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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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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내 삶은 다시 사업가에 머물고 있다. 시계는 선풍기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빨리 돌아가고, 내 문장은 단 한 줄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나는 이미 해결한 문제와 해결할 문제의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일은 내게 삶 전부를 담보로 요구한다. 입술이 새까맣게 타고 있다. 피곤 때문인지 부족한 수면 시간 때문인지, 매일 매일 가슴 태우는 문제들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오염된 검은 강에서 간신히 헤엄치는 기형물고기처럼, 내 인생 전체가 커피 잔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베란다의 창에 커튼이 없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나는 검은 밤 속에서, 마침내 붉은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검은 커피 속에서 점점 명확해 지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나는 수많은 문제의 늪에서 힘차게 떠오르는 노란 잠수함이 된다. 그리고 또 하루를 살아낸다.

내겐 익숙한 일이다. 1989년부터 늘 있어 오던 일. 그리고 10여 년간 멈추어 있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실은 어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나는 감탄했다. 내겐 일에 몰두하던 피가 남아있었다. 나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어깨띠를 준비하고, 말과 말차를 준비하고, 인원을 수배하고, P.P.T. 자료를 만들었다. 나는 말을 타고 압구정동, 청담동을 뛰어다니며 퍼레이드를 했고, 시민들과 고객이 감탄하는 소리를 들었다.

무대를 회의실로 옮긴 뒤, 낮은 음성으로 시작된 설명에 고객의 관심이 노트북 화면에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설명이 중간에 끊기고, 성급한 질문공세가 시작되고, 마침내 고객의 마음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고객이 문제점을 지적하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지적이십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린 그 점에 대해 이렇게 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하나의 프로그램에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2년 이내에 이 클럽의 얼굴이 되어 함께 Win&Win을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에 나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정말 이 자료를 직접 만드신 것인가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서툽니다.”
“아니요. 정말 예상외로 꼼꼼하게 잘 준비하셨네요.”
“아, 감사합니다. 대충대충하는 것은 제가 스스로 용납 못 할 일이라서요. 앞으로 일이 성사되면 더 확실하게 진행시키겠습니다.”

나는 만족했다. 고객을 감동시키고, 일이 성사 되어서가 아니다. 내 속에 잠재되어 있던 일에 대한 열정이 어느 정도 충족 된 것이다. 그래 나는 그랬었다. 목표를 만들고, 사람들을 움직이고, 생각을 현실화하고. 나로 인한 변화를 만족해했다. 나는 세상을 조금 더 멋진 곳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오늘 모처럼, 저급 사기꾼들이 아닌 정말 사업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설명을 하고, 질문을 받고, 담배연기 가득한 회의실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을 보았고, 에스프레소 더블을 마셨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적어도 내가 실수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문학은 다시 사업가의 코쿤 속에 잠들어 있다.

늦은 저녁, 거울 속의 나는 10년 전의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침대 속에서 쌔근쌔근 잠들어 있다.


Mars No.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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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9

미선이남푠님의 댓글

이번엔 꼭!!! 성공 하시길... ㅎㅎㅎ

김명기님의 댓글

넵! 당연히 그래야지요. ^~^

김귀종님의 댓글

멋진 분이시네요 *_*

뿔테안경님의 댓글

글 잘읽고 갑니다...
일에 대한 열정이 충족되셨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저도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저또한 그곳에서 일에 대한 열정이 충족되길 기대합니다.

ⓧ내숭님의 댓글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그까이꺼대충(암컷)님의 댓글

달리세요~^^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임성희님의 댓글

멋진 열정과 용기~
성공하세요

kohaku님의 댓글

열정이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법이란 걸 알게 해주는 글이네요.. *^^*

환장님의 댓글

열정을 가진 사람은 참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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