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추가메뉴
어디로 앱에서 쉽고 간편하게!
애플 중고 거래 전문 플랫폼
오늘 하루 보지 않기
KMUG 케이머그

자유게시판

잠룡(潛龍)에게

본문

잠룡(潛龍)에게

개구리가 맹렬하게 울어대는, 달도 없는 어두운 숲길을 따라 서식지로 돌아왔다. 이 저녁 근심없이 소주 한 잔을 하고, 흔들거리는 대지를 밟고 숲 속을 거닐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대로 나는 행복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렴 어떤가? 모든 것은 스쳐지날 뿐이다.

곧 출간될 소설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일정한 시간에 말똥을 치우고, 아직은 나를 별로 원망하는 사람 없이 살고 있다. 그러니 이 정지된 시간을 걱정하지 말고 누리자. 마음을 갉아오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문제들은 오늘밤 잊자. 나는 세상보다는, 시간 속에 부유하는 나를 먼저 잊는다. 마음이 가라 앉히고 지나간 일들을 떠올린다.

그때 나는 사랑하는 아우에게 말했다.

"나는 진정으로 너를 사랑하기에, 너의 숨겨진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나는 네게 진심으로 화를 낸다."

그리고 정말 성을내며 조목조목 그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었다. 내 삶에 그런 일은 별로 없다. 사람은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잔소리나 충고는 결국 잡음에 지나지 않는다. 충고와 고개숙임 사이에는 이어질 수 없는 균열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규범을 깨어가면서 그에게 말하고 말았다. 너무나 답답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에게 충고를 하기까지에는 적어도 열 사람의 평가를 들었다. 내가 일일이 붙잡고 그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까? 그런 일은 만무하다. 아우도 알 것이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불편한 마음을 내게 고했을 뿐이다. 그러니 물 밑에 가려진 사람의 평가는 차마 참고 듣기 힘든 것이리라. 10명의 사람들이 내게 아우에 대한 언급을 했을 때엔 그들의 시선에는 물론 나도 포함되어 있다. 알고 있다.

'이 사람 괜찮은 줄 알았더니, 사람을 보는 눈이...'

그렇게 나의 입지도 함께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나 괜찮다. 그런 것은 내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사업을 하지 않아도 되고, 돈을 벌 욕심도 없는 내게 그런 세간의 평판 따위가 무슨 소용이 닿는단 말인가?

하지만, 아름답게 꽃 피울수 있는 봉오리가, 그대로 시들어 가는 것을 보는 일만은 참을 수 없다. 내재 된 자신의 잠재성이 마침내 기지개를 펴면, 자신은 물론이고 이 세상에 정말 이로울 존재. 너의 가치는 덜 여문 현재에 있지 않다. 너는 네가 그린 꿈의 크기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려운 현실과, 이유도 모를 고난이 파도처럼 다가올 때 너는 근심하지 말아라. 너는 너를 편안히 쉬게 만들어 준다는 모든 유혹을 뿌리쳐라. 너는 마음 속의 꿈을 따라 올곧게 전진해야 하는 것이다. 너는 머지않아 네 속에서 잠들어 있는 거대한 용을 깨워야만 하는 것이다. 

폭우가 내리고 적란운이 하늘 끝까지 닿아 있는 험한 날씨가, 잠룡(潛龍)의 승천에는 가장 적당한 날씨다. 지구를 가라 앉힐 듯한 검은 소나기는, 하늘로 오르려는 잠룡의 동앗줄에 다름아니다.
 
나는 마침내 입을 연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불과 몇 년전의 내게 향한 외침이기도 하므로 나는 거리낌없이 말한다.

"이 멍청한 녀석아! 정신 차려라!"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www.allbaro.com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포인트 81,347
가입일 :
2004-02-26 08:43:02
서명 :
미입력
자기소개 :
미입력

최신글이 없습니다.

최신글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4

iceberg님의 댓글

제대로 사람을 볼 줄 아는것.
그건 참 어려운 일 중에 하나입니다. 점점 나이가 들면 제대로 사람 볼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질까요?

adam님의 댓글

제자신도 마음안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용을 깨우기위해 부단히 노력중입니다.
근데 그 용을 찾을 수가 없네요-,.-;;;어디로 숨어버렸는지...

김명기님의 댓글

사람을 보면서 저절로 깨우쳐 지는 부분이 생기긴 생기더군요. 그래도 늘 실수 투성이지요. 한 70살쯤 이면 완성 될까?

김명기님의 댓글

좀 더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는 모양이군.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거야. 힘을 내...

전체 50,531 건 - 504 페이지
제목
모노마토 805 0 0 2004.05.13
김명기 1,696 0 0 2004.05.12
녹차축제 900 0 0 2004.05.12
향기 977 0 0 2004.05.12
김정희 782 0 0 2004.05.12
초록이 872 0 0 2004.05.12
김명기 2,753 0 0 2004.05.12
페리도트 729 0 0 2004.05.12
[kjs]맥사랑 836 0 0 2004.05.11
★루 3,458 0 0 2004.05.11
김명기 1,440 0 0 2004.05.11
권란실 769 0 0 2004.05.10
김명기 1,799 0 0 2004.05.10
도희 947 0 0 2004.05.10
향기 865 0 0 2004.05.09
.maya 1,108 0 0 2004.05.08
영환군 1,036 0 0 2004.05.08
도희 848 0 0 2004.05.08
O리발 2,057 0 0 2004.05.08
향기 1,302 0 0 2004.05.08
사알짜기 837 0 0 2004.05.08
.maya 974 0 0 2004.05.08
noe 967 0 0 2004.05.07
향기 789 0 0 2004.05.07
초록이 743 0 0 2004.05.07
석가믿는요괴 676 0 0 2004.05.07
.maya 953 0 0 2004.05.07
조건하 789 0 0 2004.05.07
윤미정 828 0 0 2004.05.07
하얀빗줄기 895 0 0 2004.05.07
영환군 872 0 0 2004.05.07
네잎클로버 1,184 0 0 2004.05.06
효효! 879 0 0 2004.05.06
hongwu 924 0 0 2004.05.06
yamg 817 0 0 2004.05.06
상희 691 0 0 2004.05.05
영환군 1,616 0 0 2004.05.05
허인규 789 0 0 2004.05.05
김명기 1,437 0 0 2004.05.05
(酎)클래식 986 0 0 2004.05.04
영쓰 1,097 0 0 2004.05.04
김영권 3,014 0 0 2004.05.04
김영권 5,651 0 0 2004.05.04
김미정 920 0 0 2004.05.04
윤미정 1,084 0 0 2004.05.04
초록이 885 0 0 2004.05.04
yamg 818 0 0 2004.05.03
초록이 735 0 0 2004.05.03
김명기 1,422 0 0 2004.05.03
이준언 768 0 0 2004.05.03
윤미정 746 0 0 2004.05.02
hotdog 767 0 0 2004.05.02
영환군 829 0 0 2004.05.02
네잎클로버 966 0 0 2004.05.01
막강전투조 792 0 0 2004.05.01
석가믿는요괴 795 0 0 2004.05.01
정지영 848 0 0 2004.04.30
초록이 726 0 0 2004.04.30
mug-mania 869 0 0 2004.04.30
4ebMac 907 0 0 2004.04.29
팀장님 918 0 0 2004.04.29
김명기 1,592 0 0 2004.04.29
김명기 805 0 0 2004.04.29
박철오 838 0 0 2004.04.28
하양이 838 0 0 2004.04.28
하양이 797 0 0 2004.04.28
하양이 875 0 0 2004.04.28
★루 812 0 0 2004.04.28
★루 827 0 0 2004.04.28
★루 865 0 0 2004.04.28
★루 918 0 0 2004.04.28
★루 954 0 0 2004.04.28
★루 729 0 0 2004.04.28
김영아 1,474 0 0 2004.04.27
나라 754 0 0 2004.04.27
김명기 820 0 0 2004.04.27
김명기 1,650 0 0 2004.04.27
김명기 1,800 0 0 2004.04.26
.maya 817 0 0 2004.04.26
★루 1,172 0 0 2004.04.26
향기 1,049 0 0 2004.04.26
김명기 846 0 0 2004.04.25
김종천 809 0 0 2004.04.24
김명기 798 0 0 2004.04.24
필승ROKMC먹깨비 753 0 0 2004.04.24
김명기 2,052 0 0 2004.04.23
젤리 691 0 0 2004.04.23
하양이 982 0 0 2004.04.23
두리 730 0 0 2004.04.23
ㅁ ㅐ ㄱ 893 0 0 2004.04.23
향기 780 0 0 2004.04.22
김명기 1,593 0 0 2004.04.22
★루 808 0 0 2004.04.22
suki(수기) 1,297 0 0 2004.04.22
향기 1,059 0 0 2004.04.22
짱짱이 868 0 0 2004.04.22
김명기 1,519 0 0 2004.04.22
hongwu 1,401 0 0 2004.04.22
향기 1,234 0 0 2004.04.21
하양이 1,066 0 0 200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