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맥 칼럼]두 번째 유년기.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국가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 3개 국가라고 한다. 2030년에는 한국도 초고령 국가에 진입한다고 한다. 독일은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200세 까지도 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멋진 소식일 것이나, 중년인 내게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은 않는 소식이다. 건강하고 윤택하게 장수 하는 것. 이것은 대단한 복일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얼마 전, 또 어떤 언론에서는 ‘나이 들수록 현명해 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험에 의하여 대처 능력이 좀 나아지는 것뿐이다. 새로운 발명이나 혁신은 대부분 젊은이들에 의해 발견되고 성장된다.’ 라고 했다. 게다가 더 나쁜 것은 ‘나이가 들수록 판단력과 결단력이 흐려지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겁이 많아지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좋고 올바른 방향이 보여도 좀처럼 요지부동이다.’ 노인 옹고집이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니로군.

더군다나, 환경호르몬, 발암 물질 등과 식생활들의 영향으로 노인성 치매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건강하고 즐거운 노후가 아니라, 정신마저 들락거리며 병마, 가난과 투쟁하는 우울한 노년이라... 생각할수록 끔찍하다. 악몽이나 지옥이 따로 있으랴. 하지만 금전적으로 충분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뜻대로 사는 분들도 있다.

“누가 바보처럼 40대 여자랑 다시 살아? 그런 여자들이 뭣 때문에 70대랑 산단 말이야? 이유야 단 한가지지. 돈 떨어지면 다시 낙엽 신세야. 그런 짓하는 놈이 제일 멍청하지.”
“나이 들어 섹스가 필요해 봐야 한 달에 두어번이야. 그럼 돈 주고 사면되지. 아주 생생한 젊은 여자로. 그게 제일 싸다고.”
“연애? 차라리 후진국에 사업 차려서 그 나라 젊은 여자랑 살림 차리면 돼, 한국과 거기를 들락거리면서 두 집 살림하는 거지. 현지에서 애 낳고 사는 친구들도 있어.”

굉장하다. 좋은 대학 나와서, 현재 윤택한 분들의 말씀이다. 노인이 아니라 여전히 제대로 젊다. 그러나 내겐 어쩐지 쓸쓸한 몸짓으로 느껴진다. 노년기가 윤리와 규범을 벗어나, 사랑과 정열을 불태우라는 시기인가?

내가 이 땅에서 보고 배운 노후 생활이란, 안정된 가정에서 함께 고생하며 늙은 아내와 손자들의 재롱 보며 사는 것이다. 물론 이젠 나이 들어 요양시설로 가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다. 부모 봉양의 시절은 지났다. 그래도 곱게 늙어, 함께 고생한 아내의 손을 잡고 산책이나 여행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노후가 아닐까? 어쩌면 나이 들어, 우리 사는 규범에서 벗어난 모든 행동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 정, ‘노망’일지도 모른다. 내가 틀렸나? 사전을 찾아본다.

노망(老妄) [명사] 늙어서 망령이 듦. 또는 그 망령. [영어]second childhood 영어로는 두 번째 유년기란다. 서양 애들은 참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변을 잠깐만 둘러 봐도, 참 잘 늙어가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가을, 테라스 난간에 잠자리가 앉아 죽음을 기다린다. 만져도 날아가지 않는다. 어쩌면 잠자리가 몇 달 만에 깨달은 것을, 우리는 100년을 살고도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의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중략] 과연 그런가?


Machintosh SE/30 Mess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