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기 때문 - 김지하
김명기
210.♡.197.66
2013.04.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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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둥글기 때문 - 김지하
거리에서
아이들 공놀이에 갑자기 뛰어들어
손으로 마구 공 주무르는 건
철부지여서가 아니야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골동상 유리창 느닷없이 깨뜨리고
옛 항아리 미친듯 쓰다듬는 건
훔치려는 게 아니야
이것 봐, 자넨 몰라서 그래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노점상 좌판 위에 수북수북히 쌓아놓은
사과알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건
아니야
먹고 싶어서가 아니야
돈이 없어서가 아니야
모난 것, 모난 것에만 싸여 살아
둥근 데 허천이 난 내 눈에 그저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좁은 바지 차림 아가씨
뒷모습에 불현듯 걸음 바빠지는 건
맵시 좋아서가 아니야
반해서도 아니야
천만의 말씀
색골이어서는 더욱 절대 아니야
둥글기 때문
불룩한 젖가슴 도톰한 입술
새빨간 젖꼭지나 새빨간연지
그 때문도 아니야
뚫어져라 끝내 마주 쳐다보는 건
모두 다 그건
딱딱한 데, 뾰족한 데 얻어맞고 찔려 산 내겐
환장하게 보드랍고 미치고 초치게
둥글기 때문
개 같은 이 세상에 아직 살아남아
내 이렇게 허덕이는 건 허덕이고 있는 건
다른 뜻 있어 아니야
굳이 대라면 허허허
지구가 워낙 둥글기 때문
그리고 또 하나
요사이 부쩍 절을 자주 찾는 건
믿어서도 깨쳐서도 아니고 오직 한 가지
부처님 미소가 사뭇사뭇 너그럽고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아이들 공놀이에 갑자기 뛰어들어
손으로 마구 공 주무르는 건
철부지여서가 아니야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골동상 유리창 느닷없이 깨뜨리고
옛 항아리 미친듯 쓰다듬는 건
훔치려는 게 아니야
이것 봐, 자넨 몰라서 그래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노점상 좌판 위에 수북수북히 쌓아놓은
사과알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건
아니야
먹고 싶어서가 아니야
돈이 없어서가 아니야
모난 것, 모난 것에만 싸여 살아
둥근 데 허천이 난 내 눈에 그저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좁은 바지 차림 아가씨
뒷모습에 불현듯 걸음 바빠지는 건
맵시 좋아서가 아니야
반해서도 아니야
천만의 말씀
색골이어서는 더욱 절대 아니야
둥글기 때문
불룩한 젖가슴 도톰한 입술
새빨간 젖꼭지나 새빨간연지
그 때문도 아니야
뚫어져라 끝내 마주 쳐다보는 건
모두 다 그건
딱딱한 데, 뾰족한 데 얻어맞고 찔려 산 내겐
환장하게 보드랍고 미치고 초치게
둥글기 때문
개 같은 이 세상에 아직 살아남아
내 이렇게 허덕이는 건 허덕이고 있는 건
다른 뜻 있어 아니야
굳이 대라면 허허허
지구가 워낙 둥글기 때문
그리고 또 하나
요사이 부쩍 절을 자주 찾는 건
믿어서도 깨쳐서도 아니고 오직 한 가지
부처님 미소가 사뭇사뭇 너그럽고
둥글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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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구제연님의 댓글
둥글둥글~~
둥굴
참으로 한국말!!!
재밋고 그리고 어려운것 같습니다.
김명기님의 댓글
그 맛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진짜 한국인만의 공통정미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