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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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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울음소리

오랜만에 개구리 소리를 들었다. 어둠 속 길을 가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햇소금을 흩뿌린 것처럼 별이 가득한 하늘이다. 밤은 어디까지 뻗어 있는 것일까? 물을 댄 논에는 별빛이 바람에 일렁이고 있다. 나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백만년 전, 나는 숲에서 걸어나와 컨테이너에서 살았었다. 나는 가난하고 평온했다. 내 개인 복실이도 그랬다. 내 말인 비월이도 그랬다. 우리는 머리위에서 침몰하는 먹이를 받아먹는 심해 상어처럼, 도심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들을 먹고 살았다. 도시의 벗들은 늘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나는, 내 개와 말은 굶지 않았다.

저녁이면 막걸리 병을 뒤에 싣고 자전거를 타고 어두운 농로를 따라 달렸었다. 국밥집에서 얻은 뼈다귀 봉투를 매달고 달리면, 내 개인 복실이는 빨간 혀를 흔들면서 나를 따라 뛰었다. 컨테이너에 도착하면 내 말인 비월이는 껑충껑충 춤을 추며 나를 반겼다. 나는 외로움 속에서 외롭지 않았다. 별은 머리위에서 폭죽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외롭지 않던 나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농로에 멈추어 별을 바라보곤 했다.

꿈을 지녔다. 그리고 그 꿈은 지독하게 고독한 꿈이었다.

새로 마방을 지었다. 이제 내 말들은 좋은 사료와 건초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깨끗한 톱밥을 깔고 맑은 물을 마신다. 나는 매일 저녁 말들을 씻는다. 말들은 머리를 털고 푸르륵 거리고 꼬리를 흔들어 내게 물을 뿌린다. 나는 거대한 티탄들이 내게 보여주는 신뢰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말들의 눈을 보며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선글라스를 쓴다. 나를 그들에게 읽히고 싶지 않다. 나는 스스로 인간이기보다 그들의 우두머리로 믿는다.

말들에게 사료와 건초를 듬뿍 주었다. 말들이 사료를 사락거리는 소리가 마치 음악 같다. 아니 이런 게 진정한 음악이다. 소리와 행복. 음악은 그 별명에 불과하다. 나는 행복한 내 말들을 뒤로하고 농로를 걸어, 명랑한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밤, 복실이도 비월이도 곁에 없다. 그들이 떠난 것으로 나는 이 우주엔 새로운 세상이 있을 것을 짐작한다. 그처럼 충직한 벗들에게 죽음 이후의 보금자리가 없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그들은 내게 개인적인 별자리가 되었다. 오늘 밤, 나는 흩어진 별들 사이에서 그들의 모습을 찾아본다. 비월이는 페가수스처럼 앞다리를 쭉쭉 뻗으며 어둠 속을 내달리고, 복실이는 빨간 혀를 내밀고 갸우뚱 나를 바라본다. 시간은 흐르고 흐른다. 변하는 것은 인간들뿐이다. 내게, 또 다른 사랑이 깃들 자리가 있을까? 결국 나는 의심많은 인간이다.

나는 변함없이 가난하다. 하지만 호주머니에 막걸리 살 정도의 돈은 평생 떨어지지 않는다. 내게 유일한 복이라고 믿는다. 어쩌면 이 행성의 개인에게는 이정도가 충분한 행운이 아닐까?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나을 것이다. 나는 막걸리를 사기에 충분한 돈과 일용할 희망이 있다.

말들은 오늘 새 마방에서 행복하다. 오늘 나는 모든 것이 충분했다. 그리움까지도 그랬다.

또 개구리 울음소리.


Mars No.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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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

hongjuny님의 댓글

현 경제위기의 원인일지 아니면 결과일지 몰라도...

거품경제가 한창일 때에는 별 개떡같은 주식도 잔뜩 부풀려져서 마구잡이로 사들여 놓으려는 묻지마 투자가 한창이었답니다. 쓰레기인지 독인지도 모르고 욕심껏 집어삼켰더랬지요.

그러던 것이 이제 거품이 급하게 걷히고 나니 예전에 먹었던 쓰레기들이 다 들고 일어나서, 이제는 그걸 게워내느라 이렇게들 고생들을 하고 있답니다. 덩치크고 연료 잔뜩 먹던 자동차, 쓰잘데기 없던 사치품, 뭔지도 모르고 값 나갈 것 같았던 눈면 주식들...

마지막 남은 쓰레기 한 조각까지라도 모조리 게워내고 새로이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 위기... 지나갈 수 없는 것이 이치인데... 사람들은 아직도 옛날에 삼킨 쓰레기를 아까워하고 있어요. 탐욕에 눈이 멀어 어리석어진 탓이겠죠?

김명기님의 댓글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돌아보면 참...
그래도 삶은 그런 식으로 교훈을 주어가며 한 인간을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럭저럭 살만하다는 것이겠지요. 끝까지. 라는 말을 자주 되뇌이는 요즘입니다. ^~^

yjgreen님의 댓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건..저같은 보통 사람이 느낄 수 없는 초월한 삶을 살고 계시는 것 같네요..
작가님 글을 보면 늘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어 늘 케이먹에 들어오면 들어와 좋은글 읽고 감명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그까이꺼대충님의 댓글

사진의 색채가 동화 속 비밀의 숲 같은 느낌이..ㅋ

어려운 시기에 함께 해주었던... 반려동물들.. 기억에 많이 남으시겠네여~
잘 읽고 갑니다.^^

zntbr님의 댓글

개구리 울음소리가 귀에 울리는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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