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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림자 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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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림자 건지기

부드럽게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머리에 닿을 듯 낮게 가지
를 다소곳이 내리 뻗은 Forest Green 의 터널진 새벽 숲 길
을 천천히 게으른 하품 한개 호주머니에 넣고 지납니다. 서
투른 여고생의 화장처럼 덜먹은 안개가 얼룩덜룩 휘감긴 뽀
얀길입니다. 지나오고 또 앞으로 나아 가야할 수 많은 토막
난 공간처럼, 기억도 채 담지 못할 만큼 길은 어디로나 뻗어
있습니다. 묘한 뉘앙스의, 쓸데 없는 격언처럼 로마로도 뻗
어 있고, 아스라한 과거로도, 그리운 추억으로도, 불투명한
아크릴 너머의 미래로도 뻗어 있습니다. 그렇게 길은 어디로
든 함부로 뻗어 갑니다. 눈동자에서 가슴으로 뻗어 가기도
하고, 손끝에서 매끈하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당신의 하얗고
Neon Pink 빛으로 변하길 좋아하는 목덜미로도 뻗어 갑니다.
인생의 민감한 곳까지도 거침없이 함부로 뻗어 가기에 우리
는 때로 두려움을 가지고 길 앞에 서서 망연해 하기도 하고,
때로 회한의 Light Blue 빛 눈물을 투명한 응어리의 비이커
에 고이도록 방치도 한 채, 늘 고개 숙인 한숨으로 묵묵한
발자국을 옮깁니다.

그렇게 유능하고 집요한 길이 아직까지 내 눈동자가 발견한
것중 생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호기성 유기물질인 당신에게만
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제법 오래된 유감입니다. 하아~ 하
고 내쉬는 한숨과 함께 오버랩 되는 미소가 창가에 둥둥 떠
다닙니다. 먼저 눈을 동그랗게 만들고 곧 가늘게 마치 편안
하고 안락하게 즐거운 듯 우아한 라인을  만들며 고개를 조
금 젖히고, 왼손을 재빠르게 입술의 위에 올리고 어깨를 흔
들면서 문가에 달아놓은 7음계의 풍경소리와 같이 맑은 소리
를 투명한 봄의 대기에 뿌려 놓던 사람. 그리곤 언제나 살짝
눈꼬리를 올리며 때로 내볼을 잡고 가볍게 흔들기도, 가벼운
키스로 넘 재미 있네요~ 를 대신하던 사람, 어깨를 툭툭 치
며 당신 철들 때까지만 함께 해 줄께요. 아마 250년은 걸릴
테니까. 엉덩이를 가볍게 털어주며, 어이구우~ 라고 말을 잇
지 못하던 당신의 웃음에만 도저히 절대로 길은 뻗어 가지
못합니다.

어쨌든 나를 가라 앉게 하는 모든 외로운 요소들은 언제나
물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곤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몹시 외
로워 혼자라도 자신을 껴안고 싶을 정도로 증세가 심한 날이
나, 어깨가 시릴 정도로 외로운 날에는 물고기가 되는 꿈을
꾸기도 하고 강변에 앉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나 자신의
내부를 가만히 들여다 보기도 합니다.

해서 나는 오늘도 물의 또 다른 얼굴인 장마비의 가느다란
줄기에다가 새로운 고독과 우울을 심었습니다. 이내 싹이나
고 눈앞에서 무성해져 어둑한 숲아래 잎사귀로 이루어진 쉐
라의 점묘 그림 같은, 해질 무렵 동해안의 거친 파도위에 홀
로 떠있는 작은 바위섬 같이 고독한 그늘이 되었습니다. 물
론 둥근달이 휘황한 빛을 뿜기는 하였지만, 너무 늦은 밤이
었고, 아무도 없었고, 바위섬과 달, 그렇게 둘이라서 더욱
고즈녁하고 외로움이 4배로 더하는 Aquamarine 의 밤입니다.

언제나 지니고 다니던 당신의 미소을
놓쳐버린 눈동자의 고독 입니다.
당신의 입술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차가운 입술의 고독 입니다.
당신의 어깨를 더 이상 보듬지 못하는
양 팔의 고독 입니다.
당신의 짙은 내음을 맡을 기회를 영원히 박탈당한
상심깊은 코의 고독 이고,
사랑해요. 영원히...,
당신은 내마음을 알고 있나요?
알고 있다고 대답해 주어요. 어서...
그렇게 당신의 음성을 초대하지 못하는
영원한 진공에 빠져 버린 귀의  고독 입니다.

고독이나 그리움은 양쪽 다 어쩐지 푸르스름하게 투명한 느
낌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고독은 속을 알 수 없고, 들여다
보면 바람소리가 공허하고 둔탁하게 울리는 우물의 깊고 어
두운, 동작을 멈추어 버린 마른 젤리의 표면 같고, 그리움은
숲의 한모퉁이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서 방치된 채. 양은 많
지 않지만 쉼없이 솟아나는 샘물 입니다.

좀더 깊은 곳에 틀어 박혀 있는 추억은 또 다른 물의 감정으
로 말을 걸어 옵니다. 늘 일렁이는 얕은 여울의 가을이 잉태
한 추억이 나머지 세 계절을 슬며시 압도하곤 하는데, 가을
날 게으른 오후, 넓은 호수에 비친 건너편의 둥실거리며 느
릿하게 떠 있는 풍경의 정취야 말로 진짜 가을이 아닐까? 하
고 생각하곤 합니다. 나는 온갖 낙엽이 수 많은 색감을 덩어
리째 내뿜는 Kenzo의 패션쇼 같은 현란함 한가운데 서서 미
시령의 중턱에서 어둠을 서서히 빨아 들이는 바다를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여러번... 하지만 감색이 짙어지고
짙어진 경포호의 Dark Wood 와 Dark Brown의 중간 톤으로 우
아한 춤을 추는 마른 갈대 숲에서, 먼 곳 대관령의 산마루로
온통 세상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스러져 가는 가을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코 언저리가 시큰 거리게 될 만큼의 손에 만
져지는 수면 아래 잠긴 가을로, 그 이상 가을다운 가을을
느껴 본적은 별루 없답니다. 결국 당신 이라는 여자다운 여
자, 사랑다운 사랑, 꿈과 같은 현실을 발견하는 데 늘 실패
하였던 것 처럼...

오늘 하루종일 들판으로 달려가는 작은 창을 열고 열에 끓는
머리를 일으켜 비를 바라 보았습니다. 회색 공간에 자수정의
반짝임으로 공간을 사선으로 날아 오르는 날치가 되어 버린
비가 왜 하늘로 날아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 것 인지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의지 와는 상관없이, 나는 더 이상 비가 가슴
으로 꽂혀 버리는 것에 동조 할 수 없어~ 라고 중얼거렸는
지도 그 이유도 모릅니다. 어딘가에 비는 날아 오르지 않고,
흘러 내리지도 않고 꾸준하게 차곡차곡 방울져 고이고 있다
는 것을 알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주 놓고 앉은 빗줄기 아래, 침묵의 대화중에 한 친
구가 연인에게 전화를 겁니다. 뭐든 말만해... 그는 점점 고
독해 지는 자신을 발견 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적당한 거리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 사랑이고 적당한 거리를
가지지 못해야만 또 사랑입니다. 하지만 그러므로 해서 서로
의 존재가 무겁고 때로 힘이 듭니다. 소유하지 못함으로 해서
애가 타고 소유하여 변질되어 버립니다. 언젠가 물위에 뜬 달
그림자를 잡는 것이 사랑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습
니다. 소유하려 하면 흐트러져 버리는 그런것이 사랑아닌가
생각하면 사랑은 그 단한가지 이유만으로도 또 다른 절망이고
인류의 미래를 사랑에다가 걸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아닌
가요? 아니라구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구요...

역시 달그림자 건지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물속에 누워 일
그러진 채 출렁이는 하늘을 바라본 경험도 있는 또 다른 사내
인 나는, 타오르는 가슴 속 깊은 곳으로 스며드는 감기기운으
로 하여 손에 든 담배를 만지작 거리며 잠시 처마 밑을 나섭
니다.  숲밖의 낮게 가라앉은 잿빛 하늘을 가르며 4개의 평행
선을 이룬 전깃줄이 빠르게 달려 갑니다. 그렇게 강한 인상으
로 죽죽 뻗어 달려가는 것을 보고, 단호한 저 전깃줄이 가는
길의 방향이 어쩌면 정말 어쩌면 당신께로 연결 되는 유일한
길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 하였습니다. 회색의 하늘 아래 잠시
전깃줄을 보며 걷다가 이내 절망 하고 말았습니다. 좀 더 커
다란 전봇대에 둥지를 튼 낡은 변압기에서부터 어지러운 전깃
줄이 마치 적게는 5방향, 많게는 8방향으로 메두사의 머리카
락처럼 길길이 날뛰고 있었고, 그 혼돈은 결국 당신이 떠난
뒤에 빈 공간에서 맡았던 고독과 후회의 냄새 였고, 몸속의
어딘가가 황폐해져 버린듯한 늦가을의 마른 냄새 였고, 돌아
오지 않을 시간에 대한 익숙한 절망의 냄새라는 것은 후각보
다도 빠른 육감이 감지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달은 뜨지 않은  세그루 소나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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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

여백님의 댓글

장문의 산문시를 보는듯...
역쉬 명기님이심다..

달은 뜨지 않은 밤.. 달그림자를 건지시려는...
-,.-"
심오하다...

원똘님의 댓글

올바로 닷컴에도 가서 간만에 잼나는사진 많이 봤습니다. ^^
언제나 멋진글.....

김명기님의 댓글

삶의 많은 부분이 달그림자 건지기라는 느낌이 들었지요. 그래서 이백이 더 그리운 것일지도... ^~^

김명기님의 댓글

원똘님이 다녀가셨군요. 자주 놀러 오세요... ^~^

넘힘든하루님의 댓글

저는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사랑으로 고통 받는 건
사랑을 하늘에 떠있는 달이 아니라 달그림자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진실은 잊고 허상을 쫓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사랑은 손을 뻗어 가까이서 잡으려면 흐터지는 달그림자가 아니라
잡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이었다는 걸 인정하고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사랑다운 사랑을 하는 방법이라고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서 우리가 변화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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