 여유의 한가지이겠죠. 많은 생각을 할수있다는것도 여유가 있어 가능한것같습니다. 솔직히 요즘은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됩니다.
그만큼 각박하게 살아가는게 아닌지........
진실로 그런거울이 있다면 한번쯤 비춰보고싶네요.
'거울아 거울아' '나는 어떤모습이니?"라고 묻고싶습니다.
아.... 장작 패본지가 언제인지 ㅎㅎㅎ --;;;;; 이렇게 말하니 제가 무슨 60~70년대생같네요 ㅎㅎㅎ... --;;  근데 저도 장작을 제법 패봤다는 ㅎㅎㅎㅎㅎ
--;; 오늘은 비가 내리네요..............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주위에 어떤 여자분께서는 자기가 공주라고 우기는데..... 그런거울 하나. 아니... 방안 한가득 걸수있게 선물이라도 해주고싶은 마음입니다.... --;;;;;;;;;;;;;;;;;;

김명기님의 댓글

여긴 장작을 패지 않으면 겨울을 나지 못하지. 새하얀 설원에서 믿을 건 자신의 팔과 도끼 뿐이야! ^~^

넘힘든하루님의 댓글

사진이 글과 어울리네요
역시 자신을 비춰줄 가장 적절한 거울은 나와 닮은 혹은 다른 타인을 통해서인 것 같습니다.

IDMAK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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