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 실리콘 밸리와 인연을 맺고 이곳 물을 먹은지 5년이 지났군요. 5년전 미국에 생전 처음 발을 디디고, 그 말로만 듣던 실리콘 밸리라는게 이 지역인줄 그때야 알았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실리콘 밸리라고 해서 무슨 골짜기 같은 게 있는 것이 절대 아니죠^^; 골짜기는 커녕 한적한 시골 소도시 같습니다. 이렇듯 조용하고 별로 볼 것 없는(?) 지역이 세계적인 첨단 기술을 주무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때는 믿기지가 않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때 한분에게 들은 이야기는 "예전보다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이었습니다.그분은 그당시 이곳에서 10년가량 사신 분이었지요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가셨지만요. 근데 저역시 5년전과 비교해 보아 같은 말밖에 할말이 없습니다. 사실 변화로 따지자면 서울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서울, 정말 정신없죠^^; 허나 이곳역시 서울에는 미치지 못할지 몰라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 2년간의 변화는 말로 표현할수 없을 만큼 엄청났습니다. 같은 캘리포니아 내의 엘에이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격동의 순간에 실리콘 밸리 한복판에서 살며 그 변화를 피부로 느낄수 있었던 것도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었던 거 같습니다.

오에스텐을 위해 애플에서 일한지 벌써 두번째 겨울을 맞게 되는군요. 당근 반론도 있겠지만^^; 그래도 명실공히 애플은 세계 최고의 컴퓨터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애플에 대해서 여러분이 궁금해 할거라고 생각되는 점을 지난 일을 돌이켜도 보고 정리도 해 볼 겸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틈틈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__*


1. 애플의 위치

애플본사는 캘리포니아의 쿠퍼티노(Cupertino)애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센프란 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80마일 정도 떨어져 있고요 산호세 지역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써니베일(Sunnyvale)과 더불어 실리콘 밸리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죠. 주변에는 워즈니악이 다니던 홈스테드 하이스쿨이 있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입니다. 조사에 의하면 미국내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중 하나라고 하는군요. 작년 한때는 실리콘밸리에서 하루에 50명의 백만장자가 생겨나기도 했다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저 조용한 시골 동네 같습니다. 사실 정말 부자들은 이곳보다는 팔로 알토(Palo Alto), 맨로 파크(Menlo Park), 우드사이드(Woodside) 또는 로스 게이토스(Los Gatos) 같은 곳에 살고 있긴 합니다.

20년전만 해도 이 일대는 과수원 일색이었다고 합니다. 그 흔적인지 지금도 이 일대에는 OSH(Orchard Supply Hardware)라는 대형 스토어가 여러개씩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름에 과수원이 들어가 있어 처음 보는 사람들은 왠 과수원? 하겠지만 다 이유가 있는 것이죠. 20년 전부터 이지역이 실리콘 밸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없어져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얼마전에 큰 과수원 하나가 아파트 단지로 변화하였죠. 많은 사람들이 그게 마지막 과수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제가 사는 방 하나짜리 아파트 옆에는 아직도 중간크기 정도의 과수원이 남아있습니다^^; 실리콘 밸리 한복판의 낭만이죠- 산책하기에는 그만입니다.

애플 본사를 비롯 애플의 대부분의 오피스들은 모두 쿠퍼티노에 모여있습니다. 다른 회사들, 예를들면 HP 나 SUN은 여러 지역에 건물을 두고 있지요. 일부러 그런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건물들이 모여있는 것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습니다. 좋은 점은 보안유지가 용이하고 관리가 쉽다는 점이고 나쁜점은 9월의 테러와 같은 일이 주변에서 발생 할 경우 타격이 크다는 점이겠죠.

정확히 말하자면 애플은 텍사스에도 거점이 있습니다. 이곳에도 수백명의 애플 직원이 있는데요 주로 돈에 관한 일이나 training/education에 관 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례로 직원들의 봉급은 모두 텍사스에서 날아오죠. 현재의 본사를 짓기 전, 텍사스로 본사를 옮기려는 계획이 한때 있었다고도 합니다. 주변에 델(Dell)이 자리잡고 있어 은근히 티격태격한다는 거 같습니다^^;

애플의 미국내 공장은 캘리포니아의 주도인 세크라멘토 외곽의 엘크 그로브란 곳에 있습니다. 쿠퍼티노에서 자동차로 한 2시간 걸립니다. 과거에는 애플의 공장이 실리콘 밸리 옆의 밀피타스인가에 있었다고도 하는데요 이 부근이 지진단층이 지나가는 곳이라 안정적인 지역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주로 선택 주문한 데스크탑이나 파워북/아이북의 일부가 만들어집니다. 아울러 이곳이 온라인 애플 스토어와 애플 케어를 담당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만에서 모든 애플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새크라멘토에서도 많은 컴퓨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을 한번 가본적이 있는데 상당히 크더군요. 한번에 약 300대의 데스크탑을 동시에 테스트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여직원이 피스모 밑의 레이블을 정조준하여 붙이고 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는 모두 여섯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높이는 4층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실리콘 밸리에는 5층이상 건물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2층짜리 상가는 아주 드물죠. 따라서 4층에 올라가면 저 멀리 산들을 비롯 주변 지역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 할 때면 직원들이 가족을 데리고 4층의 발코니로 와서 구경하기도 하죠. 주변의 소나무들이 점점 자라 시야를 가리기는 합니다만...

애플 본사 건물은 쿠퍼티노 캠퍼스로 불립니다. 실제로 보면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깔끔합니다. 구석구석 살펴보면 건물 디자인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죠.

다음에는 애플의 사람들에 대해 적어 보겠습니다.

wave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