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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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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1)

어쩌다 젊은 여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되면, 나는 꼭 결혼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결혼에 대한 인식은 그 시대 사람들의 문화와 삶의 방향이 어디를 지향하는가에 대한 민감한 풍향계이기 때문이다.

불과 십 여 년 전만 해도 결혼은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는 필수사항이었다. 제법 잘 나가는 캐리어 우먼에게 물어 보아도,
“이런 건 빨리 집어치우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 인생의 목표요? 물론 현모양처지요.”

여러 번 묻는 것은 의미조차 없을 정도의 당연한 대답. 결혼은 다만 인식의 틀만이 아니라 추구해야할 행복의 정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대답을 하였던 여인들이 이젠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그들이 원하던 느긋하게 인생을 누리고 있어야 할 현재. 나는 미리 예견되었던 대답을 듣는다. 젊은 그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결혼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아요.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편안하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웬일일까? 현대의 모든 여성들이 갑자기 남자가 싫어지기라도 한 것일까? 그녀들은 갑자기 남자들의 몸에 숭숭 난 털을 혐오하게 되었고, 키스할 때마다 입술과 얼굴을 찌르는 거칠고 굳센 수염이 송충이처럼 징그럽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아니라면 어쩌다 사랑하는 사람의 양말이나 속옷을 세탁하면서 그들과 반대편에 선 이 행성의 종족이 얼마나 냄새나고 지저분한 존재인지를 눈치채고 만 것일까? (이것은 남자라면 누구나 한때 제법 심각하게 고민해본 일일 것이다.)

하지만 깨어진 사랑 때문에 소주병을 안고 뒹구는 멍청하고 가련한 아우들을 보면, 결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녀들이 남자들을 싫어하게 되었다면 왜 한꺼번에 둘이나 셋을 사귀겠는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전시대의 여인들 보다 현재의 여인들이 사랑에 굶주린 상대편의 영장류를 더 많이 사랑해 주기로 결심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나는 이 점에 주목하고 그녀들에게 따진다.

“뭐야? 말이 안되잖아?”

그래도 그녀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흥! 그래도 결혼은 안 해요. 가능하다면 혼자 살 거예요.”

남자는 좋지만 결혼은 하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면 무책임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추억의 여행. 그런 것들은 무조건 환영. 하지만 가정에 매여 가사를 돌보고 아이를 키우고, 원하지도 않던 깐깐한 시댁식구들을 종합선물세트로 선사 받게 되어, 말 같지도 않은 시집살이는 하고 싶지 않다. 대략 그런 건가? 일단 단순하게 그녀들을 의심하면 답은 그렇게 나온다.

하지만 나는 좀더 집요한 질문들을 통해 사실에 접근한다. 젊고 아름다운 그녀들은 지난 백악기부터 이 행성의 여인들이 수많은 제도 하에 묶여져 희생해야 했던 자신의 삶. 그것을 찬찬하게 재조명 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털이 많이 난 인류의 절반이 차지하고 있던 수많은 직업들을, 털 없는 매끈한 피부의 인류에게 양보한 결과, (어쩌면 쟁취나 탈취라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녀들이 지난 세기부터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가를 생각한다면.)그들은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보다 높은 이상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밖’의 일 때문에 으시대거나 몹시 피곤해 하던, 털 난 인류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 몹시도 절망했겠지.

그리고 꾸준히 가정의 테두리 밖을 드나든 결과, 그녀들은 문화라는 것에 보다 쉽게 접근하게 되었다. (만약 카바레나 나이트를 문화라고 생각한다면, 1초 이내에 야한 사이트로 이동하기 바란다. 여긴 재미없는 이야기만 하는 곳이다.) 그녀들은 자신이 지닌 향기와 자신만의 분위기를 지켜 나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우주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정체성에 관한 고귀한 비밀인 것이다. [어떤 그릇은 식기가 되고 어떤 그릇은 도자기가 된다.] 그녀들은 비로써 모든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문화’와 ‘트랜드’로써의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한 번이라도 품게 되었다면, 다시 막 사발로 돌아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물론 질박한 삶에도 일상의 행복과 자녀들이 커 가는 보람을 바라보는 기쁨이 있다. 하지만 누구의 딸에서, 누구의 아내로, 그리고 누구의 엄마로 전이되어 가는 과정에 아무리 큰 보람이 있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이름 석자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안다면 결코 희생적인 삶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그녀들이 발견한 보물은 바로 그것이다.

- 계속 -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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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5

iceberg님의 댓글

요즘 같은 세상에 결혼이란 너무 부담스러운 단어가 되어 가고 있는것 같아요. 그래서 젊고 돈 좀 번다는 여자들은 이제 자신만을 위한 삶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거 아닐까요?

연애는 환상과 즐거움속에서 질주가 가능하지만, 결혼은 철저히 현실이잖아요.

그나저나 언제 또 2편 나오나요? 얼렁 올려주세요... :)

잿빛하늘님의 댓글

자본과 종속....... 그리고 패미니즘.

재미솔솔(시니)님의 댓글

하하하.. 애안나으면 좋죠.머.. 안그런가요.. 그나 저나 형.. 멋있는글이네요.. 그러다.. 지구에 인구가 멸종하는 날이 올것 같당.. 그땐... 잼날것 같당.. 먼 야그지만.. 왠지.. 우울해지네요.. ㅋㅋㅋㅋ

모찌님의 댓글

여자만 결혼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진 않던데요...
저와 아주 절친한 남성동지 하나는 여자보다 결혼에 대해 더 부담스러워 하던데... 물론 그 남성동지는 직업의 특성(군인이라는...)상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지 못한다라는 꽤나 낭만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더군여...
어쨌든 결혼이 현재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여자든 남자든 같은 입장일 것 같군여...

김명기님의 댓글

이젠 여자도 남자를 고를 수 있지요. 동등한 자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김명기님의 댓글

그러나 그것은 역사의 발전이지 후퇴가 아닙니다. 같은 인류로써 여성의 지적 능력과 지위가 높아졌다는 것은 결국 인류전체로 볼때 발전이 아니겠습니까?

김명기님의 댓글

지난 세기동안 남자들이 여자를 고르는 기준은, 이제 여자들이 남자를 고르는 기준에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 됩니다.
하지만 돈벌레나, 삶에 향기가 없는 비 문화적인 남자들은 점점 소외 될 것입니다. 물론 거짓으로 사탕발림하는 그런 족속들도요... ^~^

김명기님의 댓글

2편은 내일 중에... ^~^

레아님의 댓글

대학교졸업할때 저의 아버지는 당장 결혼시키라구 그러셨죠,, 어머니의 반대로 무사히 넘겼지만,,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시기와 상황도 맞아야하고요.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구 부모님의품에서 벗어나와 생활한지 7년이 지난 지금,, 저에게 결혼의 의미는 한낱 종이에 지키지못할 약속을 서명한다는것밖에 없네요,,
그냥 형식에 불과하다는 작은 생각^^
2편 기다리겠습니다,,^^

재미솔솔(시니)님의 댓글

장가나 시집보다.. 걍.. 같이 사는것이 더 잼날것 같은뎅.. 실음.. 그냥 다른사람 만나러 가고요.. 요즘 이런생각하면서 하루 하루 삽니당.. 사실은 제가 젤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서요.. 하하하.. 사람하면 왠지 거부감이 생겨서리.. 그럼 즐맥하세요..

hongwu님의 댓글

명기님 리플을 읽으니... 갑자기 채스터튼(G.K.Chesterton)의 브라운신부 이야기 중 하나가 생각나네요..
20세기 초반의 서서히 기계화되는 서구사회, 힘이 필요한 일은 기계가 대신해주는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상승 및 역할의 확대를 잠시 비춘 이야기였지요.
대강의 스토리가... 영국 시골에 영지를 가지고 있는 귀족 아가씨와 그의 여동생이 같이 런던에 나와서 생활하고 있는데 위에서 이야기한 소위 모던한 여성이었던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이었는데, 사건 해결의 실마리중 하나가 그런 "모던"한 여성은 엘리베이터 보이가 조정해주는 엘리베이터에는 타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사회생활에서의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힘과 속도가 필요한 일은 스스로 기계를 조작해서 해내는 독립적인 신여성!
생각해보면 사실 요즘 세상에 육체적인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어차피 힘이 필요한 일은 기계가 다 해주는 세상에 남자와 여자가 사회적, 직업적 차별을 받는 다는 것은 정말 웃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명기님의 댓글

결혼을 한 것도 또 결혼을 하지 않은 것도 모두 다행한 일은 아니겠지요. 어쨌든 한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것이니까요. 일방적이거나 또는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 결국 미국의 속담대로 마지막까지 튀겨지지 않는 팝콘! ^~^

김명기님의 댓글

추한 중년과 고독한 노년이 두려운 것이겠지요. 하지만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독신은 그런 나이에 발생되는 것인데...

넘힘든하루님의 댓글

결혼,... 사랑만큼이나 답을 내리기 힘든 물음입니다...

IDMAK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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