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추가메뉴
어디로 앱에서 쉽고 간편하게!
애플 중고 거래 전문 플랫폼
오늘 하루 보지 않기
KMUG 케이머그

자유게시판

대장님은 뭘 하시는 거죠?

본문

대장님은 뭘 하시는 거죠?

비개인 따스하고 맑은 아침이다. 운동장의 모래 위에 꼭 달걀노른자를 터뜨린 듯한 햇살이 흩어져 있다. 숲은 방금 물에 씻어 놓은 야채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다.

봄비에는, 물 이외에 생명력에 관계된 수 많은 에네르기가 녹아 있는 것! 이라고 혼자 단정해 버린다. 피어나기 시작하는 수국을 보며 혼자 흐믓해 하고 있다. 어깨 주변에 이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시간이 멈추어 있다. 나는 이구아나처럼 느리게 시간 속에 머물며, 긴 호흡을 한 모금 들이킨다.

일 년이면 3~4 회쯤 주변의 분들과 함께 자원봉사나 장애인 승마체험, 독신 노인분들과 함께 하는 식사 등의 행사를 한다. 가난한 내게 그 분들과 함께 할 재력이나 여유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주변의 어려운 분들을 수소문해서 찾고, 금전적인 지원을 하실 분들께 부탁을 드리고, 모임을 가질 장소를 마련하고, 함께 도우미가 되실 분들께 연락을 하고, 봉사하실 분들끼리 인사를 나누어 이 행성의 좋은 인연이 되도록 하고, 행사가 무리 없이 진행 될 수 있도록 적재에 인원을 배분하는 정도의 일이다.

그러니 나 자신이 무슨 도움을 드린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그저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과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만나게 해드리는 정도.

몇 년전 봉사자들이 마련한 자리에 승마를 지도하던 학생들을 불러 도움을 청했다. 장애인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였다. 어쩐지 못마땅한 얼굴로 식사준비를 하고 있던 한 여학생이 내게 따지 듯 물었다.

"그럼 대장님은 뭘 하시는 거죠?"

나는 가만히 웃고 말았다. 그 학생의 마음이 읽혀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토록 고생하는데, 도대체 저 분들은 뭘하는 거지?'

아직 어리기 때문이겠지. 

"엄마! 밥!"
하면 언제나 식탁 위에 밥이 준비 되어 있는 마법 같은 환경에서 곱게 자라났기 때문이겠지. 별 일이 없다면 이 여학생은 이런 식으로 순탄한 삶을 거쳐, 한끼의 거룩한 식사에 대한 고민따위는 조금도 하지 않을 삶을 사는 확율이 높다. 또 언젠가는 이 행성을 돌보는 입장의 리더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려운 이들의 사정을 조금도 모르는 그런 리더는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어려운 이들에게 뜨거운 눈물을 아끼지 않는 고귀한 인품의 리더가 ,우리 사는 세상에 단 몇 명 만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에비타에 대한 모순된 그리움이 아직도 전세계를 감동시키는 이유를 생각한다.

나는 이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마음을 소박하게 지니고 있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정한 이 사회의 지도자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70여 명이 제대로 된 한끼를 먹기 위하여, 한 달여 전부터 이 행사를 계획한 여러분들은 모든 것을 준비하여 두었다. 내가 따로 학생들을 초대한 것은, 그들이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는 기쁨을 나누어 갖기를 진심으로 바란 때문이다. 때로 운이 좋다면 그 뿌듯함은 평생동안 마음에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자리에 와서 단 몇 시간 봉사를 하였다고 해서, 입이 튀어 나오는 것은, 정말로 어려서 그런 것! 일거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가만히 볼우물을 만들며 대답했다.

"나는 너를 여기에 데려 왔잖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여학생은 이제 내 마음을 알게 되었을까? 아직도 나를 원망하고 있을까?
비 개인 아침. 달걀 노른자 같은 햇살이 드는 따스한 운동장을 바라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거룩한 식사

                    - 황지우 -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www.allbaro.com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포인트 81,347
가입일 :
2004-02-26 08:43:02
서명 :
미입력
자기소개 :
미입력

최신글이 없습니다.

최신글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5

장욱님의 댓글

지난 주 후원하는 고아원에 들러보니 올해초 분명히 56명이었던 원생이 76명으로 늘어나 있더군요 그리고 아직 떠나지 못한 3명까지 포함하면 모두 81명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퇴소하여야 하는데 자립할 수 없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아직 남아 있다는군요 고등학생이 무려 28명입니다 그리고 중학생이 20명. 나머지 28명은 유아, 초등학생들이구요 부모들이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가정 학대에시달려 온 아이들이 더 많더군요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님들이 부모로 부터 아이들을 빼앗아 (구출해) 위탁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너무 험하죠? 그 예쁜 아이들을 이 험한 세상에 불러내었으면 최선을 다해 보호해주어도 뭐 할텐데... 찾아가면 어린 아이들이 인사를 반듯하게 하며 쫓아 옵니다 첫번째로 물어보는 말 "누구 보러 오셨어요?" 항상 똑 같습니다 누굴 데리러 왔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 아이들 마음 속에는 항상 부모가 다시 데리러 올 것이라는 생각 뿐입니다 너무나 예쁘고 반듯한 아이들입니다 또 눈물이 흐르네요 고아원에 찾아 갈 때마다 이번엔 울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가지만 항상 엉엉 울며 나옵니다 살아오면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예쁘고 반듯한 아이들을 버리고 학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들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제가 숨 쉬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용서하세요 쓸데없는 소리를 했나 보네요 어린이날에 김명기님의 글을 읽다보니 그만...

장욱님의 댓글

다음엔 좋아하시는 전축 이야기나 올려주세요

장욱님의 댓글

바로 잡습니다 76명이 아니고 78명입니다

김명기님의 댓글

와아 정말 정성어린 리플! ^~^

김명기님의 댓글

그래요 다음에는 진공관 앰프 이야기나 하지요....

전체 50,531 건 - 504 페이지
제목
모노마토 805 0 0 2004.05.13
김명기 1,696 0 0 2004.05.12
녹차축제 900 0 0 2004.05.12
향기 977 0 0 2004.05.12
김정희 782 0 0 2004.05.12
초록이 872 0 0 2004.05.12
김명기 2,753 0 0 2004.05.12
페리도트 729 0 0 2004.05.12
[kjs]맥사랑 836 0 0 2004.05.11
★루 3,458 0 0 2004.05.11
김명기 1,439 0 0 2004.05.11
권란실 769 0 0 2004.05.10
김명기 1,799 0 0 2004.05.10
도희 947 0 0 2004.05.10
향기 865 0 0 2004.05.09
.maya 1,108 0 0 2004.05.08
영환군 1,036 0 0 2004.05.08
도희 848 0 0 2004.05.08
O리발 2,057 0 0 2004.05.08
향기 1,302 0 0 2004.05.08
사알짜기 837 0 0 2004.05.08
.maya 974 0 0 2004.05.08
noe 967 0 0 2004.05.07
향기 789 0 0 2004.05.07
초록이 743 0 0 2004.05.07
석가믿는요괴 676 0 0 2004.05.07
.maya 953 0 0 2004.05.07
조건하 789 0 0 2004.05.07
윤미정 828 0 0 2004.05.07
하얀빗줄기 895 0 0 2004.05.07
영환군 872 0 0 2004.05.07
네잎클로버 1,184 0 0 2004.05.06
효효! 879 0 0 2004.05.06
hongwu 924 0 0 2004.05.06
yamg 817 0 0 2004.05.06
상희 691 0 0 2004.05.05
영환군 1,616 0 0 2004.05.05
허인규 789 0 0 2004.05.05
김명기 1,437 0 0 2004.05.05
(酎)클래식 986 0 0 2004.05.04
영쓰 1,097 0 0 2004.05.04
김영권 3,014 0 0 2004.05.04
김영권 5,651 0 0 2004.05.04
김미정 920 0 0 2004.05.04
윤미정 1,084 0 0 2004.05.04
초록이 885 0 0 2004.05.04
yamg 817 0 0 2004.05.03
초록이 735 0 0 2004.05.03
김명기 1,422 0 0 2004.05.03
이준언 768 0 0 2004.05.03
윤미정 746 0 0 2004.05.02
hotdog 767 0 0 2004.05.02
영환군 829 0 0 2004.05.02
네잎클로버 966 0 0 2004.05.01
막강전투조 792 0 0 2004.05.01
석가믿는요괴 795 0 0 2004.05.01
정지영 848 0 0 2004.04.30
초록이 726 0 0 2004.04.30
mug-mania 869 0 0 2004.04.30
4ebMac 907 0 0 2004.04.29
팀장님 918 0 0 2004.04.29
김명기 1,592 0 0 2004.04.29
김명기 805 0 0 2004.04.29
박철오 838 0 0 2004.04.28
하양이 838 0 0 2004.04.28
하양이 797 0 0 2004.04.28
하양이 875 0 0 2004.04.28
★루 812 0 0 2004.04.28
★루 827 0 0 2004.04.28
★루 865 0 0 2004.04.28
★루 918 0 0 2004.04.28
★루 953 0 0 2004.04.28
★루 729 0 0 2004.04.28
김영아 1,474 0 0 2004.04.27
나라 754 0 0 2004.04.27
김명기 820 0 0 2004.04.27
김명기 1,650 0 0 2004.04.27
김명기 1,800 0 0 2004.04.26
.maya 817 0 0 2004.04.26
★루 1,172 0 0 2004.04.26
향기 1,049 0 0 2004.04.26
김명기 846 0 0 2004.04.25
김종천 809 0 0 2004.04.24
김명기 798 0 0 2004.04.24
필승ROKMC먹깨비 753 0 0 2004.04.24
김명기 2,052 0 0 2004.04.23
젤리 691 0 0 2004.04.23
하양이 982 0 0 2004.04.23
두리 730 0 0 2004.04.23
ㅁ ㅐ ㄱ 893 0 0 2004.04.23
향기 780 0 0 2004.04.22
김명기 1,593 0 0 2004.04.22
★루 808 0 0 2004.04.22
suki(수기) 1,297 0 0 2004.04.22
향기 1,059 0 0 2004.04.22
짱짱이 868 0 0 2004.04.22
김명기 1,519 0 0 2004.04.22
hongwu 1,401 0 0 2004.04.22
향기 1,234 0 0 2004.04.21
하양이 1,066 0 0 200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