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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동안 왕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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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동안 왕이 된 남자.

용감하고 늠름한 백제의 병사들이여! 나를 따르라! 우리의 고향 웅진성으로 가자!

황금 빛 궁복을 입은 40명의 취타대가 일제히 나발과 북을 울린다. 좌우에 말을 탄 호위장수들을 거느리고 백마에 올라있다. 미모의 다모들도 말을 타고 나를 호위하고 있다. 백마에 황금 빛 갑옷. 나를 따르는 200명의 궁녀들과 대취타대, 다채로운 만장 깃발을 든 호위병들과 창을 든 수만(?)의 병사들이 나를 따라 공주 성내를 행군한다.

전투에 승리한 나는 우리 백제군의 늠름한 기상을 공주성의 백성들에게 보인다. 길가에 선 착한 백성들.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아이들은 손을 흔든다. 나는 백성들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며 손을 흔든다. 서늘한 가을 대기. 따스한 가을 햇살. 벼를 말리는 농민들에게도 일일이 손을 흔든다.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도다.

물론 나는 불과 30분전에만 해도 그저 가난한 작가, 학생들에게 말을 가르치는 훈련대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백제의 왕이다. 무령왕릉에서 시작되어 공주 시청에서 끝나는 이 행렬이 멈출 때까지 나는 백제의 왕이다. 정말 초특급 출세다. 경찰의 사이드카가 에스코트를 하는 가운데 군졸들과 함께 공주 시내를 활보한다.

태어나 일생을 살면서, 단 3시간만이라도 왕이 되어 볼 기회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수천의 병졸들을 거느리고 백마에 올라,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앞에 시건방진 포즈를 잡으며 말이다. 역시 말을 타기 잘했다. 내 일생에 두 번 없을 멋진 경험이다. 지금 나는 왕이다. 나는 말 위에서 흔들거리며 잠시 왕으로서 생각에 잠긴다.

이렇게 대 행렬을 지어 성내를 행진하면 옛날의 백성들은 모두 엎드려 고개조차 들지 못했겠지. 이런 무력시위와 권위로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며 호족들의 발호를 막고 왕권을 수호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행군은 내부 조직에 대한 과시였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대의 왕은 백성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퍼포먼스의 일부다. 나는 이렇듯 가벼운 책무의 즐거운 왕이 되어서 행복하다.

하지만 갑옷은 예상 외로 무겁다. 갑옷 아래 온몸으로 땀이 흐른다. 아마도 이런 무겁고 불편한 복장으로 실제 전투를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머리에 쓴 황금투구가 얼마나 무거운지 목에 힘을 뺄 수가 없다. 고개조차 돌리기 힘들다. 나는 문득 하나 깨닫는다. 아하! 그래서 목에 힘을 준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로군. 옛날의 장군들은 절대로 목에서 힘을 뺄 수 없었을 것이다. 힘을 빼면 즉시 모가지가 똑! 부러졌을테니까!

나는 문득 내 여인을 생각한다. 이런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군. 하늘로 통통 솟아오르고, 손바닥을 턱 아래에서 부딪치며 기뻐할 텐데. 자신의 남자가 실은 왕이었다면, 요즘 같은 초현실주의 세상에 얼마나 비현실적인 일일까? 문득 그녀가 그립다. 비록 일생에 단 3시간이지만 당신의 남자인 나는 지금 왕이야. 나는 맑은 가을 햇살에 비친 말과 나의 그림자를 본다. 그리고 고삐를 다잡아 말의 머리를 들어 올린다.

아무래도 이런 건 왕다운 생각이 아니다. 왕이 이런 잡생각이나 할 리가 있나? 진짜 왕이라면 수많은 전쟁과 음모에 대한 고민으로 편안하게 발 뻗고 잘 날이 하루도 없었을 것이다. 밥 한 끼를 먹어도 독약 걱정을 하며 벌벌 떨었겠지.

다모클레스의 검에 관한 일화가 갑자기 생각났다. 기원전 4세기 초, 사라쿠사의 왕 디오니시우스는 늘 왕의 행복을 찬양하는 다모클레스를 어느날 자신의 왕좌에 앉혔다. 그리고 왕좌의 바로 위에 말의 꼬리털 한 가닥으로 검을 매달아놓아, 왕위가 항상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깨닫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가짜 왕인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오늘 나는 진짜 왕보다 백만 배나 가난하지만, 백만 배나 더 행복한 가짜 왕이었다.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www.allbaro.com



PS : 실은 공주백제문화제에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의 학생들과 함께 초대를 받아 참석한 것이랍니다. 어쨌든 너무 즐거웠습니다. 뇌에 살짝 상처가 날 정도로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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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6

玄牛님의 댓글

우..와.. !!!

정말 멋있군요 ^^

김명기님의 댓글

그렇죠? 정말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해주셨답니다. ^~^

알럽핑크님의 댓글

뽠타스틱함다,,ㅋㅋㅋ

김명기님의 댓글

살다보니 가끔 퐌따스틱 하게 살게 될 때도 있더군요. ^~^

원샷원킬님의 댓글

으째 병졸의 옷을 입고계신가요 ㆅㆅㆅㆅㆅㆅ

빅 퍼레이드로군요 ^,.^

김명기님의 댓글

넵 정말 빅빅 퍼레이드였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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