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퐝당한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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퐝당한 음모

가끔 매스컴에 성매매에 관한 범죄 기사가 실린다. 그럴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직업군이 있다. 교수, 의사, 변호사 등등 고급 지식 직업들이 나열된다.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지식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성욕이 강한가?

그럼 그런 사람들의 아내들은 좋겠네. 돈 많지, 똑똑하지, 밤일도 끝내 주지. 그런 A++급 남편들이니 오죽이나 알아서 잘 모실까? 그런데도 왜 그들은 칙사 대접을 해주는 아내를 배신하고 집나간 고양이처럼 뒷골목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일까? 이건 늘 뒤통수를 잡던 의문이었다. 세상에 별일도 다 있다.

S 클래스벤츠를 소유한 친구가 있다. 나이가 나쯤 되면 그런 친구들도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소주 한잔 하자는 전갈이었다. 물론 그는 고급 수트에, 멋진 매너에, 성공한 자들의 미소를 입술 끝에 달고 있었다. 나는 잠자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내 별명은 인디안 이름으로 말하자면, '술 맛을 좋게 하는 자.' 또는 '조용한 귀' 정도일 것이다. 여하튼 무지하게 많은 친구들이 내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았다.

그 친구를 S라고 하자. 어쨌든 벤츠 S클래스 아닌가? S는 평소의 그 답지 않게 나를 만나자 마자, 이렇게 말했다.

가자. 나이트.
뭐? 무슨 일이야?
여자 좀 만나야겠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 e대 나온 무지 예쁜 와이프 있잖아.
흥! 무슨 소용이야. 그림의 떡인걸?
그림의 떡?
그래, 논리적이고 지기 싫어하고 따지기 좋아하고 변덕스러운 여자. 그게 우리 와이프지.
이상한 소리하네. 그렇게 조신한 아내를 두고 엉뚱한 소리는?
그렇지, 조신하지. 남들 보기엔 그래. 하지만 살 붙이고 사는 부부간에도 그럴까? 아내는 무척 피곤한 여자야. 나이 들어가면서 더해. 그녀는 나를 조정하고 싶어 하지. 내 위에 군림하고 싶어 하고. 우리 부부 사이엔 양보라는 단어가 없어. 내가 늦으면 그녀도 늦고, 내가 다른 방에서 자면, 다음날 그녀가 그렇게 하지. 그런 살얼음판이 우리 부부야.
너희 각 방 써?
대부분 그렇지. 그런데 중요한건 그게 아니야. 각방을 쓰건 뭐건. 그 상황을 아내가 조정하려고 하는 것이 진짜 문제지. 아내는 남자를 알아. 남자는 섹스가 필요하지. 아내는 바로 그걸로 나를 조정하려는 거야.
조정?
그래. 우린 큰소리로 다투는 법도 없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화를 내곤, 그걸 핑계로 이리저리 잠자리를 피하는 거야. 일상적인 냉전이지. 사람들 앞에선 잉꼬부부고. 이게 얼마나 오래 계속 됐는지 기억도 안나. 물론 현실적으로 그녀가 최고로 아름다운 여성도 아니고, 더 이상 젊지도 않아. 모처럼 슬그머니 욕정이 일다가도 그렇게 쌀쌀한 모습을 보면 열이 확! 오르지. 결국 사랑이 없다는 것 아닌가? 남편을 휘어 쥘 대상으로 생각하고.
흠...
가끔 우리가 처음 만날 때를 생각해. 영리하고, 섹시하고, 순종적이고. 나는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이 나를 부러워 할 거라고 생각했지. 그 땐 정말 그랬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부드러운 아가씨가, 단한 마디도 양보 않는 이토록 억센 아줌마로 변할지는 상상도 못했지. 이건 일종의 사기야. 애들, 부모님을 생각하면 이혼도 쉬운 일이 아니고.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나는 덫에 걸린 거야.
그건 지나친 생각 같은데.
지나쳐? 예전 남자들은 이럴 때 성매매라도 했지. 이젠 그런 것도 다 불법이잖아. 이래저래 남자를 꽁꽁 묶어두자는 수작이지. 너 섹스하려면 내 말 잘 들어, 이정도. 내가 섹스에 걸신들린 거지냐?
그래서 나이트에 가자는 거야?
그래, 적어도 기회는 생기잖아. 물론 알아, 그게 얼마나 피곤한 짓인지.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피곤하지. 또 어떤 괴물이 내 인생의 길목을 가로 막을지 알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어쩌겠어? 아내는 섹스로 흥정을 하려하고, 나는 그 꼴 죽어도 못 보겠으니. 인생 계획대로만 가냐? 어떨 땐 제멋대로 굴러가게 내 버려두는 수밖에. 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거야. 그게 쉬워.

S는 위험한 발언을 이어갔다. 나는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머리 속에선 오래된 의문이 풀리고 있었다. 의사, 교수, 변호사... 아마 그들도 S처럼 영리하고 논리적인 여자와 살고 있겠지. 그들은 똑똑한 아내와 휴전 없는 전쟁을 계속 하고 있을 것이고, 중년의 빈약한 성욕을 다스리지 못해 쩔쩔 매고 있는 것이겠구나.

그만큼 똑똑한 여자들이니, 어리석은 남자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남성들의 시대는 지나갔다. 그녀들은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섹스로 남편을 다스리려고 나선 것이다. 평생 자신을 고분고분 따를 것이라고, 필요할 때 언제고 마음대로 섹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던 남편들은 물론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디론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보려고 했고, 그들은 법망에 걸려버린 것이다. 신세 확실히 조진 거지. 똑똑한 아내 덕분에.

어쨌든 그들이 부유한데다 성욕까지 강한 것이 아니라, 성매매로 내 몰린 것이라는 근거 없는 가정이 만들어지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랬군. 어쨌건 똑똑한 여자가 현명한 여자는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똑똑한 여자도 남편과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보다는, 남편의 결함만을 잘 발견하나보다. 세월이 흐를수록 정과 사랑보다 원망을 쌓는다면, 그보다 더 수고롭고 허망한 일이 어디 있을 것인가? 나는 S와 15병의 소주를 나누어 마셨고, 만취 된 그를 택시에 태워 차가운 부인 곁으로 반품했다. 아무래도 이 나이에 나이트는 아니다.

문득 오래 된 농담이 떠오른다. 물론 남자들의 로망이다.

여자는 응접실에선 귀부인, 주방에선 요리사, 침실에선 요부여야 한다구.
그럼 난 실패했군,
왜?
우리 마누라는 주방에선 귀부인, 응접실에선 요부, 침실에선 요리사야.

성매매에 대한 기사가 뜰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성문제를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싱글 남자들은 어쩌지? 평생 자위나 하면서 살라는 것인가? 아내에게 성적으로 버림받은 남자들은? 또 어째서 성 매수를 한 여자들에 대한 기사는 없지? 여자들을 위한 비밀업소가 있다는 기사는 심심치 않게 보도되면서. 이건 혹시 S의 말대로 음모가 아닐까? 섹스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엉성한 이론에 따라, 여자들이 더 효율적으로 세상과 남자를 휘어잡기 위한. 물론 퐝당하다.

오늘 진눈깨비 내리고 기온이 급강하 한다고 TV에서 떠들고 있다. 지식 직업군에 포함되지 않는 나는 오늘 하루의 일과 앞에서 옷을 든든히 껴입는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열심히 벌어야 밥 먹고 살지.


송화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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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

김덕래님의 댓글

하아...씁쓸하고 두렵네요 곧 내 앞에 펼쳐질 상황이 아닐까

김명기님의 댓글

하아 그럼 덕래님은 지식 산업인? ㅎㅎ

▦All忍님의 댓글

주방에선 귀부인, 응접실에서는 요부, 침실에선 요리사...

G1님의 댓글

부부가 저렇게 멀어질때는 어떤 이유가 있겠지요!

한 순간에 멀어지든, 점점 조금씩 멀어지든...

예를들어,

남편은 돈버느라, 사회생활에 지쳐서 아내에게 소홀히 해 그게 아내로 하여금 외면당하는 느낌을 줬다.

아내는 자식들 공부 뒷바라지 한다고 남편에게 애교를 부리지 않았다.
그런데 거래처 손님과 술집에 가보니 예쁜 아가씨가 입속의 혀같이 군다.

그럼 서로가 애정이 식었다고 느낄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시간이 자꾸 흘러가면 저리 발전 되겠지요!

김덕래님의 댓글

지식산업인은요~ 3D직종 종사잡니다 ㅋㅋㅋ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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