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 유부녀가 유달리 부담 없는 남녀라는 시대. 너에게 묻는다.

늘 다정다감하고 흔들리지 않은 인격을 가진 그대. 자신 만만해?

새로 입사한 예쁜 신입 여사원, 회식 후 퇴근길에 묻는다.

“저, 과장님, 저 오늘 술 취해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저는 늘 과장님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었어요. 아무 것도 묻지 말고, 오늘 밤 잠시 같이 있으면 안 돼요? 한두 시간 만요.”

젊고 잘생기고 건강한 남편의 후배 직원이 전화한다. 이런 건 예상 밖이다.

“형수님, 저는 형수님 같은 여자가 이상형이에요. 긴 말 없이 딱 한번만 안 되겠어요?”

처음으로 놀러간 나이트클럽, 생각보다는 훨씬 예쁜 아가씨가 묻는다.

“오빠, 정말 마음에 든다. 나 끈적거리는 여자 아니에요. 한번만 안아주라. 응?”

어쩌다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혼자 떠난 유럽 여행. 영어도 잘 못하는 조각상 같은 이탈리아 남자가 말한다.

“오 정말 동양엔 이런 요정이 사는군요. 난 당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요. 오늘밤 여기 이곳에 나와 함께 해요.”

언제나 남의 모범이 되고,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너. 사람들의 불의와 TV의 불륜에 눈살을 찌푸리던 너. 너에게 다시 묻는다.

“오빠 나 이 생활 2년찬데, 내년 쯤 돈 다모이면 다시 복학 할 거야. 정말 오빠 같은 남자 처음이야. 점잖고, 댄디하고, 멋져. 오빠, 다시는 이런데 오지 마. 그리고 내일 내 오피스텔로 와, 내가 콩나물 국 끓여줄게.”

“교수님 오늘 술 한 잔 해요. 교수님 같은 남자는 아무리 나이 들어도 멋지네요. 나 교수님 애인할까?”

“사장님, 난 여자에 편견 없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우리 둘만의 비밀. 더는 안 조를게 하룻밤만 함께 해요. 우리만 입 다물면 세상에 누가 알겠어요?”

“아시겠어요? 나는 지금 그 쪽을 유혹하는 것이란 말예요. 무슨 남자가 눈치도 없어. 나 괜찮은 회사 운영하고요. AICPA 란 말예요. 나 같은 애인 흔치 않아요.”

“혼자 오셨나요? 나도 혼자인데, 우리 술 한 잔 찐하게 합시다. 요즘 아줌마 혼자 술 마시면 위험해요.”

“오빠 바보야? 다른 남자들이 나한테 얼마나 들이대는 줄 알아? 마누라가 그렇게 무서워? 병신. 이리와 봐.”

유혹은 도처에 잠복하고, 비밀은 호기심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유부남 유부녀가 유달리 부담 없는 남녀라는 시대.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 더욱 재미있다고? 당연하지! 파멸을 담보로 하는 러시안 룰렛.

너에게 묻는다. 견딜 수 있겠니? 혹은 다시 돌아 올 수 있겠니? 이 냉혹한 일방통행의 시간 속에서. 아무도 모를 거라는 낮은 속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