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승지국(千乘之國)

국어사전 : 일천 수레의 나라라는 뜻으로, 대(大) 제후(諸侯)의 국가를 이르는 말

예로부터 제법 나라의 국력이 있는 나라를 천승지국이라 했습니다. 3천년전, 중국 주나라 때(周代)에 전쟁이 일어나면, 큰 제후(諸侯)는 병거(兵車) 천승(千乘)을 내놓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이래서 천승지국(수레가 천이 있는 나라)은 대국이라 하였는데, 1승을 4마리의 말이 끕니다. 예전에 자료를 찾다가 요런 그림을 스캔해 두었습니다.

* 약간의 덧붙인 이야기

만약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약 3천 년 전의 중국 주나라로 시간여행을 떠나서 어느 한적한 중국의 시골마을에 도착 했다고 합시다. 이런! 마을 어귀를 지키던 전차 1승이 나를 발견하고 우다닥! 달려옵니다. 궁수는 멀리서부터 활을 쏘고, 그 화살이 내 주변의 나무와 땅에 팍팍 박힙니다. 돌에 맞은 화살촉이 튀며 불꽃이 일고, 흙먼지가 솟아 오릅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온 전차의 창병이 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내 목을 치겠다고 장창을 높이 겨냥하고 내 머리를 노립니다. 말발굽 소리와 전차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바로 뒷 머리 꼭지에서 달려오고, 아무리 힘껏 뛰어도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숨은 턱에 차고 발은 수렁에라도 빠진 듯 무겁습니다.

갑자기 어깨 뒤쪽이 몽둥이에 맞은 것처럼 뻐근합니다. 달리며 고개를 숙여 가슴을 보니 피 묻은 화살촉이 셔츠를 뚫고 12센티 쯤 빠져나와 있습니다. 격렬한 통증이 전신으로 확 퍼집니다. 참을 수 있는 정도의 고통이 아닙니다. 나는 달리기를 멈추고 섭니다. 갑자기 뭔가가 둔탁하게 뒤통수를 때립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또렷한 시선으로 새파랗게 맑은 하늘과, 머리가 사라진 내 몸뚱이에서 엄청나게 많은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마침내 세상이 돌기를 멈춥니다. 메마른 흙먼지가 콧구멍으로 들어옵니다.

중무장의 갑옷을 입은 전차병이 다가 옵니다. 몸뚱이가 없는 나는 저항은커녕,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도무지 멈출 수 없는 뜨거운 고통이, 어디라고 할 수도 없이 없어진 전신을 무자비하게 찌르며 돌아다닙니다. 숨이 턱턱 막히지만, 허파를 잃은 입은 그저 붕어처럼 뻐끔 거릴뿐입니다. 의식을 잃고 싶은데 반대로 점점 더 또렷해집니다. 내 머리통은 눈동자를 달칵달칵 규칙적으로 떨며, 나무 둥치에 걸려 있습니다.

재빠른 불개미가 달려와 커다란 아래턱으로, 생명이 빠져나가면서 희미해지는 내 눈동자를 물어뜯습니다. 창기병의 낡은 가죽신이 천천히 다가와 내 머리를 밟습니다. 힘이 풀린 내 혀는 슬슬 빠져나가 땅에 닿습니다. 그런데도 텁텁한 흙 맛이 느껴집니다. 창기병이 발에 힘을 주어 내 머리통을 부숩니다. 우지직 기분나쁜 소리가 들리고 뾰족한 돌이 볼을 파고드는 느낌. 고통도 없이 눈알이 툭 빠져 나갑니다. 갑자기 세상은 전기가 꺼진 것처럼 어두워집니다. 마침내 의식이 사라지고 나는 완전히 죽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 아마 3천 년 전에 이런 전차 1승을 만났다면 정말 무서웠겠지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