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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봉을 돌아 왔는가?

본문

희망봉을 돌아 왔는가?

독한 소주로도 해결 되지 않는 밤이 있다.

그 밤엔 대개 새벽에 눈이 떠지기 마련이다. 눈을 감은 채 어둠 속에 숨어 보려 하지만 잠은 여지없이 달아나고, 온 세계의 모든 작은 소리들이 내게 소근거리며 말을 건넨다. 귀에서 이명이 울리도록 지난 시간과, 쓸쓸한 추억들과 가슴 저린 언어들이 유령처럼 둥둥 떠다닌다.

할 수 없이 나는 눈을 뜬다. 어둠 속의 나는 잠 속의 나와 다를 바가 없지만, 조그만 속삭임들은 썰물처럼 밀려 나가고, 확실한 고독들이 가슴을 채운다. 차가운 새벽바람이 심장을 뚫고 지나간다. 이런 건 건강에 좋지 않겠지.

담배를 물고 현관에 나선다. 조금씩 일그러지는 달이 밤하늘에 광채를 뿌리고 있다. 방금 마라톤을 끝낸 사내의 어깨에서 피어나는 수증기처럼.

개들이 일제히 깨어 나를 바라보고 엎드리고 일어서고 온몸이 떨리도록 꼬리를 흔든다. 나는 잠시 그 혼란 속에 서서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나는 그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 보다 열배는 더 고독을 잘 견디는 존재들.

새벽은 한가하다. 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핀다. 나무 타는 향이 공간에 짙게 깔린다. 오늘 아침은 첼로의 둔중한 음이 고프다. 오펜바흐의 '자클린느의 눈물.' 슬픔은 차갑게 얼어붙은 시멘트벽에서 떨어져 나와 내게 전이된다.

샤워를 하고, 라면을 끓이고, 라면 발을 건지며 위성 T.V. 를 보다가, 한 때 가까웠던 벗이 요리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제 단단한 안전지대에 선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동의 Bar에서 우리가 지닌 모든 모순을 쏟아내던 시간들. 그는 집요하게 성공으로 걸어들어 갔고, 나는 숲으로 터덜터덜 걸어들어 왔다.

'어이 당신이 T.V.에 나와 새우 까는 것을 보았지. 멋지던 걸?'

문자를 전하고 나는 그와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누구나 아픔은 있다. 그는 정면으로 그 아픔을 딛고 뭍을 향해 헤엄치는 조난자처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아픔 따위는 아예 외면한 채 살아왔다. 숲에서 실종된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또 다시 만나겠지.

그는 제임슨으로 나아갔고, 나는 오래도록 J&B Jet에 머물렀다. 차이점이란 그 정도일 것이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웃을 때면 한 쪽 입을 조금 당겨 올리는 그의 미소.

나는 그에게 이번 출판되는 책에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실려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그 스스로 그가 잊고 있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가 지닌 보석 같은 마음속의 심지. 그를 쉼 없이 헤엄치게 하던 단호한 이정표. 그리고 나는 그에게 물을 것이다.

"마침내 희망봉을 돌아 왔는가?" 라고...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www.allbaro.com



"난 10년 전부터 벤처였어. 직원 5~10 명에 한 가지 일을 한자리에서 꾸준히 해왔지. 누가 돈 더 준대도 싫어, 대기업에서 같이하자고 해도 내 맘에 안 들어서 안 해, 일본에서도 상담이 오지만 아직은 일본 디자인을 좀 더 값싸게 생산하자는 의도라서 관심 없어. 자존심이 있지. 이 분야에서 나를 능가하려면 누구라도 기본 10년은 필요할거야."

"편안? 편안하게 먹고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다들 힘들지. 나도 돈 때문에 가끔 죽고 싶어. 그렇지만 맘대로 죽지도 못해, 아내와 아이들은 어쩌고, 또 이일을 믿고 맡긴 사람들은 어쩌고, 난 스스로 내가 얼마나 작고 무능한지를 알아, 난 이일밖에 못하는 사람이야. 작으니까 누가 해치려고도 안 해, 작으니까 바람에도 넘어가거나 힘을 받는 일없어. 사업 확장  그런 것이 뭐가 중요해?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로 비쳐질까? 나중에 아이들에게 어떤 뜻을 물려줄까? 그런 것이 훨씬 중요하지."

그래 네가 옳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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