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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서체

김영권

112.♡.127.170

2015.02.17 09:49 7,643 2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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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서체

08.19.2014
Kern Your Enthusiasm (19)
By: Alissa Walker | Categories: Codebreaking, Spectacles

One of 25 installments in a series of posts analyzing and celebrating a few of our favorite (and least favorite) typefaces.

CHICAGO | SUSAN KARE | 1983

각형에 땅딸막하고 타고난 귀여움을 가졌으며, 친숙하고 사용하기 쉬웠다. 1985년에 우리와 함께 살게 된 푸른 미소 짓는 얼굴의 베이지색 박스를 얘기하고 있는데, 이 컴퓨터에 담긴 서체를 얘기하고 있기도 하다. "Welcome to Macintosh"의 서체, 시카고이다. 매킨토시는 새로운 개인용 컴퓨팅 시대를 열었지만, 새로운 디지털 서체의 시대를 열기도 했다. 시카고 서체는 매킨토시 전용 서체로 만들어졌으며, 서체에서 아이콘(행복한 컴퓨터와 손목시계, 사실같은 휴지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기계라기보다는 더 인간처럼 느끼게 하려는 디자인 수잔 캐어 전략의 일부가 시카고 서체였다.

우리들 대부분은 글자를 그리 다르게 만드는 것이 뭔지 잘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비밀은 문자 사이의 간격에 있다. 시카고는 최초의 비례 글꼴(proportional fonts)이었으며, 특정한 각도로 픽셀을 채우려 하기보다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차지하도록 하는 문자였다. 화면보다는 차라리 책에 가까웠으며, 이렇게 급진적인 신기술을 가정에 데려간 수 천여 가정에서 맥이 이미 우리말을 하는 것인 양 느낌을 주도록 한 까닭이 바로 시카고 서체였다.

첫 인사로부터 끄고 싶을 때 확인을 요청하는 대화 상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결정이 시카고 서체로 나타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컴퓨터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시카고는 8살 때부터 쓴 서체였다. 당시 필자는 나무에 대한 시를 작성했는데, 케어의 붓 아이콘을 사용하여 MacPaint의 페이지에 바구니 패턴과 물방울 픽셀에 색을 입히고 문자를 적었었다. 종종 New York, Geneva, Monaco와 같은 다른 서체를 찾기도 했지만, 외양만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그들 서체를 택할 수 없었다. 세인트루이스 교외에서 자라나는 아이였던 필자로서 시카고는 가본 적이 있는 유일한 도시이기도 했다.

애플은 결국 시카고를 은퇴 시키고, 시카고의 기능에 대한 오마쥬라 할 수 있을 Charcoal이라는 새 서체를 도입했다. 하지만 시카고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저해상도에서의 훌륭한 가독성 덕택에 시카고는 최초의 아이포드 흑백 화면에 쓰인 서체였다. 다만 뭣보다도 시카고는 얼리어돕터를 환영하는 서체였다. 맥에서 타자 치기를 배운 우리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서체이자 우리가 처음 가진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의 서체가 시카고였기 때문이다. 놀라워 하며 클릭휠을 돌리면서 우리를 명랑하게 인도했던 서체가 시카고였다.

올해 새로 나올 최신 운영체제에서 애플은 Helvetica Neue를 선택했다. 헬베티카 노이에는 스타일이 실체를 뛰어 넘는 태블릿과 레티나 화면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소개하는 선택이다. 하지만 헬베티카 노이에는 포괄적이며 차갑다. 매일 화면에 수 천여 단어를 적지만 시카고가 그립지 않을 때가 없었다. 화면 한쪽에서 필자에게 인사를 하던 미소 짓는 컴퓨터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종종 궁금할 따름이다.