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만에 아들에게 연락이 왔다. 반갑다.

호오 이게 누구신가?
아빠 저예요.
그래 아들, 어떻게 지내노?
바빠요. 지금 퇴근하고 전화 드리는 거예요.
그래 그간은 손가락이 부러지셨나?
아뇨. 아빠에게 드릴 돈 다 못 드려서 죄송해서요.
이런 멍청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살다보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
적금 깨면 되는데...
야야, 돈 몇 푼 받겠다고 아들 적금 깨라는 애비가 어디 있니?
고마워요.
그래, 그럼 언제까지 기한을 줄까?
11월 쯤 이요.
그래라. 약속은 지켜야 하고 그게 사회생활 기본이다.
네. 죄송해요.
애비는, 아들 그런 거 이해하라고 있는 거다.

아들은 이번에 제 차를 장만했다. 사회 초년생이, 차량 할부금 내랴, 보험금 내랴, 데이트하랴. 적금 들랴. 돈은 손아귀의 모래처럼 줄줄 샐 것이다.

아빠 건강하시죠?
그래 지금 트럭 운전 중이다.
아빠 사랑해요.
아들 고맙구나.

코끝이 쓰리다. 나이가 들었나 보다. 요즘 들어 아드님과의 통화는 이렇게 콧날 아픈 경우가 많다.

언제 한번 안 오니?
진급한 지 얼마 안 되서 당분간은 짬이 없어요. 11월 말쯤 한 번 들를게요.
그래라. 늘 성실하고, 술 적당히 마시고, 잘 안되겠지만.
네. 아빠 안녕히 계세요.

오랜 만에 아들에게 연락이 왔다. 진정으로 반갑다. 돌덩이 같은 사내 둘이, 부자지간이다.

나는 내일 내 아버님께 전화 드려야겠다. 무뚝뚝한 사내들은 부자지간으로 세대를 건너간다. 어쩐지 아버님이 뵙고 싶다. 나는 철이 덜 난 아비인가? 나도 모르게 동쪽을 바라본다. 강릉 경포대의 물빛은 그리운 가을을 잔뜩 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