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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눈동자는 進化(진화)한다.

본문

여인의 눈동자는 進化(진화)한다.

스카이 라이프가 끊어졌다. 아마 시청료가 몇 달 연체된 모양이었다. 경리 쪽에서 하는 일이니 나로서는 알 수 없고... 제법 자주 보던 Y.B.N.뉴스와 제국의 아침이 가끔 마려울 수도 있겠으나, 그런 대로 참을 만 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차피 별로 귀에 유익하지 않은 우울한 사건 사고만 몇 번 되풀이 할 뿐이고, 제국의 아침은 권모술수와 일부 어리석은 선조 들의 모습만을 극명하게 비추어줄 뿐이었다. 결국 '다 믿지 못할 상대들이니까, 머리를 잘 굴려라.' 수준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죽었다. 우리가 그들의 방법을 답습할 이유는 전무하다. 우리는 왕이나 정승이 아닐 뿐더러 시대도 다르다. 그렇게 혼자 투덜투덜 잔뜩 심술을 부리고 나니 조금은 후련하다. 혼자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린 것이지만 정말 그런 대로 후련하다. 그러니 누군가와 누군가의 험담을 하는 것은 얼마나 고소한 맛이 날 것일까? 솔직 하자면 바로 그런 것이 가장 씹을 맛 나는 안주거리일 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다음 안주로 곧바로 내가 하마 평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지만...

때로 나는 아주 적극적으로 씹을만한 안주가 되곤 한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명백히 저쪽이 나쁘긴 하지만 이쪽도 무리가 있었고...' 하는 식의 이야기를 잘 용납하지 못한다.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난 뒤엔 우울한 후회가 남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하지만 나는 안다. 똑 같은 경우가 다시 생긴다고 해도 나는 또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다. "이봐 아무리 친구들끼리의 커피모임이지만 이건 사업상의 중요한 이야기야, 여자친구는 좀 그렇지 않아?", "흠. 서로 행복의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다르게 생각하는 것 뿐이야. 너희는 사업에서 행복을 찾으려하지만, 나는 사업 따위는 좀 헐렁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고 다들, 이마에 '우리는 아주 중요한 일을 협의중입니다.' 라고 써놓았군. 웃기잖아? 시간이 가능하다면 내가 가는 곳 어디라도 그녀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지. 비밀은 없어. 저 미소가 보이지? 나는 그게 좋아. 우리 서로의 행복에 간섭하지 말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나를 안주로 삼고 있더라고 후배가 말해 주었다. 그들은 그들의 열쇠로 행복의문을 여는 것에 실패했다. 나 역시 행복의문을 완전히 열 수는 없었다. 그들은 감옥의 문을 열었고, 나는 고독의 문을 열었을 뿐이었다.

소설이나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만나기 위하여 갖은 고난을 겪는다. 어느 여류 소설가의 말대로 "행복한 만남 전까지 그들을 떼어놓는 것이 일의 초점이죠." 하지만 우리는 만나고 하루가 지나지 못하여 사랑에 빠졌고, 우리의 머리 속을 차례로 드나들었던 그 이유들로 인하여 힘들어했고, 엄청난 노력으로 마침내 헤어졌다. 당신과 나는 심장이 타들어 가는 행복을 맛보았고, 순서를 바꾸어 먼저 사랑하고 헤어지기 위하여 필사적인, 수많은 시도를 한 셈이다. 만약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우연처럼 말이지... 잘 될까? 하지만 사람의 인간 됨은 어쩌면 D.N.A. 에 깊이 박혀 있어서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쩌다 당신을 다시 만난다고 하여도, 우리는 새로운 비극을 고전적인 대본에 맞추어 연장공연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잘 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 대사는 이미 지난번에 한 것이다. 아마 3번쯤 될 것이다. 마지막엔 아무런 말도 없이 지구가 떠내려가도록 울기만 했다. 당신도 나처럼 이미 알고있는 일이었나 보다. 내가 당신에게 늘 '머리 아닌 가슴'을 굴렸던 것을 알고 있었을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하여,(어쩌면 잘 못 선택한) 걸어 들어온 고독의 문 안쪽에서, 가끔 이렇게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한다.

어쩌다 천 마리의 양을 헤는 밤, 당신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을 흔들어 놓던 당신의 커다란 눈동자가 먼저 떠오른다. 눈망울을 똑바로 하고 나를 바라 볼 때엔, 그 강한 흡인력에 나는 주위의 모든 것을 잊곤 했다. 우리 남자라는 생물들은 늘 눈동자가 아주 커다랗고 호수같이 깊은 여자를 쉽게 사랑한다. 아니 쉽게 빠져든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눈동자를 통하여 여인의 마음을 언제라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랑과 기쁨과 그녀의 슬픔까지도, 아주 투명한 호수의 바닥에 깔린 모래와 작은 조개, 그리고 톡톡! 빠른 몸짓으로 지나는 송사리를 발견하는 것처럼 투영하여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눈동자가 아주 큰 여인들은, 그러니까 당신 같은 타입의 여인들은 결국 그 눈동자로 남자의 가슴을 꿰뚫어 볼뿐이었다. 여인의 눈동자는 남자들의 기쁨을 위하여 커다랗게 진화한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좀 더 확실한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남자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하여, 오늘도 여인의 눈동자는 꾸준히 커다랗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때로 성형수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러니까 나는, 당신의 눈동자가 지닌 파랗게 빛나는 그 아름다움에만 도취되었지, 결국 당신이 마음 속 깊이 바라는 것을 알아내는 것까지는 실패한 것이다. 당신이 알지 못하지만 당신이 하고 싶은 것. 우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길. 당신은 아마 그런 것을 바랬을 것이고, 나는 당신이 먼저 나의 일상에 늘 존재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순서는 틀렸겠지. 사랑과 신뢰, 뭐 그런 정도의 이야기 일 것이다. '어쩌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었을지 모르지, 나 하나만 믿고 생명을 걸 정도의 사랑을 주었다면...' 이라고 투덜거려도 당신은 또 당신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함께 도망이라도 가자고 했잖아요...' 그래, 오늘은 혈관에 피보다 동동주가 더 많이 흐르는 가보다. 이상한 중얼거림으로 겨울밤을 꼬박 새우는 것을 보면... 아주 단순한 결심과 말.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그런 일들이었다. 쉬운 일을 너무 복잡하게 처리하는 어리석은 기술은 대관절 어디에서 배운 것일까? 당신을 데리고 어디 영원의 끝으로 사라지지 못한 사내의 겨울은, 덜컹거리는 창문소리에 새우처럼 옆으로 누운 채 잠을 이루지 못하는 꾸준한 뒤척임이다.
 
바람이 심하게 분다. 홀로 잔을 기울이는 어깨너머로 바람이 숲을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흡사 소나기가 메마른 숲을 때리는 것 같은 소리가 공간을 잘게 쪼개어 놓는다. 잠깐 잔을 내려놓고 테라스에 나가 선다. 반쯤 열린 문을 왼손에 잡고 한기가 온몸을 격하게 안아드는 숲의 한 모퉁이에 선다. 오전부터 무거운 회색으로 내려앉은 하늘은 생명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의 눈같이 늘 침묵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커다란 달님도 보이지 않는다. 완전한 밀봉의 어둠.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담뱃재가 바람에 휩싸이며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익숙한 어둠, 익숙한 고독, 익숙하게 일그러진 공간이다. 또 다른 생명을 찾으려는 보이저 위성 같이 더듬이를 어둠 속의 공간으로 멀리 밀어 넣었다가, 그대로 현관 문 안으로 다시 흡수되고 만다. 아무리 확인하여도 이 행성에서 나는 혼자다. 명백한 것은 그런 것들이다. 차갑다는 것, 쓸쓸하다는 것, 장뇌 삼처럼 아주 외진 곳에 틀어박혀 다가오는 겨울을 예감하고 있다는 것. 그렇게 늘 익숙한 것들이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리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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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넘힘든하루님의 댓글

어짜피 모든 것들이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되어가는 것 같아요
밀레니엄이 오면 갑자기 하늘에 자동차가 날아 다니는 것이 아닐까 상상했지만 그런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었다해도
이젠 손 안에서 tv를 보고... 메일로 수십키로가 떨어진 친구와 연락을 나누고...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조금씩 진화되고 변화해가고 있으니까요
단지 그 진화가 어리석은 퇴보가 아니라 진정한 진화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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